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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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대화, 천장에 구멍 하나

제임스 터렐의 ‘Skyspace’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10-07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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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와 대화, 천장에 구멍 하나

    제임스 터렐 ‘Skyspace, 2000’

    영국의 가장 북부에 자리한 주(州)인 노섬벌랜드는 지역의 절반이 산과 황무지입니다. 영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척박한 지역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이 지역이 많은 여행객과 예술가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인공댐과 영국삼림위원회에서 직접 관리하는 영국 최대 규모의 킬더 숲 덕분입니다. ‘킬더 워터와 삼림공원(Kielder Water and Forest Park)’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자연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작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적인 작가의 손에 재발견된 킬더 지역은 새로운 매력으로 해마다 더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입니다.

    이 지역을 찾은 사람이라면 영국에서 가장 까만 밤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는 킬더 숲의 킬더 관측소를 들르지 않을 수 없는데요. 공기 오염이 거의 안 돼, 아마추어도 천체 관측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숲 입구에 미국의 유명한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66)의 작품 ‘Skyspace’에 대한 안내문이 걸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제임스 터렐은 사물을 비추는 간접물로서의 빛이 아닌, 빛 자체를 작품의 주제로 삼는 작가로 1977년 애리조나 사막의 로덴 분화구를 통째로 사들여 빛과 대기, 천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반인에게는 2011년 이후에나 개방한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을 이곳 킬더 숲에서 볼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나 싶더군요. 관측소로 향하는 울퉁불퉁한 오르막 한가운데 원통형의 돌담집이 있습니다. 들어가 보니 천장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어, 하늘을 그 사이로 보게 돼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다 작품 내부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는데요.



    구름이 흩어졌다 모아지고, 하늘빛이 시시각각 변하더군요. 언뜻 보면 지구를 닮은 것도 같고 또다시 보면 밤하늘 달을 보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천장에 구멍 하나 뻥 뚫린 이 건축물을 보려고 거기까지 갔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분이 있을지 몰라 작가의 말을 한마디 빌려볼까 합니다.

    “언젠가 ‘모나리자’ 앞에 하도 사람이 많아 13초인가 보고는 다른 작품 쪽으로 떠밀려간 적이 있다. 내 작품은 빛에 집중하고 그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 이상일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이야말로 내 작품이 진정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빛과 자기 내면의 빛이 조응하는 순간을 맞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이던 아버지에게서 비행술을 배워 열여섯 살 때 이미 조종사 자격증을 딴 그는 대륙과 천체를 자신의 캔버스로, 빛을 붓으로 삼아 우주를 인간의 내면으로 끌어들이고 인간을 우주 속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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