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 제조업체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홍기훈 대리는 늘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꿈꿔왔다. 대기업에 있어야 직장생활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여타 근무조건이나 복리후생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던 중 굴지의 정보통신 기업의 채용공고를 접했고, 철저한 준비 덕에 무난히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갈등에 빠지고 말았다. 예전 회사에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외부 업체들과의 교류도 많았고 업무성과도 명확해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주어진 업무 외에 다른 분야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제대로 일할 만하면 부서가 변경돼 전문성을 쌓을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하지 않은 채 회사의 ‘이름’만 보고 이직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2010년 직장인으로서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다수 직장인이 높은 연봉, 승진, 성과 창출과 더불어 더 나은 조직으로의 이직, 또는 새로운 업무를 위한 전직을 대답할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또 요즘 같은 때엔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게 미덕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3~5년차가 되면 괜히 회사를 옮겨야 할 때가 아닌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직이나 전직은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없이 실행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앞선 예처럼 현 회사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또는 단순히 좋은 조건 때문에 이직이나 전직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향후 커리어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뒤 자신의 비전을 반영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1 ‘왜?’라는 질문을 놓치지 말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회사가 싫다는 사람에게 “왜 싫으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직에 성공하기 위해선 ‘왜 떠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현 조직에서는 나의 비전에 맞는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외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리더십 발휘를 위해’ ‘교육 기회가 충분한 기업을 찾아서’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사유든 자신이 왜 떠나려 하는지 분명해야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단지 현실을 도피하려는 생각으로 이직하다 보면 결국 본인에게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겨 몸값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단, 개인적인 사유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의해, 혹은 어쩔 수 없는 회사의 사정으로 퇴직하는 경우라면, 이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목표를 세워보는 게 좋다.
2 차별화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지 점검하라.
간혹 이직하겠다는 사람 중에 자신과 맞지 않는 분야에 무턱대고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이 일도 할 수 있다’ ‘시켜만 달라’와 같은 반응은 이직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력을 쌓은 산업군과 직무를 중심으로,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안 뒤 준비해야 한다. 최소 산업군이 같거나 직무가 일치할 때 이직이 좀더 효과적이다. 나아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는 틈틈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자신이 전문가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게 좋다. 만일 직무를 바꿔 전직하려는 경우라면 평소 바꾸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쌓으며 동향을 파악하는 등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사항들은 이직이나 전직뿐 아니라, 현재 근무하는 기업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경력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나간다면 어디서든 필요한 핵심인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직을 하기로 했다면, 어떤 기업으로 갈 것인지가 최고의 관건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기업이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외국계 기업인지 구분해야 한다. 업종이 같더라도 기업 종류에 따라 채용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
대기업은 근무 조건이 좋은 반면 사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체계적인 조직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업무량과 경쟁 시스템에 쉽게 지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이런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해보는 게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열정을 갖고 일을 해나간다면 승진 기회도 빠르고, 기업 내 핵심인재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허술하거나 비전이 명확하지 못하고 경영자의 판단에 휘둘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명확한지, 재무구조가 건실한지 사전 조사하는 게 좋다.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나 언론 기사 등을 살펴보는 건 기본. 금융감독원 사이트를 방문해 전자공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주요 사업 분야와 기술력이 분명하다면, 그 기업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 좀더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과 접촉해보는 것도 유용하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글로벌한 경영 환경을 경험하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어학 능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는 커리어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다. 다만 조직문화가 국내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4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라.
이직 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성공사례다. 지금까지 경력을 통해 어떤 성과를 도출했는지 과감히 홍보해야 한다. 실제로 20년차인 부장급도 ‘정보통신 분야에서 열심히 일했다’ ‘지금까지 성실히 일해왔다’ 등으로 자신의 경력을 표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가장 위험한 접근이다. 자신이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으며, 이 성과로 회사의 수익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할수록 이직에 효과적이다.
5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지녀라.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조직에 융화하지 못하거나 인성이 좋지 않으면 기업에선 채용을 꺼린다. 다른 조직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에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 따라서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즉 ‘평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때 ‘자기 업무에 충실하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업무적 부분과 ‘팀원 간의 화합을 중요시하며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 비업무적인 부분을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한다. 단순히 좋은 사람보다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큰 점수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6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인재로 거듭나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억대 연봉자 중 47%가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현지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어학 능력은 이젠 필수가 됐다. 하지만 해외 기업과의 협상은 단순히 언어 기술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서로의 사고방식이나 업무 스타일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관련 분야의 해외 시장을 평소에 점검해두고, 글로벌 환경에서의 협상 능력을 연마하거나, 적어도 한 국가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은 지역전문가가 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사항들은 이직이나 전직뿐 아니라, 현재 근무하는 기업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경력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나간다면 어디서든 필요한 핵심인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