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가 된 KBS의 독립성 - KBS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기호 1번 손관수 후보)
“정연주 씨 제청은 KBS 비극의 서곡이다!”(기호 2번 박승규 후보)
“가출 가장 정연주 사장! 제발 정신차리시오!”(기호 3번 이영풍 후보)
11월9일 KBS 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을 KBS의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한 직후, KBS 사내 온라인 게시판인 ‘코비스(KoBis)’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노조)의 제11대 정·부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세 후보 진영에서 작성한 비판글들이 일제히 올랐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이 글들은 하나같이 이른바 ‘반정(反鄭·반 정연주)’ 성향이 짙다. 정권에 의해 훼손된 KBS의 독립성, 팀제 시행과 지역국 통폐합으로 대별되는 조직개편 및 경영상의 실책 등을 거론하면서 정 사장의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직원의 82.2%가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정도로 곯은 KBS 내부의 해묵은 고민을 압축적으로 대변한 이 글들이 전조(前兆)가 되진 않을까.
‘코드 박살’ 보도본부 기자가 노조위원장
아니나 다를까, 12월7일의 결선투표에서 KBS 노조의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보는 ‘코드 박살’을 기치로 내건 박승규 기자(보도본부 시사보도팀 소속). 부위원장에는 강동구 기술본부 남산송신소 엔지니어가 뽑혔다.
이번 선거에선 공교롭게도 세 후보 진영 공히 위원장 후보로 기자직을, 부위원장 후보로 기술직을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정 사장과 코드가 맞는 것으로 평가받는 PD직군에서는 이례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KBS 일각에선 PD직군이 후보를 냈더라도 ‘반정’ 정서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필패(必敗)’했을 게 분명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KBS 11대 노조 집행부는 2007년 1월부터 2년의 임기를 개시한다. 현 정권의 밀어붙이기 덕에 연임에 성공해 이미 3년의 임기를 시작한 정 사장과 묘하게도 나란한 행보를 내딛게 된 것이다.
당초 KBS 내에서 박 당선자는 반정 성향이긴 하지만, 강성(强性)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반면 다른 한 후보는 친정(親鄭), 나머지 후보는 초(超)강성 반정 인물로 통했다. 그런데도 4300여 명(가입자격은 차장급 이하 직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노조의 조합원 83.6%가 투표에 참여하고, 그중 66.2%가 박 당선자를 ‘낙점’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보여진 ‘정 사장 대(對) KBS 노조’의 대결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11대 노조는 정 사장을 향해 한껏 날을 벼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선거 구호인 ‘코드 박살’만 봐도 그렇다. 박 당선자는 “‘코드 박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통령이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을 임명하도록 한 현재의 제도적 모순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10대 노조보다 유연한 전략 택할 가능성
‘코드 박살’은 일종의 장기적 투쟁노선이다. KBS의 독립성 확보와 정치적 예속의 탈피를 위해선 청와대가 임명하는 사장이 아닌 공영방송의 철학을 지닌 자질 있는 사장이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잘못된 임명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곱씹어보면, 이미 연임에 성공한 정 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향후 이어질지 모르는 정 사장의 코드정책 혹은 그에 대한 의지를 무력화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1대 노조 집행부는 진종철 위원장을 위시한 현 10대 노조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반정’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과 밀월관계에 있었던 김영삼 위원장 시절의 9대 노조에 반발해 ‘사생결단’을 선거 구호로 들고 나온 뒤 지난 2년간 정 사장에 초점을 맞춰 극렬 투쟁을 벌였던 10대 노조와는 다른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노조는 2005년부터 크게 5가지 투쟁을 벌였다. 같은 해 1월 시작한 방송법 개정안 저지를 필두로 노조 회의에 대한 사측의 도청, 사측이 내놓은 ‘6·1 경영혁신안’ 반대, 임금 인상,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노조의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하며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송신탑 점거 같은 극단적 투쟁양상을 보이면서 조합원들의 광범한 지지를 잃어야 했다.
정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도 10대 노조의 ‘작품’이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정 사장은 연임 이후 첫 출근일인 11월27일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본관 지하주차장 출구를 통해 진입하는 이른바 ‘역주행 출근’을 감행함으로써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는 이날 예정된 취임식도 정식으로 치르지 못했다. 대신 사전녹화한 취임사 낭독 영상물을 오전 10시에 사내방송을 통해 틀었을 뿐이다. KBS 사장 취임식은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홀에서 열리는 게 관례. 그럼에도 정 사장은 하루 전날인 11월26일(일요일)에 녹화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정 사장은 11월28일에 이어질 출근저지 투쟁을 우려해 출근시각인 오전 9시를 훨씬 넘긴 오후에 출근했고, 이튿날부터는 청원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정시 뒷구멍 출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12월7일 노조가 투쟁을 접자 정상적인 출근으로 돌아섰다. 어쨌든 10대 노조의 이러한 투쟁과 그에 대한 정 사장의 떳떳하지 못한 행태는 11대 노조위원장 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게 KBS 직원들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11대 노조는 10대 노조의 강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KBS 내에서 우세하다. KBS 노조 간부 출신인 한 직원의 말이다.
“10대 노조는 2년의 임기 동안 정치투쟁에만 매달려 조합원 복지증진 등 기본적 임무에 등한했다. 지금까지 올해의 임금협상조차 타결되지 못했다. 자연히 조합원들은 신뢰를 거뒀고, 되레 반(反)노조 정서가 상당 부분 형성됐다. 11대 노조는 10대 노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밖에 없다.”
11대 노조가 전임 노조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코드 박살’과 함께 내세운 ‘복지 대박’이라는 선거 구호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강한 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임금 및 복지 부분에 노조의 역량을 한층 집중시켜 정치투쟁에 ‘올인’했던 10대 노조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정 사장 찍어내기’를 위한 극한투쟁으로 인해 도외시돼온 조합원들의 ‘민생’에까지 눈을 돌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편파 방송’ 소용돌이에 빠지나
박 당선자의 개인적 성향이 중립적이어서 극한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KBS 한 직원의 귀띔이다.
“박 기자(박 당선자)는 현재 시사보도팀이 만드는 ‘미디어 포커스’의 데스크다. 예전 이 프로그램은 소위 보수언론을 강력 비판하는 매체비평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그가 합류하면서 중립적인 시각을 많이 반영하려 했다. 진보매체든 보수매체든 비판할 건 비판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 기자는 자신이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 편향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11대 노조의 등장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2007년을 뜨겁게 달굴 대통령선거가 노조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정권에 의해 연임된 정 사장이 KBS를 정권 재창출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또 한번 KBS를 ‘편파 방송’의 소용돌이에 빠뜨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노조의 기본적 시각이다. 11대 노조의 입장은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사전·사후 감시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2005년 4월 KBS 내 ‘제2노조’로 출범한 ‘KBS 공정방송 노동조합’도 이와 별도로 대선 국면에서의 KBS 보도행태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계획이다. 윤명식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문제를 뉴라이트전국연합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취임사에서 “새로 구성될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것이며, 대승적으로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KBS 노사협력팀의 한 관계자는 “아직 11대 노조 집행부가 완전히 꾸려지지 않은 만큼 노사관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며 “그러나 큰 틀에서 상생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기 정연주 체제’에 접어든 KBS. 겉으로는 조용한 분위기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과 ‘코드 박살 노조’의 한판 승부는 길어야 1년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씨 제청은 KBS 비극의 서곡이다!”(기호 2번 박승규 후보)
“가출 가장 정연주 사장! 제발 정신차리시오!”(기호 3번 이영풍 후보)
11월9일 KBS 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을 KBS의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한 직후, KBS 사내 온라인 게시판인 ‘코비스(KoBis)’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노조)의 제11대 정·부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세 후보 진영에서 작성한 비판글들이 일제히 올랐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이 글들은 하나같이 이른바 ‘반정(反鄭·반 정연주)’ 성향이 짙다. 정권에 의해 훼손된 KBS의 독립성, 팀제 시행과 지역국 통폐합으로 대별되는 조직개편 및 경영상의 실책 등을 거론하면서 정 사장의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직원의 82.2%가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정도로 곯은 KBS 내부의 해묵은 고민을 압축적으로 대변한 이 글들이 전조(前兆)가 되진 않을까.
‘코드 박살’ 보도본부 기자가 노조위원장
아니나 다를까, 12월7일의 결선투표에서 KBS 노조의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보는 ‘코드 박살’을 기치로 내건 박승규 기자(보도본부 시사보도팀 소속). 부위원장에는 강동구 기술본부 남산송신소 엔지니어가 뽑혔다.
이번 선거에선 공교롭게도 세 후보 진영 공히 위원장 후보로 기자직을, 부위원장 후보로 기술직을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정 사장과 코드가 맞는 것으로 평가받는 PD직군에서는 이례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KBS 일각에선 PD직군이 후보를 냈더라도 ‘반정’ 정서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필패(必敗)’했을 게 분명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11월27일 노조원들을 피해 ‘역주행 출근’을 한 정연주 KBS 사장.
당초 KBS 내에서 박 당선자는 반정 성향이긴 하지만, 강성(强性)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반면 다른 한 후보는 친정(親鄭), 나머지 후보는 초(超)강성 반정 인물로 통했다. 그런데도 4300여 명(가입자격은 차장급 이하 직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노조의 조합원 83.6%가 투표에 참여하고, 그중 66.2%가 박 당선자를 ‘낙점’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보여진 ‘정 사장 대(對) KBS 노조’의 대결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11대 노조는 정 사장을 향해 한껏 날을 벼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선거 구호인 ‘코드 박살’만 봐도 그렇다. 박 당선자는 “‘코드 박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통령이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을 임명하도록 한 현재의 제도적 모순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10대 노조보다 유연한 전략 택할 가능성
‘코드 박살’은 일종의 장기적 투쟁노선이다. KBS의 독립성 확보와 정치적 예속의 탈피를 위해선 청와대가 임명하는 사장이 아닌 공영방송의 철학을 지닌 자질 있는 사장이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잘못된 임명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곱씹어보면, 이미 연임에 성공한 정 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향후 이어질지 모르는 정 사장의 코드정책 혹은 그에 대한 의지를 무력화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1대 노조 집행부는 진종철 위원장을 위시한 현 10대 노조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반정’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과 밀월관계에 있었던 김영삼 위원장 시절의 9대 노조에 반발해 ‘사생결단’을 선거 구호로 들고 나온 뒤 지난 2년간 정 사장에 초점을 맞춰 극렬 투쟁을 벌였던 10대 노조와는 다른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노조는 2005년부터 크게 5가지 투쟁을 벌였다. 같은 해 1월 시작한 방송법 개정안 저지를 필두로 노조 회의에 대한 사측의 도청, 사측이 내놓은 ‘6·1 경영혁신안’ 반대, 임금 인상,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노조의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하며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송신탑 점거 같은 극단적 투쟁양상을 보이면서 조합원들의 광범한 지지를 잃어야 했다.
정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도 10대 노조의 ‘작품’이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정 사장은 연임 이후 첫 출근일인 11월27일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본관 지하주차장 출구를 통해 진입하는 이른바 ‘역주행 출근’을 감행함으로써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는 이날 예정된 취임식도 정식으로 치르지 못했다. 대신 사전녹화한 취임사 낭독 영상물을 오전 10시에 사내방송을 통해 틀었을 뿐이다. KBS 사장 취임식은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홀에서 열리는 게 관례. 그럼에도 정 사장은 하루 전날인 11월26일(일요일)에 녹화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정 사장은 11월28일에 이어질 출근저지 투쟁을 우려해 출근시각인 오전 9시를 훨씬 넘긴 오후에 출근했고, 이튿날부터는 청원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정시 뒷구멍 출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12월7일 노조가 투쟁을 접자 정상적인 출근으로 돌아섰다. 어쨌든 10대 노조의 이러한 투쟁과 그에 대한 정 사장의 떳떳하지 못한 행태는 11대 노조위원장 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게 KBS 직원들의 이야기다.
11대 노조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정 사장에 대한 비판글들.
“10대 노조는 2년의 임기 동안 정치투쟁에만 매달려 조합원 복지증진 등 기본적 임무에 등한했다. 지금까지 올해의 임금협상조차 타결되지 못했다. 자연히 조합원들은 신뢰를 거뒀고, 되레 반(反)노조 정서가 상당 부분 형성됐다. 11대 노조는 10대 노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밖에 없다.”
11대 노조가 전임 노조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코드 박살’과 함께 내세운 ‘복지 대박’이라는 선거 구호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강한 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임금 및 복지 부분에 노조의 역량을 한층 집중시켜 정치투쟁에 ‘올인’했던 10대 노조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정 사장 찍어내기’를 위한 극한투쟁으로 인해 도외시돼온 조합원들의 ‘민생’에까지 눈을 돌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편파 방송’ 소용돌이에 빠지나
박 당선자의 개인적 성향이 중립적이어서 극한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KBS 한 직원의 귀띔이다.
“박 기자(박 당선자)는 현재 시사보도팀이 만드는 ‘미디어 포커스’의 데스크다. 예전 이 프로그램은 소위 보수언론을 강력 비판하는 매체비평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그가 합류하면서 중립적인 시각을 많이 반영하려 했다. 진보매체든 보수매체든 비판할 건 비판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 기자는 자신이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 편향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11대 노조의 등장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2007년을 뜨겁게 달굴 대통령선거가 노조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정권에 의해 연임된 정 사장이 KBS를 정권 재창출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또 한번 KBS를 ‘편파 방송’의 소용돌이에 빠뜨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노조의 기본적 시각이다. 11대 노조의 입장은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사전·사후 감시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2005년 4월 KBS 내 ‘제2노조’로 출범한 ‘KBS 공정방송 노동조합’도 이와 별도로 대선 국면에서의 KBS 보도행태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계획이다. 윤명식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문제를 뉴라이트전국연합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취임사에서 “새로 구성될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것이며, 대승적으로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KBS 노사협력팀의 한 관계자는 “아직 11대 노조 집행부가 완전히 꾸려지지 않은 만큼 노사관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며 “그러나 큰 틀에서 상생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기 정연주 체제’에 접어든 KBS. 겉으로는 조용한 분위기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과 ‘코드 박살 노조’의 한판 승부는 길어야 1년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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