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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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변하면 학교가 변한다”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부실 수업 예방위해 내년부터 교실 개방”

  •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입력2009-10-05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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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장이 변하면 학교가 변한다”
    설동근(61·사진) 부산시교육감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다. ‘부산발(發) 교육혁명의 주인공’ ‘영어공교육 실험의 선두주자’ ‘공교육혁명 1번지의 수장’….

    숱한 아이디어로 그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교육정책들은 한국 교육의 바로미터로 정착되곤 한다. 방과후학교, 교장·교감 다채널 평가, 독서교육지원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예(표 참조).

    2000년 교육감에 취임한 이후 설 교육감은 늘 바빴다. 그는 시간을 결코 허투루 쓰지 않는다. 외부 행사가 끝난 뒤 교육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학교로 방향을 틀 때도 많다. 해당 학교나 수행비서에게 한마디 언질도 없이 불특정 다수 학교의 교실을 ‘급습’하는 것.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도 설 교육감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만큼 정책 수립 과정에서 교사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다. 현장과의 꾸준한 소통, 부산시교육청 싱크탱크와의 끊임없는 연구 및 대화는 어느 교육청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산 교육만의 노하우다.

    그 덕에 부산시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종합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교육청상을 받았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설 교육감을 9월22일 부산진구 양정동 교육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교과부가 선정한 최우수교육청으로 4번이나 선정됐다. 비결이 궁금하다.

    “‘이벤트성 기획은 하지 말자’ ‘교사가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열정을 이끌어내자’라는 두 가지 철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방과후학교, 대학진학지원 센터, 독서교육지원 시스템, 나래로방은 평소 지론을 바탕으로 여러 직원과 꾸준히 연구한 성과물이다. 이미 많은 교육청에서 이것들을 벤치마킹했다. 정책 계획단계에서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추진 과정에서는 모니터링 등 개선 노력을 벌여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산 교육에 대한 교과부의 높은 평가는 무엇보다 부산시민과 학부모, 교육현장, 언론의 신뢰 덕분이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부산 교육은 분명 달라졌다고 자신한다.”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학교 관리자를 평가하는 ‘교장·교감 다채널 평가’가 교육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교실 변화가 곧 교육개혁이다. 학교 관리자인 학교장의 교육관과 리더십이 확고하면 학교는 변하게 마련이다. 이런 예를 숱하게 봐왔다. 그래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교장·교감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교경영 만족도, 학력 향상도, 학교평가 결과 등 1년간의 성과를 종합하는 평가다.”

    평가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나.

    “상위 3%에 드는 교장은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주고 교감, 행정실장, 전보교사 선택권, 연구비 1200만원 지원 등의 혜택도 받게 된다. 반면 하위 3%의 교장에게는 성과급 최하등급을 주고, 교감에게는 근무성적을 최하위로 매겨 교장 승진을 못하도록 했다. 반응 속도는 예상대로 빨랐다. 학교장과 교사 사이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되살아났다. 그랬더니 학교가 살아 움직이더라. 올해 평가를 반영하는 내년 3월 인사에서도 하위 3%의 교장에게는 중임을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들은 평교사로 지내든지, 명예퇴직해야 할 것이다.”

    영어공교육 혁신도 여러 가지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먼저 ‘고교를 졸업하면 외국인과 영어로 기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몇 가지 정책만으로도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을 가지 않아도 된다. 원어민 강사도 별 효과가 없다. 영어권 국가 대졸자를 채용한들 우리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교육 경력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들의 체재비를 포함한 평균 연봉 4800만원으로 우리 교사들을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교사들을 미국 필리핀 등에 영어연수를 보내고 있다. 올해만 130명이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를 다녀온 교사들을 상대로 수업 공개를 했더니 원어민 교사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사 10명에게는 특별연구비 1000만원도 지급했다. 모든 영어교사가 2~3년에 한 번씩은 국내외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연수 외에 영어교사 능력을 증진시킬 계획이 있나.

    “교장이 변하면 학교가 변한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설동근 교육감. 설 교육감은 일선 학교들을 자주 찾는다.

    “앞으로 원어민 보조교사의 수를 줄이고 영어연수 교사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교육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도 쏟아져나오고 있어 교사 수급은 충분하다. 또 내년에는 영어수업 인증제를 도입, 2012년부터 모든 초·중·고교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내년까지 부산 시내 모든 학교에 영어전용교실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은 ‘영어사교육 무풍지대’가 되리라 자신한다.”

    설 교육감은 ‘교육혁명의 달인’이라고 불린다. 지금 추진 중인 교육혁명이 있다면.

    “교사들의 부실 수업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교실을 개방할 생각이다. 교사들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업을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07년부터 천천히 진행됐으며, 내년에는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에게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인 교실을 돌려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부산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와 보육비 부담 절감, 학력 향상, 교실개혁 등으로 이뤄져왔다. 앞으로는 예절과 인성교육을 강조할 것이다. 아이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학교장의 책임이 크다. 우리 아이들은 애국가가 나와도 잡담하거나 장난을 치곤 한다. 미국처럼 자유분방한 나라에서도 성조기가 올라가는 순간 아이들이 자세를 가다듬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내년 6월이면 교육감 임기가 끝난다. 3선 연임 제한 때문에 출마할 수 없는데.

    “교육자가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면 직원이 알고 학교 현장이 먼저 안다(일부에서 설 교육감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내가 외도를 한다면 10년째 공들이고 있는 부산발 교육혁명이 금방 무너질 것이다. 남은 기간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그간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교육은 고통이 아닌 희망’이라는 것이 내 교육철학이다. 이 철학을 담은 여러 교육정책을 남은 임기에 완성하고 싶다.

    내년 6월에 부산시민과 학부모, 교육가족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것이 소원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삼배(三拜)를 한다. 부산 교육사와 한국 교육사에 남는 교육감이 되도록 해달라고….”

    부산시교육청의 공교육 개혁 (자료 제공 : 부산시교육청)
    정책 내용
    방과후학교 사교육비 부담 덜기, 30만명 대상 6000여 개 프로그램
    교장·교감 다채널 평가 상위 3%, 하위 3% 해당 교장 및 교감에 신상필벌
    독서교육지원 시스템 논술과 독서교육 강화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운영
    나래로방(나의 미래 설계방) 학생 주도적 미래 설계 프로그램
    대학진학지원 센터 온·오프라인 무료 대학진학 상담
    부산사이버스쿨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무료 인터넷 강의
    UP스쿨 결연 운동 기업체와 학교가 결연해 학교 교육환경 개선
    교실수업 개선 마일리지 매년 우수 교사 200명에게 연구비 지급
    수업 공개 2010년부터 학교 수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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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영어연수 미국 필리핀에 초·중등교사 영어연수
    영어전용교실 빈 교실 리모델링한 영어체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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