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br>。 미국 페어레이 디킨슨 대학 학사, <br>뉴욕시립대 국제정치학 석사, 경희대 정치학 박사<br>。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1973~86년)<br>。 경남대 대학원장(1978~86년)<br>。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99년)<br>。 통일부 장관(1999년 12월~2001년 3월)<br>。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4~6월)<br>。 현 경남대 총장<br>。 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하지만 회담 재개를 위한 막후교섭 단계부터 한국은 빠져 있었다.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일정을 제안했고, 북한과 미국이 이에 동의한 것.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한국이 헤게모니를 쥐었던 2000년 상황과는 판이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박재규(62)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 간 불신이 심화되는 조짐”이라며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우리는 남북 간 불신이 더욱 심화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6·15 남북화해협력 공동선언의 물꼬를 텄던 산파다. 장관에서 퇴임한 뒤에도 ‘프리랜서 통일부 장관’을 자임하며 두 달 전 ‘윤이상 음악회’와 관련한 방북까지 10여 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박 전 장관을 통해 2000년 때와 달라진 남북관계를 점검해봤다.
“참여정부, 한미관계 중요성 항상 인식하기를”
- 6자회담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올 상반기에는 남북관계가 순조로운 듯했으나 하반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침체기에 들어섰다. 당국 간 회담은 거의 멈춘 상태고, 쌀·비료·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도 중단되고 있다. 특히 11월17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의 찬성표 등으로 남북 간 불신이 점차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열렸는데….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무언가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북압박과 대화의 두 가지 노선을 동시에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북관계 정체가 지속되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차후의 일로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내년 대선이 악재로 작용해 실기(失機)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남북 간 불신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방향에서 상황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었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 및 경제적 지원을 보장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처한 상황을 토대로 핵무기 보유의 효용성을 따져본다면,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만 보장된다면 결국 포기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사태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북한 정권(35.5%)→ 한국 정부(32.3%)→ 미국 정부(28.5%) 순으로 책임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용정책에 대해서는 73.0%가 “방향은 유지하되 일부 수정해야 한다”고 했고, “현재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9%였다. 정치권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사업(남북경협)의 중단 여부를 놓고 지금껏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남북경협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금강산 관광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그 누구도 중지시킬 수 없으며 중지시켜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결코 대북제재 수단으로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북핵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상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곧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사회도 금강산 관광은 분단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속하는 특수한 사업임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경협에 따른 애로가 많다. 개선 방안이 있다면?
“대북사업 관련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체류 미보장이나 높은 물류비이고, 북한 자체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 미비,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 일방적 방북 중단 등이 핵심이다. 앞으로 정부는 북측과 경협 관련 합의서 이행에 필요한 남북공동기구 구성과 운영문제 등을 협의함으로써 경협 활성화와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 인권이 늘 문제다. 참여정부에 해줄 제언이 있다면?
“강경 보수주의자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알지 못한다’면서 경제봉쇄에서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외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현실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우선 북한 주민의 삶의 질부터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정 규모의 인도적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 참여정부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탈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등 당면문제에 대해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교한다면?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화해협력을 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 정부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제거하고 실무자 간 군사 직통전화를 설치하는 등 군사적 긴장완화를 일구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대북사업을 진행해 경의선·동해선 철도가 개통식만 남겨놓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을 돌파하고,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본격 가동하는 등 구체적인 남북화해 진전의 성과들을 확대해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대북 발언들이 표출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12월5일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3~4월이 대북특사 파견과 2차 남북정상회담의 적기(適期)”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1월29일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의 댜오위타이(釣魚臺) 조찬회동에서 금강산 문제와 관련 “북핵문제 해결 전까지는 핵개발에 들어갈 수 있는 현금 등에 대한 지원은 중단돼야 한다는 데 (그와) 공감했다”고 말했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북정책과 관련된 사안에서 구체적인 대안 없이 표심만을 고려한 전략이 대두돼선 안 된다. 각각의 사안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보완하면서 대통령 후보다운 발언과 처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의 사례에서 임기 말의 레임덕은 관례처럼 돼왔다. 그러나 분단이 지속되고 북핵이라는 긴장 요인이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레임덕을 결코 관례로 여겨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는 외교·안보·통일 분야만이라도 레임덕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항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