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얻는 YF쏘나타의 인테리어.
신형 쏘나타는 25년 역사의 브랜드명 ‘쏘나타’를 제외하고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해도 될 만큼 이전과 확 달라졌다. 그만큼 아버지의 쏘나타를 타고 자랐고, 매일 거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쏘나타와 마주치는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대체 신형 쏘나타는 구형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얼마나 진화했을까. 일반인보다 발 빠르게 ‘YF쏘나타 체험’에 나선 자동차 전문가, 마니아들에게서 YF쏘나타에 대한 평가를 조목조목 들었다. 현대차 YF쏘나타 상품 담당자도 상세한 부연설명을 제공했다.
◎ ‘쿠페형 세단’ 실현한 강렬한 외관 디자인
언뜻 폭스바겐CC나 벤츠CLS가 떠오른다. 뾰족한 헤드램프, 한층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날렵한 측면 라인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후면 라인 등 쏘나타는 ‘쿠페형 세단’으로 재탄생했다. 현대차는 9월17일 열린 보도발표회에서 “새로운 디자인 미학 ‘유연한 역동성(Fluidic Sculpture)’이 쏘나타를 중심으로 향후 현대차만의 독창적 디자인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디자인은 개성 강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최근의 세계적 추세에 충실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모험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팔려야 할 차가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을 택했기 때문. 일단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새롭다’ ‘세련됐다’ 등 칭찬 쪽으로 기울어 있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3000만원 후반대의 수입차’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쏘나타 동호회 ‘YF제국’의 운영진 민준식 씨는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의 디자인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자동차평론가 장진택 씨는 “국민차 쏘나타는 ‘공공 디자인’ 성격을 갖는데, 그런 측면에선 개성이 너무 과하다”고 아쉬워했다. 택시를 비롯해 길거리의 수많은 쏘나타가 YF로 교체된다면 시각적 자극이 크리라는 것. 그는 “공공 디자인 측면에선 오히려 있는 듯 없는 듯한 NF쏘나타가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쏘나타의 새로운 디자인은 내년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까. 미국시장에서 ‘파격적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차들 중 일부는 성공했고 일부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 포르쉐 카이엔이 전자라면 르노나 푸조는 후자에 속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유승민 씨는 “폭스바겐CC나 벤츠CLS가 쿠페형 세단의 길을 열어놓긴 했지만, 쏘나타보다는 고가의 차들”이라며 “대중적 가격대인 쏘나타의 새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 인테리어 고급화 … 수입차에 안 밀려
소비자들로부터 외관 디자인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한층 고급화한 인테리어다. 현대차는 “Sleek(매끄러운), Sporty(스포티한), Smart(사려 깊은)를 콘셉트로 라인과 면의 유기적 연결로 외관 디자인과 조화를 이뤘다”고 설명한다. 대시보드, 도어패널 등에 단 푹신한 우레탄 소재가 고급스러운 터치감을 주고, 블랙을 기본으로 해서 하이그로시로 악센트를 준 센터패시아 디자인, 블루와 화이트 조명을 채택한 클러스터가 세련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에쿠스, 제네시스 등 최고급 세단에 적용되는 3.5인치의 컬러 TFT LCD 표시창도 도입됐다. 자동차 전문 블로그 ‘카팁’의 유태권 편집장은 이 같은 인테리어에 대해 “렉서스 ES시리즈나 BMW 5시리즈 등 고급 수입차에 필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뒷좌석에 대한 평가는 분분한 편. ‘좁다’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생각보다 넓다’는 의견도 있다.
쿠페형 디자인으로 낮은 C휠러 때문에 과거보다 고개를 더 숙이고 뒷좌석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 현대차 관계자는 “뒷좌석 공간 문제는 우리도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라며 “그러나 데이터상으로는 그다지 좁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저 지상고를 종전보다 2cm 낮췄고, 전석과 후석 사이 공간은 2.3cm, 레그룸은 1mm 늘어난 984mm다. 시트 포지션도 조금 낮춰 과거 수준의 헤드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 파노라마 선루프 폭발적 인기
국내 최초 3피스 파노라마 선루프, 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 무선통신을 활용한 차량관리 시스템, 시트 위치를 2개까지 설정 가능한 운전석 메모리시트, 버튼 시동 스마트키, 후석 시트 열선, 유아용 안전시트를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차일드 앵커…. 신형 쏘나타는 고급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사양을 대거 채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반응이 뜨거운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 전체 계약자의 30%가량이 11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이 옵션을 선택했다.
차체 지붕 전면이 유리로 돼 있지만, 절반이 좀 안 되는 면적만 개폐 가능하다. 그렇다면 외부 소음이 유입돼 시끄럽지 않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전문가 평가 결과 외부소음 차단 정도가 일반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준식 ‘YF제국’ 운영진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한 렉서스 ES350도 요철을 지나갈 때마다 ‘우지끈’하는 소리가 난다”며 “그것이 차체 강성을 떨어뜨리는 파노라마 선루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 NF 시절 그대로 … 엔진은 아쉬워
신형 쏘나타는 트랜스폼과 같은 2.0 쎄타Ⅱ MPi 엔진을 적용, 최고출력 165마력과 최대토크 20.2를 낸다. 트랜스폼이 163마력, 최대토크 20.1이므로 엔진 사양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대목. 직접 YF쏘나타를 운전해본 자동차 마니아들은 공통적으로 “동력 성능은 개선된 게 없다”고 평가한다.
유태권 ‘카팁’ 편집장은 “렉서스 ES시리즈는 후속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3000cc, 3300cc, 3500cc 식으로 배기량을 늘리면서 성능 자체를 키워간다”며 “신형 쏘나타가 성능 개선은 전혀 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진택 자동차평론가도 “성능이 뒷받침할 때 잘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라며 “YF쏘나타는 성능과 상관없이 디자인만 앞선다”고 지적했다.
트랜스폼에는 있는 디젤엔진 모델이 YF에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아쉬운 부분.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트랜스폼의 디젤엔진 선택비율이 2008년의 경우 1%도 채 되지 않았다”며 “디젤 수요층에게 어필할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내년 5월경 미국시장에서 먼저 YF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쿠페형 세단’으로 불리는 벤츠CLS와 폭스바겐CC, YF쏘나타(위부터).
현대차 관계자는 “GDi 엔진을 탑재한 YF쏘나타 2.4는 200마력 이상이 될 예정이어서 180마력이 채 되지 않는 2500cc의 도요타 캠리를 능가한다”며 “이 모델을 가지고 국내외 시장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본격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수준에 머무는 엔진 성능의 아쉬움을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스펜션이 달래주고 있다. 직접 YF쏘나타를 시승해본 민준식 운영진은 “서스펜션이 기대보다 단단해져 고속 주행할 때 안정감이 향상된 느낌”이라며 “승차감이 국산차 중 가장 좋고 동급 수입차들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는 YF쏘나타가 에쿠스, 제네시스 등에 적용되는 감쇠력 조절 밸브에 슬라이딩 밸브를 추가, 댐퍼의 감쇠력을 최적화한 덕분이다. YF쏘나타 가솔린 전 모델은 승차감과 조종 안정성을 향상시킨 진폭 감음형 댐퍼(ASD)를 적용하고 있다.
◎ 차체자세제어장치 전 차종 적용
종전 모델에선 63만원짜리 옵션이던 VDC (차체자세제어장치)가 YF쏘나타 가솔린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됐다. VDC가 기본으로 장착된 기존 모델은 에쿠스, 제네시스 정도다. 힐스타트어시스트컨트롤(HAC) 기능도 추가돼 언덕길에서 잠깐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2초 정도 뒤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해준다. 또 강도를 3배 이상 향상시킨 핫스탬핑 공법으로 일부 소재를 제작, 안정성을 높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전 차종에 에어백 6개가 기본으로 장착된 것과 달리, YF쏘나타에는 운전석과 동승석 에어백만 기본으로 달렸다. 측면·커튼 에어백은 전 모델 옵션(60만원)이다. 국내 소비자 안전성을 덜 중요하게 여긴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엔 고급 사양에서만 선택 가능했던 측면·커튼 에어백 옵션을 전 사양으로 확대했는데도 이 옵션을 선택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며 “국내에선 에어백 문화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200만원 인상 … “국산차 가격 연쇄상승 불붙일 듯”
YF쏘나타 가격은 기본 모델 1960만원에서 최고급형 2785만원으로 종전 모델과 비교할 때 200만원가량 비싸졌다. 상위 모델인 그랜저TG 2.4 기본형(2552만원)과 가격대가 중복되는 셈. ‘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편집국장은 “내수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는데도 가격을 또 올렸다”며 “YF쏘나타의 가격인상은 향후 출시되는 국산 신차들의 가격들에도 영향을 미쳐 국산차 가격의 전반적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쏘나타는 서민들이 꿈꾸는 중형차”라며 “침체된 경기를 감안해 가격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요즘 YF쏘나타는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다. 주문이 밀려들어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올해 안에 차를 인도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신차 구입 계획이 있는 소비자라면 조금 느긋하게 쏘나타 뒤를 이어 출시될 신차들을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10월 중순 도요타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캠리’를 3500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또 11월 말 기아차의 중대형 세단 VG, 내년 1월 르노삼성의 뉴SM5가 출시될 예정이다.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신차 전쟁’에서 누가 최후에 웃는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