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인 ‘고추장 떡볶이’의 부제는 ‘다섯 살 이상 모든 이를 위한 무대’.
유치원에 다니는 비룡이와 초등학교 3학년 백호는 어머니가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자 덜렁 집에 남게 된다. 게다가 아빠는 필리핀에 있고, 외할머니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두 아이는 행여 강도라도 들까 겁이 나 이웃들에게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 지속되면서 둘은 심한 허기를 느끼지만, 어머니가 정해놓은 수많은 ‘금기’ 때문에 부엌 서랍 하나 여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던 두 아이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극은 짧은 시간 동안 부쩍 의젓해진 아이들이 퇴원한 어머니를 위해 떡볶이를 대접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 이 작품은 연극에 노래가 곁들여진 그야말로 ‘플레이 위드 뮤직(Play with music)’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기타 반주의 동요와 같은 짧은 노래는 어린이 관객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무대는 만화적인 색감으로 칠해졌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실물보다 크게 묘사됐다. 이야기의 구조인 플롯 또한 잔가지를 쳐낸 단선적인 성격을 띠며, 극의 흐름도 빠르지 않다.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극을 조금 압축하거나 연출적인 재미를 가미하면 좋을 것 같다. 엄마나 선생님 등의 대사나 제스처를 보면 구연동화를 보는 느낌인데, 이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동화적 콘셉트 때문일 것이다. 다소 도식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다섯 살 이상 모든 이를 위한 무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메시지를 건넨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할 말이 더 많아 보인다. 두 아이가 극복해가는 것은 과보호로 잘못 길들여진 습관들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전전긍긍하며 끊임없이 아이들을 걱정한다. 특히 유치원생 비룡이를 ‘아가’라고 부르며 사소한 일을 챙기고 또 챙긴다. ‘비룡과 백호’는 이름만큼이나 ‘원대한 꿈’을 짊어진 채 나약하게 길러지는 이 시대 아이들의 초상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말초적 매스컴에 길든 아이들에게는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어른들에게는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조환준, 김태경, 이황의, 정인애, 고수연 출연. 3월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문의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