참치회
처음엔 참치회가 다 같은 줄 알았는데 한 접시에 놓인 회도 색깔이며 맛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주방장을 불러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주방장은 “이건 뱃살이고, 저건 등살, 요건 꼬릿살...” 하면 될 것을 “이건 주도로, 저건 가마도로, 요건 아카미...”라고 한다.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문화이니 이름을 그들 식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당최 몇 번을 들어도 자꾸 이름을 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누가 잡지쟁이 아니랄까봐,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참치 부위 이름 외우기가 힘들 것이다. 이걸 기사로 내면 독자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가 모르면 속을 수 있는 생선 많아
다음 날 부랴부랴 참치 전문가를 찾으니, 참치잡이 배를 탄 적도 있고 수협 기관지 등을 통해 수산물 전문 글쟁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국내에 유통되는 참치 종류와 각 참치의 부위별 이름, 그리고 그 맛의 차이 등에 대한 취재를 의뢰했다. 원고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 사람이 쓴 기사를 품에 넣고 다니며 익힌 뒤, ‘초자’들 앞에 놓고 전문가로 행세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그때부터 난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질’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음식 앞에 놓고 괜히 아는 체하는 못된 습성의 인간!)
원고는 참치잡이 배 선원 출신답게 충실했다. 온갖 종류의 참치 사진과 그 특징, 그리고 부위별 이름과 맛 등에 대해 취재를 해왔는데 8페이지는 족히 될 분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원고를 뒤적이며 이것저것 점검을 하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참치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90%는 황새치와 청새치, 돛새치 같은 것이고 다랑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아니, 참치라고 하는 게 다랑어 아닌가요?
“원래 참치는 참다랑어만을 말하는 건데, 업체에서는 다랑어와 새치를 모두 참치라 하고, 다랑어에는 참다랑어·눈다랑어·황다랑어가 있으며….”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참치횟집에서 먹는 참치가 참치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엄밀히 말해서 참치가 아닙니다. 업체에서 그렇게 말하니 참치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그 기사는 게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이후 내가 스스로 참치회 먹으러 가는 일은 없었다. 참치회와 마주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거의 먹지 않았다. 난 속고는 못 사는 성미다.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진짜 참치, 그러니까 참다랑어(일본말로는 혼마구로라고 함)를 가격이 좀 나가기는 하지만 먹을 수 있는 횟집이 많다. 소비자들이 참치에 대한 정보를 웬만큼 알고 있어 주방장이 속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 앞에서는 속이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전 일이고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서 참치를 예로 들었지, 요즘도 생선회는 소비자들이 속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의도적으로 속이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다반사다.
횟집마다 다금바리 모양새가 제각각인 이유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하고,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양식 참복이 흔한데 왜 아직 참복 요리가 그렇게 비싼지 알지 못한다. 명색이 맛 칼럼니스트인데도 내가 먹는 것이 참돔인지 능성어인지 구별 못할 때도 있으니 원!
인터넷을 검색하다 생선회에 대한 ‘살아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를 발견했다. 개설된 지 얼마 안 돼서 정보는 많지 않지만 카페지기가 아마추어답지 않은 견문을 지니고 있는 듯하며, 생선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정보 교환하기에는 딱 좋아 보인다. 나도 최근 가입했다. http://cafe.naver.com/ssfish.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