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출연했는데 대박 “야호”](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12/26/200612260500007_1.jpg)
주몽 역 캐스팅 당시 1순위로 거론됐던 연기자는 안재욱이었다. 하지만 사극이 버거웠는지 안재욱은 ‘주몽’ 대신 KBS의 경쟁작 ‘미스터 굿바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주몽’에 밀려 참패했다. 한예슬의 경우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을 스타덤으로 이끈 희진 역을 맡을 뻔했다. 그러나 SBS ‘그 여름의 태풍’ 주인공을 선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엇갈린 캐스팅’은 많았다. 최근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은 맨 후순위 캐스팅이었지만 결국 이 역할을 잡았고, 영화는 ‘김아중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태희의 첫 영화 주연작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중천’의 소화 역은 가장 먼저 심은하에게 갔지만 결혼으로 불발됐다. 극진 가라테를 창시한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는 가수 비(정지훈)가 낙점될 뻔했지만 결국 양동근에게 돌아갔다.
![‘땜빵’출연했는데 대박 “야호”](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12/26/200612260500007_3.jpg)
당연히 2순위, 3순위로 캐스팅된 배우는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자신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 아니라 ‘남이 버린 작품’에 끼어든 느낌 때문.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러한 기분과 상황은 얼마든지 뒤집어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란 듯이 성공시켜 뒤늦게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를 높이는 연기자가 생기는가 하면, 반대로 캐스팅을 거부하면서 쇠락하는 연기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역으로 유명한 김명민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땜빵’ 연기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를 한 번에 날려보낼 때의 희열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자기가 포기한 역할이 성공했을 때 “나와 인연이 안 닿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 사람에게 간 것은 결국 그 사람에게 갈 운명이었던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물론 쓰린 속마음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지금도 캐스팅 때문에 고민하는 연기자와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한마디 충고 아닌 충고를 던진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패션 7080’에 등장하는 대사인 “느낌 갖고 호흡 갖고 필~ 충만할 때, 그때 판단하란 말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