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ing Winter Storm, Yosemite Valley’, 102.5x139cm, 1944 gelatin silver mural print, printed 1970~1975
하지만 이 작품 덕분에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겨울의 요세미티 계곡은 친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요세미티 계곡을 찍은 작가이자 ‘풍경사진’의 원조라 불리는 앤셀 애덤스(Ansel Adams·1902~1984)는 오히려 대중에게 너무 알려졌다는 이유로, 그가 사진사에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간과됩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를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12월 초 어느 날이었다. 처음엔 폭우가 쏟아지더니 갑자기 그 비가 엄청난 눈으로 돌변했다. 눈이 갠 것은 한참 뒤 오후가 지날 무렵이었다.”
앤셀 애덤스의 ‘걷히고 있는 겨울 폭풍, 요세미티 계곡(Clearing Winter Storm, Yosemite Valley)’을 보면 당시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수백 가지의 날씨 변화 중 어느 장면을 찍을지를 결정하는 건 사진가에게는 큰 도전입니다. 특히 시간과 장소의 한계 속에서 말이죠. 그는 사진가가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 피사체의 최종 이미지를 어떻게 나타낼지 미리 시각화하고, 그대로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출, 현상, 인화의 단계를 시스템화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명 ‘존시스템(zonesystem)’이라고도 하는 이 방법론은 순흑에서 순백까지의 연속 톤으로 이뤄진 흑백사진에서, 특정 농도의 톤을 ‘존’으로 나타낸 뒤 이를 10단계로 나눈 것인데요. 이는 원하는 톤과 콘트라스트(대비)를 위해 노출과 현상 시간을 줄이거나 확장하는 기준이 됐죠. 과거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것을 공식화함으로써, 보도사진에만 머물렀던 흑백사진을 예술사진으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체계적인 접근 덕에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도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톤과 콘트라스트의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거죠. 존시스템은 이후 사진가들이 빛을 좀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원래 앤셀 애덤스는 피아니스트로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14세 때 처음 방문한 요세미티 계곡의 숭고한 자연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요세미티 계곡이 보여주는 풍경에 경탄하고 있노라면 또 다른 풍경이 또 다른 경이를 가져왔고, 이는 끝없이 이어졌다. 빛은 도처에 있었다.”
때마침 카메라를 선물 받은 그는 자신이 목격한 빛을 사진에 담고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관찰했으며, 그 빛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진기법을 정리한 탁월한 예술가이자 이론가였습니다. 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흑백사진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이 작품을 보면 느껴지지 않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