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문득 ‘스피드와 소비가 주는 즐거움의 궁합은 뭘까’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그 공통점을 굳이 묶는다면 첫째는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요, 둘째는 그 짜릿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짜릿함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여기 소개하는 비자(VISA)카드 광고는 ‘스피드’로 대표되는 겨울 이미지에 ‘소비’라는 컨셉트를 결합한 작품이다. VISA 하나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자신에 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슬로건 ‘all you need’. 더 이상의 군더더기도 필요 없다. 지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부각된 형형색색의 힙라인 속으로 착 달라붙어 있는 ‘Card line’, 경쟁하듯 뾰쪽하게 깎인 이미지로 이 광고는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이런 그림과 뒷주머니에 꽂은 두툼한 장지갑이 어울리기나 할까? 요즘 같은 겨울에는 그렇다 치고, 얇은 반바지에 면티 하나 걸치고 나가는 외출이라면 지갑을 두툼하게 불려놓은 현찰들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럴 땐 명함 지갑에 카드 한 장 달랑 넣고 다니는 것이 폼나 보이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이런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는 만큼 이 광고는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잘 만들어진 광고 하나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카드를 발급받을 소비자도 없을 뿐더러,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손때가 묻도록 카드 하나만을 고집할 이유 역시 없다. 하지만 광고가 주는 일관되고 힘 있는 메시지는 눈덩이처럼 쌓여 언젠가는 마치 영어의 말문이 터지듯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가 수많은 성공 캠페인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그런 크리에이티브의 파워를 믿는다는 것, 광고의 성패 여부는 ‘믿음과 인내의 차이’ 외에 별다른 인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