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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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년차 징크스 2007년엔 누가 희생양?

신인상·MVP 등 최고 활약 다음 해에 추락 빈번 올해 최고 스타 류현진 징크스 탈출 여부 ‘관심’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6-12-19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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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2년차 징크스 2007년엔 누가 희생양?

    삼성의 오승환(왼쪽)과 권오준.

    알면 무서워진다. 상대는 나를 알고, ‘나를 알아버린 상대’를 아는 나는 더 큰 공포감에 시달린다. 이게 바로 2년차 징크스의 시작 아닐까?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 선수(MVP) 동시 석권에 빛나는 열아홉 살 투수 류현진(19)은 숨가쁜 한 해 일정을 사실상 마쳤다. 정규 시즌 → 포스트 시즌 → 아시안게임 → 각종 시상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부모님이 있는 인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역사상 이렇게 화려한 한 해를 보낸 신인이 있던가. 화려함이 클수록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워질 수 있다. 당장 내년이 걱정되는 것도 그 때문. 류현진은 사실 올해 너무 많이 뛰었다. 2007년 류현진이 과연 2년차 징크스를 혹독히 맛볼지, 아니면 거뜬히 이를 극복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는 말 그대로 신인 다음 해에 겪는 부진을 뜻한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1편이 가장 재미있다. ‘조폭마누라’도 그렇다. 화려하게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다음 작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일찍이 한국 문단의 원로작가 한 분은 “어떤 소설가, 시인이 그의 처녀작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겠는가”라고 술회했다. 게다가 출발과 동시에 대박을 터뜨리면 모두가 지켜본다. 사람들의 관심은 부담 백배다. 더 잘하려고 하면 어긋난다. 숨어 있던 징크스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스멀스멀 어깨를 짓누른다.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 종목에선 더욱 심하다. 스토브 시즌에 상대팀은 신인왕 타이틀을 따낸 선수를 좀더 세심하게 분석하고 준비한다. 따라서 신인 첫해와 똑같이 준비했다가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없다. 첫해의 과도한 ‘고속질주’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겪은 시즌과 프로의 패넌트레이스는 강도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한 해를 균등하게 나눠 체력 배분을 하지 못하고 무리했을 경우, 과부하에 걸려 다음 해 부상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결국 2년차의 부진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것을 짧게 끊어버리고 극복하느냐, 아니면 계속 이어지느냐에 따라 해당 선수가 롱런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재영·송창식·배영수 2년차 징크스에 울어

    2004년 신인왕인 현대 오재영은 지난해 매우 부진했다. 데뷔 첫해 10승9패, 평균자책점 3.99의 좋은 성적을 냈으나, 이듬해 1승11패 평균차잭점 6.01을 기록했다. 시즌 초 어깨 부상을 겪었지만 회복 이후에도 좋지 못했다. 전형적인 ‘2년차 징크스’다. 한화 송창식은 2004년에 8승(7패)을 올렸으나 지난해엔 아예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베테랑들에게도 적용된다. 역대 MVP들을 살펴보면 처음 MVP에 오른 뒤 다음 해 성적이 비슷하거나 좋아진 선수는 1983년 이만수(당시 삼성)와 1991년 장종훈(당시 빙그레) 정도밖에 없다.

    최근에는 2004년 MVP 배영수(삼성)가 그해 17승(2패)을 거뒀으나 다음 해 10승을 겨우 넘는(11승11패) 그저 그런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8승(7패)을 낚아올리며 MVP에 오른 손민한(롯데)도 올해 단 10승(8패)에 그치며 MVP의 다음 해 징크스를 실감케 했다. 1위 탈환보다는 수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004년 오재영과 신인왕을 다퉜던 권오준은 2004년 11승5패 2세이브(평균자책점 3.23)를 거둔 뒤 2005년엔 3승1패 17세이브(평균자책점 2.29)로 오히려 성적이 좋아졌다. 권오준은 올해에도 9승1패 32홀드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중간계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이런 건 ‘역(逆)2년차 징크스’라고 해야겠다.

    “2년차 징크스는 호사가들이 붙인 별명일 뿐”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47)을 세운 오승환(삼성)은 어떤가. 2005년 신인왕 오승환은 올 시즌 아예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 마무리로 올라섰다. 첫해의 성적 유지를 넘어서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첫해 성적이 좋던 신인들이 반드시 슬럼프를 겪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류현진은 팔꿈치 검사를 마쳤으며, 체력 훈련 스케줄도 벌써부터 마련해놓았다. 그러나 올해보다 조금 떨어진 성적과 활약상을 보이면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괴물을 불러와 그의 어깨에 걸쳐놓을 것이다.

    2년차 징크스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첫해 잘한 선수에겐 그만큼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데뷔 첫해 깜짝 활약을 한 신인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2년, 3년차가 됐을 때 계속해서 기량이 좋아지는 선수들이 많으나 이런 선수들은 관심 밖에 있다. 따라서 소포모어 징크스는 잘하는 선수가 잠시 쉬어 갈 때, 기다렸다는 듯이 호사가들이 붙이는 별명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설의 좌완 투수 샌디 쿠팩스는 1955년 19세의 나이에 브루클린 다저스(현재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는 가공할 만한 패스트볼과 놀라운 커브를 갖추고도 제구가 따르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다. 그가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것은 다저스에서 6시즌이 지난 뒤였다. 쿠팩스는 자신의 초창기를 ‘그레이트 암, 노 헤드(Great arm, No head)’라는 말로 요약한다.

    쿠팩스가 그려놓은 메이저리그의 각종 성적을 상기해본다면 다저스는 오히려 짧은 시간 그에게 투자하고 큰 효과를 본 셈이다. 다저스는 쿠팩스의 초기 부진에도 6년을 기다려 그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그에게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방출했다면 다저스는 전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 입단 후 3~4년 동안 구단이 스카우트한 선수를 참을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1년 반짝했다가 징크스라는 마물에 휘둘려 선수가 주눅들고 구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징크스는 그야말로 괴물이 된다. 선수들은 ‘소포모어 괴물’을 허상쯤으로 여겨야 한다. 류현진도 2년차 징크스 운운하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자신을 돌아본다면 이 괴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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