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 웬만한 고액 연봉자 아니고는 근로소득만으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한 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본인 명의의 집이 있는가, 없는가를 배우자 선택의 기준으로 여기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결혼의 조건은 사랑! 힘을 합쳐 부(富)를 늘려나간다는 생각으로 신혼 초부터 재테크와 ‘부자 되기 연습’을 하면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한 커플도 나름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출산, 육아부터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가계 지출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구조 때문에 최근 결혼하는 상당수 커플은 맞벌이를 선택한다. 이들 맞벌이 신혼부부를 위해 재테크 가이드를 마련했다. 집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플랜을 나눴다.
재태크 비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계획한 대로 잘 운용되는지, 상품 선택에 오류가 없었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해 재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축 비율도 목적자금별 달성률과 수입 변화에 따라 바꾸는 게 좋다.
물론 서로 다른 경제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공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한 지갑’을 유지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깨가 쏟아지는 신혼 초기에 재테크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정한 신혼 재테크는 통장의 계좌만 합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합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 의욕이 너무 앞서 모든 것을 100% 공유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특히 가정 이외에 직장이라는 각자의 사회공간이 있는 맞벌이는 더하다. 서로 합의를 통해 정한 개인적인 용돈 또는 지출의 범위 내에서는 그 내역에 대해 모른 척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의 주체가 된다. 예컨대 지금까지 직접 지불해본 적 없는 관리비며 우유값, 신문대금이 생활비에 포함된다. 연애시절에 사용하던 용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사람만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쓰는 생활비가 두 사람 전체 수입의 약 50%를 차지하게 된다. 연애시절처럼 무분별하게 지출하면 안 된다. 연애가 낭만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지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가계부 작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출 내역을 상세히 기록하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자. 부부가 함께 작성한다면 서로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발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본다. 옷을 많이 사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얘기하라는 것이다. 특히 지출 통제는 신혼 초반, 젊은 시절부터 습관화하지 못하면 중년에는 교육비 등 더 많은 돈이 필요해 통제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 각자 및 공동의 목표 설정이 가능해진다.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에 서로에게 부상(副賞)을 줘 이런 대화나 목표 자체가 부부에게 재미있는 게임이 되게 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재테크도 시작이 중요하다. 신혼 초 3년 이내, 특히 출산 전은 소득보다 지출이 적어 소득 대비 비중으로만 보면 인생에서 저축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기다.
적어도 소득의 50% 이상을 저축한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끼고 저축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모든 계획은 목표의 유무, 또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결혼 서약을 통해 둘이 만들어나갈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출산과 교육, 내 집 마련, 은퇴 후 준비 등 그 과정에서 발생할 여러 재무적 이벤트를 예측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벤트별 필요금액과 저축기간을 구해야 한다.
먼저 출산 및 교육은 재무적 비용이 처음부터 크게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적은 금액이라도 떼어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효과 덕분에 적은 불입액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가족 중에서 육아를 맡아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생활을 포기하거나 육아를 타인에게 맡김으로써 예상을 크게 초과하는 육아비용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출산에 앞서 이 부분도 꼭 고려해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만 재산이 증식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테크 관련 서적을 읽어 재테크의 개념을 잡아본다. 매일같이 접하는 신문, 잡지의 경제면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재테크 정보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의 상품에 가입하면 좀더 쉽게 얻고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각 금융기관의 상품에 가입해 그 상품만이라도 제대로 알면 다른 상품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 PART 2 내 집 마련하고 출발한 경우] 월 소득 50% 투자해 목돈 만들기 작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30대 초반의 A씨 부부는 양가 부모님 덕분에 수도권에 아담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 연간 가계소득은 6000만원 정도. A씨는 “남들은 ‘집이라도 마련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하지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테크 목표를 설정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주택 이전비용, 자녀 교육비 및 결혼자금, 생활비·예비비, 그리고 노후 준비자금이다. 주택은 10년 계획, 교육비는 10년 후에 발생하는 사교육비와 20년 후 발생하는 대학 교육비로 나눌 수 있다. 예비비는 비상용 자금으로 부부의 3~6개월치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연봉의 25% 정도로 A씨 부부의 경우 1500만원이 된다.
이 정도 액수를 CMA나 정기예금으로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또 생활비는 지출 통제를 통해 최적화해야 한다. A씨 부부의 월수입은 500만원 정도다. 각자 부부 총수입의 50%는 저축과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돈이 들어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인데, 종신보험에 암, 수술, 입원, 질병 특약을 첨부해 가입하고, 화재보험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 A씨 부부의 경우 총 보험은 4건에 약 30만원(월 소득의 6%) 들 것이다.
또 각각 소득공제형 연금을 월 소득의 10% 정도를 할애해 가입하고(A씨 경우 각 25만원씩 50만원), 이때 가능하면 연금저축펀드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상품을 선택하길 권한다. 월 소득의 8%(A씨 경우 각 20만원씩 40만원)는 보험사를 통해 비과세형 연금(변액연금)에 가입한다.
펀드는 국내형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월 소득의 약 10%(A씨 경우 50만원)를 만기 3~5년으로 생각하고 불입한다. 만약 총소득액의 60% 정도를 저축 또는 투자할 수 있다면 국내형 펀드와 해외형 펀드를 6:4로 나눠 가입하길 권한다. 은행에는 월 소득의 16%(A씨 경우 80만원)를 불입한다. 1년 12달을 불입하면 1년 후 원금이 약 1000만원이 되는데, 1년마다 주가가 다소 낮아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기존에 불입하는 펀드에다 분할해 투입한다면 좀더 높은 펀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5년 계획을 세우자. 매달 130만~180만원의 저축과 투자를 병행한다면 5년 후 원금과 수익률을 합해 1억원 이상의 종잣돈 마련이 가능하다. 1억원의 종잣돈은 부부의 투자성향에 따라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5년씩 2회, 즉 10년 계획을 수립하면 부부는 2억원 이상의 현금성 투자자산을 마련하게 된다.
[# PART 3 내 집 없이 출발한 경우] 내 집 마련 위한 ‘시드머니’ 확보에 총력
결혼 1년차 맞벌이인 B씨 부부는 요즘 고민이 많다.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는데 영 피부에 와닿지를 않는다. 결혼 후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출산을 미뤘는데, 그나마 지금 상황에선 좀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2년 후 출산’ ‘10년 이내 내 집 마련’이 계획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집 없는 신혼부부의 1차적 관심은 언제 내 집 마련을 하느냐다. B씨 같은 생각 때문에 요즘 결혼하는 커플의 상당수가 맞벌이를 한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맞벌이라고 해서 외벌이 가정보다 많이 저축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 잘 살아보자고 시작한 맞벌이지만 돈 관리를 두 명이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새는 돈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모이는 돈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흔히 맞벌이라면 ‘2배의 수입’을 떠올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2배의 지출’도 따르게 마련이란 걸 잊기 쉽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O8년 주거실태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된 뒤 주택을 마련하는 데 전국 평균 8년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 10년 이내 주택마련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 하겠다. 단, 신혼 초부터 꼼꼼한 계획과 함께 세제혜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 소득의 20~40%는 주택마련 자금, 예컨대 주택청약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적립식 펀드 등에 불입한다.
지역에 따라 주택가격 차가 크지만, 서울 및 수도권에 주택을 마련하려면 대출 등 레버리지 활용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청약저축은 우선적으로 가입하기를 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주택 기간도 길어지고 출산으로 부양가족까지 생기면 청약 가점이 높아져서 청약 우선순위에서도 유리한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무주택 세대주의 경우 소득공제까지 가능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가입하면 금리도 은행 적금보다 높으니 1석3조의 혜택이다.
청약은 우선 서민 주택안정을 위한 정책적 배려인 보금자리주택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상자기사 참조). 청약 가입기간이 2년 이상 됐지만 가입기간이 짧고 지금까지 주택을 한 번도 구입한 적 없는 무주택 세대주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특별공급을, 자녀가 있고 결혼기간이 짧은 신혼부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려볼 만하다. 주택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전까진 장기 전세와 국민임대가 가능한 장기전세주택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에 사는 무주택세대주가 입주 대상인데,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특별공급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및 장기전세주택은 소득, 혼인기간 등 청약조건이 제한되므로 자격이 되는지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 상당수가 아직 젊은 나이이므로 투자는 좀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전체 저축액의 50%는 적립식 펀드에 2~3개로 나눠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3년 이상 적립식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전 금융기관을 통합해 분기당 300만원(연간 12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입금 금액에 대해 1년차 20%, 2년차 10%, 3년차 5%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입시한이 2009년 12월31일이니 올해 안에 가입해야 한다. 3~5년 꾸준히 납입하면 자녀교육비는 물론 주택 구입을 위한 종잣돈이 될 것이다.
전체 저축액의 나머지 50%는 목적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더 이상 자녀가 ‘노후보험’이 되기 어렵다. 노후를 위한 대비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선 전체 저축액의 10% 정도를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시간이 지나 소득이 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금액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소득공제를 더 받을 필요가 있다면 세제적격연금보험으로 분산해 가입한다.
또한 자녀교육비에 전체 저축액의 10~20%를 투자한다. 출산 전에는 10% 남짓이지만 출산 이후 점차 비중을 늘려나가게 된다. 비상 예비자금으로는 단기성 예금으로 전체 저축액의 10%를 운용하고 질병, 상해 대비 보장성 보험 등 위험 대비에 역시 전체 저축액의 10% 안팎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10%는 아직 젊을 때니 우량주식을 매입하거나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등 초과수익 전략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인생의 새로운 기회에 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재테크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천이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은 특별한 마법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뭔가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고 ‘다 아는 얘기네’ 하고 생각에 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10년 뒤 모습은 어떨까. 꼼꼼한 계획과 꾸준한 실천으로 이 땅의 모든 신혼부부가 부자가 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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