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옥 속으로 공간이동
뉴욕 유학시절, 학교 수업은 서양미술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일본, 중국, 인도 미술 수업은 따로 몇 시간 마련돼 있었는데, 한국 미술에 관해서는 그마저도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정확…
201005032010년 05월 03일우주의 언어 혹은 근원의 풍경?
전 세계 오래된 벽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2만 년 전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한 들소 떼, 1만5000년 전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퐁드 공프 동굴에서 발견한 상처 입은 들소와 순록은 당장이라도 뒷다리로 땅을 박차고…
201005042010년 04월 26일베낀 것 다시 베끼는 것도 예술
이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요.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이 정도는 알고 있겠죠. 어떤 분은 “또 앤디 워홀이야?”라고 식상해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작품의 크기가 겨우 8.9×7.6cm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것입니다. 그야…
201004272010년 04월 20일억지로 웃고 있는 일본인 닮았군
2008년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과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한복판에 명품가방 숍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미술과 브랜드의 만남이 결코 새로운 건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미술관에 자리한 명품가방 숍이라니. 비난 여론이…
201004202010년 04월 15일커져라 세져라, 어머니에 대한 기억
미국 뉴욕에 현대미술관 모마(MoMA)가 있다면 영국 런던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있습니다. 특히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은 과거 발전소의 발전기가 있었던 곳답게 천장까지 5층 건물 높이고 넓이는 3400㎡에 이릅니다…
201004132010년 04월 08일어떻게 조각이 내 맘대로 변하지?
“당신이 그림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할 때 등 뒤에 부딪히는 것이 바로 조각이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조각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3차원적 입체 조형물이란 의미가 가장 크겠죠. 우리 몸이 공간…
201004062010년 03월 31일디지털 거울에 비친 21세기 자화상
가혹한 운명의 화살 앞에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고뇌하던 햄릿. 그가 21세기에 산다면 아마 “접속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하지 않을까요? 2009년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77.2%이고, 그중 9…
201003302010년 03월 23일뭍에 오른 쇠고래, 예술로 부활
멕시코 출신 가브리엘 오로즈코는 지난주에 소개했듯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무심코 지나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입니다. 그것도 회화나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말이…
201003232010년 03월 18일예술은 창조가 아닌 존재의 재해석
199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언뜻 보면 고구마 같은 정체불명의 덩어리 5개가 8만8631달러,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작품 제목은 ‘Socks(five)’, 양말 5짝이었는데요. 멕시코 출신 작가 가…
201003162010년 03월 10일프랑스 낭만이 머문 하얀 꽃망울
꽃이 피기엔 조금 이른 계절입니다. 하지만 졸업과 입학이 맞물린 요즘, 설레는 기대감과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인생의 한 지점을 통과하는 학생들의 가슴에 안긴 꽃다발만큼은 계절을 잊은 채 화려합니다. 꽃다발은 학생들의 미래 역시 활…
201003022010년 02월 24일수영복 벗어던진 빅사이즈 ‘핀업걸’
이 여인, 뜨거운 태양 아래 캘리포니아 해변을 누볐던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직도 작열하는 태양 빛은 미처 걸러지지 않은 듯, 창가의 푸르스름한 블라인드를 통해 방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벗어던진 수영복 때문에 과감하게 노출된 가…
201002162010년 02월 11일마음속에 남은 풍경으로 초대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듯한 생각에 다시 한 번 천천히 표면을 눈으로 더듬습니다. 그러다 보면 날리는 눈발 너머로 보이는 가느다란 수직선들이 전봇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전봇대가 서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나무들과 한 채의 집이…
201002092010년 02월 04일몸집 불리던 뉴욕의 어느 겨울날
19세기 사진의 주 대상은 자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1864~1946)는 이전의 사진가들과 달리 카메라의 초점을 도시에 맞췄습니다. 20세기는 급속한 산업화…
201002022010년 01월 27일시궁창에서 ‘강철 꽃’ 피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꼭 가봐야 할 31곳 가운데 서울이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1위 스리랑카의 자랑거리로는 오랜 내전에도 아름답게 지켜낸 자연이 꼽혔습니다. 스리랑카는 섬 전체가 열대 동물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야…
201001262010년 01월 21일빛으로 포착한 변화무쌍한 날씨
“요세미티!”(곰이다!) 1850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몰려든 이 웅장한 계곡에 ‘요세미티’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북미 흑곰(이하 곰) 때문이었습니다. ‘요세미티’는 1만 년 전부터 그곳에 거…
201001192010년 01월 14일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재현에 몰입
말풍선에 검은 테두리와 점들, 마치 만화를 그대로 확대해놓은 것 같은 느낌. 아들의 생일 선물로 미키 마우스를 그려주다 작품 구상에 힌트를 얻었다는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97)의 작품을 볼 때 관객들이 받는 최초의 인상입니다.…
201001122010년 01월 06일영혼의 무게와 존엄성에 천착
제가 현대미술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현대미술은 너무 어렵다’는 오해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인상주의나 후기인상주의에 머물러 있는 관심을 확장하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작품도, 그 작품 …
201001052009년 12월 30일생사의 경계에서 만난 절대 美學
금빛으로 반짝이는 발. 미술관이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발을 통과하며 가느다란 줄들이 몸에 부딪힐 때 내는 사르륵 소리를 즐길 수 있으련만, 관객들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 이 작품만큼은 관객들의 돌진을 …
200912292009년 12월 23일物神을 섬기는 시대의 자화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거리가 번쩍번쩍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마련해 꼬마전구를 감고, 반짝이는 장식을 달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종교의식에 쓰는 제구가 광택 나는 귀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은 신…
200912222009년 12월 18일짧은 문자 조각이 남긴 긴 여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뉴욕의 미술품 컬렉터의 집을 찾았을 때입니다. 이 컬렉터 부부는 몇십 년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장해온 것은 물론, 큐레이터까지 고용해 개인 소장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그 수익으로 버…
200912152009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