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결혼은 연애의 무덤’ ‘결혼은 미친 짓’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래도 이런 표현은 계산기를 들이대고 주판알 튕겨가며 “이 결혼은 수지가 안 맞아”라고 내뱉는 것보다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사람들은 신성한 결혼을 돈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데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빛의 속도’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세속적이고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결혼인지 모른다. 결혼이라는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결혼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바라보는 ‘미시적 분석’, 결혼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는 ‘거시적 분석’이 모두 가능하다. 결혼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상자기사 참조).
결혼과 경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결혼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못지않게 경제가 결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예컨대 불경기 때문에 결혼을 미루면 그 여파로 결혼시장의 규모가 줄어든다. 이렇듯 결혼은 한 꺼풀 벗겨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경제적으로 해석된다.
결혼前 : 수요-공급, 편익-비용 메커니즘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부터 경제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 교수는 “결혼은 거래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인간은 결혼에서도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게 마련이라는 것. 그는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을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이 결혼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며 비용-편익분석의 틀을 결혼에도 적용한다.
미혼으로 남거나, 훌륭한 배우자를 찾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결혼생활로 얻는 편익보다 크면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는 결혼이 주는 경제적 이익과 심리적 안정감 등 무형적 편익이 결혼의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데서 또다시 경제적인 선택에 부딪힌다. 혼수 문제 때문에 결혼식도 올리기 전 파혼을 맞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스스로 생각하는 몸값에 비해 상대의 ‘스펙’이 모자란다고 판단되면 결혼은 성사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이 결혼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혼중매업체에서 직업, 재산, 학벌, 집안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비슷한 조합끼리 매칭하는 것도 같은 맥락. 합리적인 판단으로 결혼을 결정한 것과 결혼 뒤의 경제생활은 또 다른 이야기다.
물론 결혼이 경제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결혼이 경제생활의 출발점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많은 이가 “결혼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씀씀이가 큰 남자들이 여성들에 비해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결혼을 통해 가정을 구성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단위경제로 인정받게 된다”고 한다.
결혼後 : 공동소비로 저축 늘어 富 축적 가능
결혼 3년째 접어드는 직장인 길모(29) 씨는 “결혼을 통해 경제관념에 눈떴다”고 고백한다. 취업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결혼을 서둘렀기에 모아둔 돈은 거의 없었다. 결혼 전에는 월급을 술값 등 개인적인 지출로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 막상 결혼을 준비하게 되자 부모에게 돈을 빌리고 은행문도 두드려야만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죠. ‘친구들 만나 쓰는 몇만원이 큰돈도 아닌데’ 싶었죠. 하지만 그런 지출도 합쳐보니 큰 부담이 되더군요. 지출관리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니 결혼을 생각하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은 경제적 인간으로 변모한다. 금리 0.1%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은행계좌를 옮겨 다니고, 재테크에 유별난 관심을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광화문웰스매니지먼트센터 전용준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결혼 전에는 돈을 모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하지만,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가장이 됐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생기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함부로 돈을 쓸 수도 없고, 미래를 고려한 저축과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혼과 함께 경제적 관념에 눈을 뜨면 구체적인 실천은 소비와 저축으로 나타난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저축은 늘린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겠다’가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겠다’는 식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 최근 결혼한 회사원 서문원(32) 씨는 “결혼 후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며 “나 혼자에게 필요한 물건보다 아내와 내가 함께 필요로 하는 물건이 소비의 우선순위가 된다. 덕분에 안 해도 되는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대일 교수는 “부부가 공동소비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저축의 여지가 커진다.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내구재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결혼 전 남녀가 각각 1대의 TV를 봤다면 결혼 후에는 ‘공용’으로 1대만 있으면 된다. 가구, 냉장고, 자동차 등도 마찬가지.
물론 결혼을 한다고 모두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 뒤에도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고 합리적인 지출계획 및 재테크가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결혼은 경제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 ‘1+1’이 0이 되기도, 3이 되기도 하는 것이 결혼경제학이다.
그래도 이런 표현은 계산기를 들이대고 주판알 튕겨가며 “이 결혼은 수지가 안 맞아”라고 내뱉는 것보다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사람들은 신성한 결혼을 돈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데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빛의 속도’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세속적이고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결혼인지 모른다. 결혼이라는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결혼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바라보는 ‘미시적 분석’, 결혼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는 ‘거시적 분석’이 모두 가능하다. 결혼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상자기사 참조).
결혼과 경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결혼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못지않게 경제가 결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예컨대 불경기 때문에 결혼을 미루면 그 여파로 결혼시장의 규모가 줄어든다. 이렇듯 결혼은 한 꺼풀 벗겨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경제적으로 해석된다.
결혼前 : 수요-공급, 편익-비용 메커니즘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부터 경제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 교수는 “결혼은 거래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인간은 결혼에서도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게 마련이라는 것. 그는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을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이 결혼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며 비용-편익분석의 틀을 결혼에도 적용한다.
미혼으로 남거나, 훌륭한 배우자를 찾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결혼생활로 얻는 편익보다 크면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는 결혼이 주는 경제적 이익과 심리적 안정감 등 무형적 편익이 결혼의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데서 또다시 경제적인 선택에 부딪힌다. 혼수 문제 때문에 결혼식도 올리기 전 파혼을 맞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스스로 생각하는 몸값에 비해 상대의 ‘스펙’이 모자란다고 판단되면 결혼은 성사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이 결혼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혼중매업체에서 직업, 재산, 학벌, 집안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비슷한 조합끼리 매칭하는 것도 같은 맥락. 합리적인 판단으로 결혼을 결정한 것과 결혼 뒤의 경제생활은 또 다른 이야기다.
물론 결혼이 경제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결혼이 경제생활의 출발점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많은 이가 “결혼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씀씀이가 큰 남자들이 여성들에 비해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결혼을 통해 가정을 구성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단위경제로 인정받게 된다”고 한다.
결혼後 : 공동소비로 저축 늘어 富 축적 가능
결혼시장은 GDP의 3%에 해당할 만큼 거대 규모를 자랑한다. 웨딩숍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웨딩의 거리.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죠. ‘친구들 만나 쓰는 몇만원이 큰돈도 아닌데’ 싶었죠. 하지만 그런 지출도 합쳐보니 큰 부담이 되더군요. 지출관리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니 결혼을 생각하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은 경제적 인간으로 변모한다. 금리 0.1%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은행계좌를 옮겨 다니고, 재테크에 유별난 관심을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광화문웰스매니지먼트센터 전용준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결혼 전에는 돈을 모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하지만,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가장이 됐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생기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함부로 돈을 쓸 수도 없고, 미래를 고려한 저축과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혼과 함께 경제적 관념에 눈을 뜨면 구체적인 실천은 소비와 저축으로 나타난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저축은 늘린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겠다’가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겠다’는 식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 최근 결혼한 회사원 서문원(32) 씨는 “결혼 후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며 “나 혼자에게 필요한 물건보다 아내와 내가 함께 필요로 하는 물건이 소비의 우선순위가 된다. 덕분에 안 해도 되는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대일 교수는 “부부가 공동소비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저축의 여지가 커진다.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내구재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결혼 전 남녀가 각각 1대의 TV를 봤다면 결혼 후에는 ‘공용’으로 1대만 있으면 된다. 가구, 냉장고, 자동차 등도 마찬가지.
물론 결혼을 한다고 모두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 뒤에도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고 합리적인 지출계획 및 재테크가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결혼은 경제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 ‘1+1’이 0이 되기도, 3이 되기도 하는 것이 결혼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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