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바깥에 지적인 생명체, 즉 외계인이 존재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200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5%가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의 존재를 믿는 미국인이 절대 다수라는 점, 신과 외계인의 양립에 관한 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치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지지하는 이들의 의식에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인만 있다면 그것은 공간의 낭비 아닌가’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런 상식적인 믿음은 일반인만 갖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미확인비행물체(UFO)나 외계인을 신격화하는 집단과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외계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누리꾼 동참 ‘그리드 컴퓨팅 구축’
1997년 개봉한 미국 영화 ‘콘택트’는 바로 그런 과학자를 다룬 작품이다. 천문학자인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 분) 박사는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든 전파를 대형 안테나로 잡아내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연구자다. ‘허황한 연구’ ‘세금 낭비’라는 비난에도 애로웨이 박사는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그는 직녀성에서 온 전파를 포착하고, 여기서 뽑아낸 설계도로 지구와 외계를 오갈 수 있는 운송장치를 만든다.
좀 황당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외계 생명체가 쏜 전파를 잡아내려는 연구는 실재한다. 미국에서 1959년 제기돼 50년째 활발히 진행 중인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계획’(세티·SETI)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올해 한국에서도 시작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티 코리아’로 불리는 한국판 외계인 탐사계획은 미국에서 시작된 ‘원조 세티’와 함께 외계인 찾기 시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세티를 구상할 수 있게 된 것은 외계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리드 컴퓨팅’의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PC를 서로 연결해 슈퍼컴퓨터 이상의 성능을 내는 시스템이다. 핵심 인프라는 전국 각지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망. 한국 과학계의 ‘외계인 찾기’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미생물이나 하등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지적 수준을 갖는 외계인을 찾는 방법으로 전파가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발달한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라면 통신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 수단은 전파가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외계인이 의도했든 안 했든 그 전파는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세티 연구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전파와 인위적으로 만든 전파를 구분하는 것이다. 바로 이 인위적인 전파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료다.
미국은 외계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잡아내기 위해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에 설치한 대형 전파망원경을 이용한다. 이 전파망원경의 핵심 부품인 안테나는 지름이 무려 300m.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인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다. 한국이 올해 말부터 본격 가동할 전파망원경에는 아레시보 망원경보다 훨씬 작은 안테나가 달려 있다. 지름 21m로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안테나의 1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전파가 정확히 어느 별에서 출발했는지를 가려내는 능력은 오히려 뛰어나다. 비결은 이 망원경을 3대 만들어 서울, 울산, 제주에 삼각형으로 배치하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남한 대부분을 뒤덮은 초대형 망원경을 설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세티 코리아의 핵심 관계자인 연세대 천문대 이명현 책임연구원은 “21m짜리 안테나를 서로 떨어진 도시에 배치해 마치 지름 수백km짜리 안테나를 운용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우주계획과 달리 ‘관측’에 중점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한국은 안성맞춤인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바로 초고속 인터넷망이다. 전파망원경이 모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는 슈퍼컴퓨터 몇 대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누리꾼들이 가진 PC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그리드 컴퓨팅’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망이 없거나 부실한 나라였다면 그리드 컴퓨팅을 구축해 ‘외계인 찾기’에 누리꾼의 힘을 빌리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누리꾼들은 세티와 관련한 공식 사이트에 접속한 뒤 클릭 몇 번만으로 이 같은 ‘연결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서 작동시키면, PC의 남는 성능이 외계에서 수집된 자료 분석에 자동으로 제공된다. 미국도 1999년부터 그리드 컴퓨팅을 세티에 적용, 현재 누리꾼 850만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은 10월 대전에서 열릴 국제우주대회에서 세티 코리아를 위한 그리드 컴퓨팅 구축 프로그램을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세티의 사회적 의미는 독특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탐사선 발사를 전제로 한 다른 우주계획과 달리 ‘관측’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쓰일 물질인 ‘헬륨3’를 채취하거나, 대형 상주기지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염두에 둔 최근의 달 착륙 계획과 구분된다. 물론 세티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확충된 그리드 컴퓨팅을 다른 거대 연구에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 있지만, 가시적 이득을 정조준하는 최근의 우주과학 연구와는 기류가 다른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세티는 ‘돈만 낭비할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하지만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라는 과학의 사전적 의미에 세티만큼 부합하는 과제도 없어 보인다. 경제발전을 목표로 한 ‘과학입국’의 가치가 남아 있는 한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정통과학의 전개 과정이 주목된다.
신의 존재를 믿는 미국인이 절대 다수라는 점, 신과 외계인의 양립에 관한 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치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지지하는 이들의 의식에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인만 있다면 그것은 공간의 낭비 아닌가’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런 상식적인 믿음은 일반인만 갖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미확인비행물체(UFO)나 외계인을 신격화하는 집단과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외계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누리꾼 동참 ‘그리드 컴퓨팅 구축’
1997년 개봉한 미국 영화 ‘콘택트’는 바로 그런 과학자를 다룬 작품이다. 천문학자인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 분) 박사는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든 전파를 대형 안테나로 잡아내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연구자다. ‘허황한 연구’ ‘세금 낭비’라는 비난에도 애로웨이 박사는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그는 직녀성에서 온 전파를 포착하고, 여기서 뽑아낸 설계도로 지구와 외계를 오갈 수 있는 운송장치를 만든다.
좀 황당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외계 생명체가 쏜 전파를 잡아내려는 연구는 실재한다. 미국에서 1959년 제기돼 50년째 활발히 진행 중인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계획’(세티·SETI)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올해 한국에서도 시작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티 코리아’로 불리는 한국판 외계인 탐사계획은 미국에서 시작된 ‘원조 세티’와 함께 외계인 찾기 시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세티를 구상할 수 있게 된 것은 외계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리드 컴퓨팅’의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PC를 서로 연결해 슈퍼컴퓨터 이상의 성능을 내는 시스템이다. 핵심 인프라는 전국 각지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망. 한국 과학계의 ‘외계인 찾기’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미생물이나 하등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지적 수준을 갖는 외계인을 찾는 방법으로 전파가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발달한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라면 통신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 수단은 전파가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외계인이 의도했든 안 했든 그 전파는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세티 연구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전파와 인위적으로 만든 전파를 구분하는 것이다. 바로 이 인위적인 전파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료다.
미국은 외계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잡아내기 위해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에 설치한 대형 전파망원경을 이용한다. 이 전파망원경의 핵심 부품인 안테나는 지름이 무려 300m.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인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다. 한국이 올해 말부터 본격 가동할 전파망원경에는 아레시보 망원경보다 훨씬 작은 안테나가 달려 있다. 지름 21m로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안테나의 1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전파가 정확히 어느 별에서 출발했는지를 가려내는 능력은 오히려 뛰어나다. 비결은 이 망원경을 3대 만들어 서울, 울산, 제주에 삼각형으로 배치하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남한 대부분을 뒤덮은 초대형 망원경을 설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세티 코리아의 핵심 관계자인 연세대 천문대 이명현 책임연구원은 “21m짜리 안테나를 서로 떨어진 도시에 배치해 마치 지름 수백km짜리 안테나를 운용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전파천문대, 탐라대 전파천문대, 울산대 전파천문대. 3대를 같이 운용하면 수백km 지름의 안테나를 지닌 전파망원경 효과를 낼 수 있다(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한국은 안성맞춤인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바로 초고속 인터넷망이다. 전파망원경이 모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는 슈퍼컴퓨터 몇 대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누리꾼들이 가진 PC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그리드 컴퓨팅’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망이 없거나 부실한 나라였다면 그리드 컴퓨팅을 구축해 ‘외계인 찾기’에 누리꾼의 힘을 빌리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누리꾼들은 세티와 관련한 공식 사이트에 접속한 뒤 클릭 몇 번만으로 이 같은 ‘연결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서 작동시키면, PC의 남는 성능이 외계에서 수집된 자료 분석에 자동으로 제공된다. 미국도 1999년부터 그리드 컴퓨팅을 세티에 적용, 현재 누리꾼 850만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은 10월 대전에서 열릴 국제우주대회에서 세티 코리아를 위한 그리드 컴퓨팅 구축 프로그램을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세티의 사회적 의미는 독특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탐사선 발사를 전제로 한 다른 우주계획과 달리 ‘관측’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쓰일 물질인 ‘헬륨3’를 채취하거나, 대형 상주기지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염두에 둔 최근의 달 착륙 계획과 구분된다. 물론 세티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확충된 그리드 컴퓨팅을 다른 거대 연구에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 있지만, 가시적 이득을 정조준하는 최근의 우주과학 연구와는 기류가 다른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세티는 ‘돈만 낭비할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하지만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라는 과학의 사전적 의미에 세티만큼 부합하는 과제도 없어 보인다. 경제발전을 목표로 한 ‘과학입국’의 가치가 남아 있는 한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정통과학의 전개 과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