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와 생활 15년 ‘사파리의 베테랑’](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12/26/200612260500025_1.jpg)
“15년 가까이 키우다 보니 이제는 맹수들이 자식 같아요. 병이 들거나 크게 다친 녀석들을 볼 때 특히 그렇죠.”
황 사육사가 SUV를 몰고 다가서면 맹수들은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맹수 사육동의 후배들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요즘엔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맹수들의 싸움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일이에요. 보통의 싸움은 주먹질로 끝나지만 이따금 사고가 날 때도 있죠.”
황 사육사는 사파리의 최고 베테랑. 1986년 에버랜드에 입사해 동물을 키워왔는데, 그중 15년을 맹수와 함께했다. ‘사파리 관리’에서만큼은 한국에서 으뜸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글재주가 없어서 엄두는 나지 않지만 이곳 맹수들의 역사를 책으로 쓰면 분량이 몇 권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사파리의 여제 비너스(암사자), 소문난 싸움꾼 십육강(수호랑이) 등 사파리의 맹수들은 모두 그가 직접 손으로 받아 키운 녀석들이다. 수사자와의 사랑으로 라이거를 낳은 암호랑이 명랑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자식이 죽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기가 새로 태어날 때가 제일 행복하고요. 부모 마음이 다 그런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