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을 리노베이션한 ‘서울스퀘어’는 입주사 직원들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사내 커플 또는 ‘오피스 커플’의 애정행각 같은 이런 서비스가 도심 속 빌딩에 접목된다. 서울역 앞 옛 대우센터 빌딩을 리노베이션해 올 11월 문을 여는 서울스퀘어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입주사 직원들을 비서처럼 보좌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호텔 또는 백화점에서 고객을 돕고, 차별화한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컨시어지 서비스’ 트렌드가 빌딩으로까지 확산된 셈.
서울스퀘어의 운영사인 신영에셋 자산관리사업부 정해성 이사는 “빌딩 컨시어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서비스”라며 “호텔과 빌딩을 결합해 입주사들에게 호텔과 유사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스퀘어의 변신 ‘호피스’에 주목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회사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한국 직장의 현실을 반영해, 좀더 나은 근무환경과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오피스 임대 세일즈에도 강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스퀘어의 서비스는 빌딩이라는 ‘하드웨어’에 호텔 서비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호피스(hotel+office)’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다. 임차 희망업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모델하우스 격의 쇼룸을 공개한 서울스퀘어의 내부를 둘러보니 수준급의 사우나 시설과 피트니스 센터, 명상실, 수유실, 구두 닦는 곳 등 건강증진 및 각종 편의 시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입주사 직원들은 이러한 시설을 무료로 쓰거나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실비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세차와 간단한 안전점검까지 해주고 열차, 항공, 레스토랑, 공연, 시티투어 예약 등도 대행해주는 서비스는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될 듯했다. 또 여성 직장인을 위한 에스코트 서비스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앞서 예측한 서비스로 꼽을 만했다. 서울역 인근을 돌아다니는 불량한 사람들 때문에 야근 후 퇴근길에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거나 콜택시를 불러주고 차번호와 출발시간 등을 기록해둔다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 내용이다.
서울스퀘어 측은 이러한 서비스를 통틀어 근무환경 서비스(Working Environment Service)를 줄인 ‘We(위) 서비스’라 명명했다. 정 이사는 보통 건물의 위치와 시설이 관건으로 통하는 빌딩 임대업 시장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이유를 수요와 공급 이론에 맞춰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 도심 또는 비즈니스 요충지에 오피스용 대형 빌딩이 많지 않아 건물주가 임차인을 엄선해 입주시키는 임대인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시장이 급격히 임차인 우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서울스퀘어’의 운영사인 신영에셋 정해성 이사. 예술작품을 곳곳에 설치한 것도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다. 입주사에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쇼룸(왼쪽부터).
정 이사는 “앞으로 건물주들의 무한경쟁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스퀘어가 그러한 경쟁에 불을 지피게 된 격”이라고 덧붙인 그는 “입주사에 제공하는 카드만 있으면 각종 편의 시설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게 한 서울스퀘어의 서비스 내용이 알려진 뒤, 최근 이를 벤치마킹한 서울 시내의 일부 비즈니스 빌딩 관리업체들이 입주사 직원들에게 빌딩 내 식당 및 편의 시설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다.
정 이사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고안하는 단계에서 일본 도쿄 오사키 역 근처의 ‘씽크파크’ 빌딩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도심에서 꽤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이 빌딩에 푸마, NHN 일본지사 등 유명 기업이 입주한 것은 이 빌딩이 입주 회사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설과 자연친화적 설계 등 근무환경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했기 때문이다. 서울스퀘어 역시 1급 오피스가로 통하는 광화문으로 쏠린 기업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부가적인 장치, 서비스를 추가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퍼레이트, 빌딩 컨시어지가 뜬다
그러나 서비스에 대한 청사진만으로 컨시어지 도입의 성공 여부를 점쳐보긴 힘들다. 글로벌 컨시어지 전문업체 ‘퀸터센셜리’ 황수진 매니저는 “몇몇 기업으로부터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았으나 비용과 인력 운영 문제 때문에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며 “국내에서는 관련 서비스 산업이 태동기인 만큼 운영 노하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스퀘어 측은 직접 인력을 채용, 이들을 교육하면서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컨시어지 전문인력으로만 약 40명을 투입할 예정. 정 이사는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의 수준과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딩 컨시어지는 해외에서도 ‘코퍼레이트 컨시어지(corporate concierge)’ 서비스의 한 종류로 최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 컨시어지란 프랑스 왕실에서 유래한 일종의 의전, 개인비서 서비스. 왕실 서비스를 흉내내, 1930년대 유럽의 고급 호텔들이 주요 서비스로 도입했고 이후 최근까지 호텔은 물론 백화점, 명품매장, 은행, 휴양지 등 VIP 고객을 타깃으로 한 여러 업종에서 너도나도 채택하고 있다.
‘코퍼레이트 컨시어지’는 직원들의 사생활 영역 중 일부를 컨시어지가 맡아 해주는 것. 관공서에서 처리해야 하는 각종 증명서 발급, 공과금 납부 등의 은행 업무, 개인적 쇼핑 및 비행기 티켓 구매 등을 대행해준다.
비즈니스 콘텐츠 전문사이트 ‘이마스’의 운영자인 컨설팅업체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는 “전문직을 중심으로 자질구레한 일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주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돕는 이러한 서비스가 현재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확산돼 있다”고 전했다.
‘이마스’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의 일부 기업은 코퍼레이트 컨시어지를 빌딩 차원에서 도입했다. 전화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입주사 직원들의 레스토랑 예약, 화환 주문, 공연 예매 등의 주문을 대행해주는 빌딩 컨시어지 사업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인들의 삶의 터전, 오피스 빌딩. ‘인텔리전스’를 넘어 ‘컨시어지’로 도약하는 빌딩 트렌드는 직장인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