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양성이 왜 중요한가
1840년 아일랜드에서 감자에 돌림병이 퍼져 기록적인 기근이 발생했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아일랜드에서 이때 200만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도 끊이지 않아서 이 시기에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나중에 이들이 미국의 번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감자가 아일랜드와 세계사를 바꾼 주역이었던 셈이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전국적으로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 재배하고 있었다. 맛·생산성 등 여러모로 다른 감자에 비해 우수한 감자 종자가 선별됐고, 그 결과 한 가지 종자로 획일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병에 대해 모든 감자가 한꺼번에 해를 입는 사태가 일어났다. 아일랜드 감자 사건은 다양성이 파괴됐을 때,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문화의 다양성과 세계화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성의 원리는 인간세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양한 기후와 지형 조건, 특정 역사와 관습 속에서 인류는 저마다 다른 문화를 이루어냈다. 포괄적 의미에서 문화란, 한 사회 구성원들이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등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을 의미한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4장 ‘인간과 문화 현상의 이해’ 중에서). 유네스코(UNESCO)는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에서 문화를 사회 구성원의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징의 총체로 간주해 그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즉, 각 나라의 상호 신뢰와 이해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인류의 임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강대국 위주로 진행되는 세계화가 각 지역 문화의 다양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접할 수 있다. 먼저 세계화가 각 지역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수한 기술과 질 높은 강대국들의 문화상품은 각 지역 문화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문화상품들만 접하던 나라의 국민은 세계화를 통해 좀더 새롭고,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문화에 대한 그들의 심미안을 높여주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기술과 경험을 전수받는 기회가 된다.
또한 문화의 교류는 고정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다. 각 지역에 맞게 문화는 변형되고 재창조된다. 미국 문화는 각 나라에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수용, 거부, 재창조된다. 세계화를 통해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알려짐으로써 인류는 다양한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호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화가 지역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화는 다양한 지역 문화를 파괴하고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국제 공용어로 자리잡은 영어 때문에 세계 언어의 절반은 이미 소멸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포함한 매체들은 주로 미국의 문화상품을 편중해 소개한다. 이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상품은 미국식 영화와 드라마, 음악들로 획일화돼 버렸다.
이런 문화적 획일화가 비판받는 이유는 세계화가 각 지역의 오래된 전통문화 양식을 열등한 것으로 낙인찍고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대국과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서 문화는 시장 논리에 따라 상품화돼 버렸고, 상품화가 되지 못한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세계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들은 더 이상 정체성과 존엄성의 지표가 아닌 교류 가능한 문화상품으로 전락하면서 본래 모습을 상실해가고 있다.
3. 위기의 대안, 문화 다양성
시베리아 북부 지방의 우고르 오스탸크족은 달(月)을 다양하게 부른다. 어떤 달은 ‘잎이 진 벌거숭이 나무’라 부르고, 그 다음 달은 ‘도보여행’이라고 부른다(이때가 되면 사람들이 말 등에 앉아 여행하지 못하고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사란의 달’, ‘까마귀의 달’(또는 바람의 달), ‘백목질 소나무의 달’, ‘백목질 자작나무의 달’, ‘연어잡이 달’이 차례로 온다. 오스탸크족의 달 이름은 자연과 밀접하게 교감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오스탸크족의 이러한 문화는 어쩌면 자연파괴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감자 사건은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으로 획일화됐을 때 치명적인 돌림병에 대한 대안이 부재함을 보여준다. 즉, 다양한 종의 감자가 소멸되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해결 방안의 가능성까지 함께 없어진 것이다. 세계화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 이것은 인류의 대안과 미래를 지키는 지혜다.
1840년 아일랜드에서 감자에 돌림병이 퍼져 기록적인 기근이 발생했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아일랜드에서 이때 200만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도 끊이지 않아서 이 시기에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나중에 이들이 미국의 번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감자가 아일랜드와 세계사를 바꾼 주역이었던 셈이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전국적으로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 재배하고 있었다. 맛·생산성 등 여러모로 다른 감자에 비해 우수한 감자 종자가 선별됐고, 그 결과 한 가지 종자로 획일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병에 대해 모든 감자가 한꺼번에 해를 입는 사태가 일어났다. 아일랜드 감자 사건은 다양성이 파괴됐을 때,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문화의 다양성과 세계화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성의 원리는 인간세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양한 기후와 지형 조건, 특정 역사와 관습 속에서 인류는 저마다 다른 문화를 이루어냈다. 포괄적 의미에서 문화란, 한 사회 구성원들이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등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을 의미한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4장 ‘인간과 문화 현상의 이해’ 중에서). 유네스코(UNESCO)는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에서 문화를 사회 구성원의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징의 총체로 간주해 그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즉, 각 나라의 상호 신뢰와 이해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인류의 임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강대국 위주로 진행되는 세계화가 각 지역 문화의 다양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접할 수 있다. 먼저 세계화가 각 지역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수한 기술과 질 높은 강대국들의 문화상품은 각 지역 문화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문화상품들만 접하던 나라의 국민은 세계화를 통해 좀더 새롭고,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문화에 대한 그들의 심미안을 높여주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기술과 경험을 전수받는 기회가 된다.
또한 문화의 교류는 고정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다. 각 지역에 맞게 문화는 변형되고 재창조된다. 미국 문화는 각 나라에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수용, 거부, 재창조된다. 세계화를 통해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알려짐으로써 인류는 다양한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호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화가 지역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화는 다양한 지역 문화를 파괴하고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국제 공용어로 자리잡은 영어 때문에 세계 언어의 절반은 이미 소멸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포함한 매체들은 주로 미국의 문화상품을 편중해 소개한다. 이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상품은 미국식 영화와 드라마, 음악들로 획일화돼 버렸다.
이런 문화적 획일화가 비판받는 이유는 세계화가 각 지역의 오래된 전통문화 양식을 열등한 것으로 낙인찍고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대국과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서 문화는 시장 논리에 따라 상품화돼 버렸고, 상품화가 되지 못한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세계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들은 더 이상 정체성과 존엄성의 지표가 아닌 교류 가능한 문화상품으로 전락하면서 본래 모습을 상실해가고 있다.
3. 위기의 대안, 문화 다양성
시베리아 북부 지방의 우고르 오스탸크족은 달(月)을 다양하게 부른다. 어떤 달은 ‘잎이 진 벌거숭이 나무’라 부르고, 그 다음 달은 ‘도보여행’이라고 부른다(이때가 되면 사람들이 말 등에 앉아 여행하지 못하고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사란의 달’, ‘까마귀의 달’(또는 바람의 달), ‘백목질 소나무의 달’, ‘백목질 자작나무의 달’, ‘연어잡이 달’이 차례로 온다. 오스탸크족의 달 이름은 자연과 밀접하게 교감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오스탸크족의 이러한 문화는 어쩌면 자연파괴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감자 사건은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으로 획일화됐을 때 치명적인 돌림병에 대한 대안이 부재함을 보여준다. 즉, 다양한 종의 감자가 소멸되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해결 방안의 가능성까지 함께 없어진 것이다. 세계화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 이것은 인류의 대안과 미래를 지키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