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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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감시 … 잘 맞을 턱이 있나

  • 입력2006-12-19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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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들고 감시 … 잘 맞을 턱이 있나

    코마야길라 컨트리클럽. 어느 홀에나 총을 든 경호원이 서 있다.

    온두라스는 가난에 찌든 중미 국가들 중에서도 니카라과와 함께 유엔이 극빈국으로 분류한 나라다.

    그런데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이 나라에 설상가상으로 천재(天災)가 끊일 날이 없다. 지진대가 이 나라를 지나가며 툭하면 나라를 통째로 흔들어놓는다. 여기저기에서 화산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아랫마을을 불바다로 만들고, 회색 용암재가 인근 10여 km 사방에 눈처럼 쌓인다. 온두라스는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 위에 함석 한 장을 덮어놓은 셈이다.

    천재는 땅 위에서도 이어진다. 매년 가을이면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어김없이 이 나라를 관통한다. 강한 풍폭우가 이 나라를 할퀴어버리는 것이다.

    이 나라 수도 테구시갈파는 고지대에 자리잡았고 이곳과 이어진 코마야길은 저지대 빈민촌이다. 4월 초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지난해 가을에 덮친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된 코마야길은 손 하나 못 댄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천재 못지않게 인재(人災) 또한 이 나라의 골칫거리다. 이웃나라 나카라과나 엘살바도르처럼 극심한 내전을 치른 나라도 아닌데 온 나라에 총이 널려 있다. 시골에 가면 어깨에 총을 멘 채 개머리판을 땅에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열두서너 살밖에 안 된 녀석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나라는 으스스하다. 조그만 가게도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이 지키고 커피 수확 철이 되면 떼강도와 커피농장 사병들 간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벌어진다. 나도 커피농장에 갈 때 무장한 마을 젊은이를 경호원으로 고용했다.

    테구시갈파 호텔에서 잠잘 때 문의 잠금장치가 신통치 않아 늘 가지고 다니는 나사못, 철사, 드라이버로 문을 엮어놓았는데 강도가 천장을 타고 욕실로 내려오려고 해서 쫓아내기도 했다.

    한낮 장총 무장 공포 분위기 속 라운딩

    이처럼 엉망인 나라에도 골프코스는 있다. 테구시갈파 도심에서 차로 15분쯤 북서쪽으로 가면 코마야길라 컨트리클럽(Comayaguela. C.C)이 나타난다. 둔덕 위엔 하얀 클럽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아래로 9홀이 강강술래를 하듯 빙 둘러 이어졌다. 그린과 페어웨이 모두 버뮤다그래스다.

    중미에서는 풀이 깔린 골프코스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18홀 정규코스, 멋진 골프코스를 찾는 것은 허욕이다. 그런 기준에서 코마야길라 C.C는 썩 괜찮은 골프코스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선명하게 구분되고 그린과 에지가 또렷이 나뉘었다는 것은 관리 상태가 수준급이라는 걸 말해준다. 나무가 있고, 샌드 벙커가 있고, 적당하게 굴곡이 있어 라운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데 한 가지 흠(?)은 분위기가 영 찜찜하다는 것이다. 골프는 초원 위의 평화, 여유, 고요, 바로 이런 것인데 밤도 아닌 한낮에 장총으로 무장한 안전요원이 어느 홀을 가더라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총을 메고 서성거리다 러프 속으로 떨어진 공을 찾아주고 임자 없는 공을 주워 골퍼에게 주기도 한다. “당신들은 왜 총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분위기를 망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강도가 들어와 당신 옆구리에 총을 들이미는 걸 막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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