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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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신당 “나 잡아봐라?”

盧 대통령 포기할 수 없는 다목적 카드 … 지역주의 타파·大選 대역전 드라마 연출 계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12-19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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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신당 “나 잡아봐라?”

    2006년 12월7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소속 민병두 의원(가운데) 등이 당의 진로를 둘러싼 당·청 갈등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친노(親盧)와 반노(反盧)의 틈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그들을 되돌려 세우기에는 갈라진 틈이 너무 넓어 보인다.

    반노 세력은 정권 재창출을 최대 목표로 삼는다. 표를 모으기 위해 민주당과의 합당이 절실하다고 본다. 반면 친노 세력은 지역주의 타파에 무게중심을 둔다. 정권 재창출보다 지역주의 타파에 오히려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친노 인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생각이 강하다. 임기 말을 맞은 노 대통령은 왜 지역주의에 집착하는 것일까?

    지역주의는 ‘정치인 노무현’의 대표 브랜드다. 그의 정치 여정에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화두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지역주의 극복은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이자 물적 기반이다.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은 남은 임기의 대부분을 이 지역주의를 몰아내는 데 전념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호남 몰표를 통해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부정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순서다. 즉, 신지역주의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보다는 한나라당의 ‘안방’을 치고 들어가 둥지를 틀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연정, 중·대선거구제, 영남신당, 영남후보라는 말들이 그래서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온갖 구상 꿈틀



    이 가운데 대연정과 중·대선거구제는 상대(한나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던진 노 대통령의 이런 제의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리 없다. 이미 서너 차례 속살을 드러낸 대연정은 ‘죽은 카드’로 전락했다. 이를 대신해 노 대통령이 뽑아든 카드가 ‘영남신당’이다. 영남신당이란 영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을 의미할 뿐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아니다.

    반노 세력 측은 정계개편 국면에서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 당 사수파들이 내년 초를 전후해 영남신당을 태동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신당에 참여할 의원 수는 대략 30~40명. 당내 친노 직계 의원 10~20명과 비례대표 의원 20여 명을 합한 숫자다. 이 수치는 반노 세력이 우리당을 박차고 나갔을 때 남을 의원들이기도 하다. 반노 세력 측은 이 신당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이 대선과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친노 세력은 이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많이 했다.

    지난 8월 우리당 정대철 고문은 노 대통령을 만나 민주당 등 범여권 통합을 건의했다. 다른 당 원로들과 함께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정권 재창출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명분도, 실리도 챙길 수 없는 하수(下手)라는 것. 정 고문은 최근 당내외 의견을 취합해 A4 용지 10장이 넘는 장문의 편지를 노 대통령에게 올렸다. 이 편지의 요지는 ‘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탈당해 새 정당으로 가자’는 것. 이 편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도 영남신당에 애착을 보인다. 청와대에서 갖는 측근 또는 지인들과의 포도주 모임에서 지역주의 타파와 영남에 대한 열정을 수시로 내비칠 정도다. 한 친노 인사는 “노 대통령은 아직도 정치에 관한 한 자신의 판단력과 직관을 믿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영남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야 한나라당과 싸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청와대 측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전제로 한 통합신당파의 주장은 결국 영남 유권자를 한나라당으로 결집하는 필패(必敗) 전략이라는 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남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중·대선거구제라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3~5명의 의원을 뽑는 제도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금배지를 달 수 있다.

    문제는 이 선거제도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죽은’ 노 대통령을 살릴 이 수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리 없다. 정치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우리당 의원들도 처지는 마찬가지.

    여기서 승부사 노 대통령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통령직을 걸었다. “중·대선거구제만 수용하면 대연정 이상의 것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조기 하야를 언급한 것. 부정적 여론 때문에 하야론은 쏙 들어갔지만, 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온갖 구상이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퇴임 후 총선 출마 가능성도

    영남신당이 완성되면 노 대통령이 뽑아들 두 번째 카드는 ‘영남후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시장이 모두 영남, 그중에서도 대구·경북 후보라는 점에서 같은 영남후보로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경우에 따라선 한나라당의 안방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를 분리한 대결구도를 상정할 수도 있다. 영남의 분열을 통해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호남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친노 세력 측은 민주당과 분할 점령하고 있는 호남 유권자의 지지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아니더라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비호남 후보가 DJ의 지지만 얻어도 일정 부분 호남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론이다. 다름 아닌 노 대통령이 이런 예의 산증인이다.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도 최근 사석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김혁규 의원이나 이수성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친노 세력 측이 거론하는 영남후보들. 관건은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게 새판을 만들어낼 힘이 있느냐는 점이다.

    1946년생인 노 대통령은 2008년 2월 퇴임하면 63세가 된다. 마음만 먹으면 새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인지 미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집착과 대응책은 역대 대통령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풍긴다.

    영남에 올인하려는 노 대통령을 둘러싼 또 하나의 궁금증이 여기서 비롯된다. 노 대통령의 주변에 한동안 떠돌던 퇴임 후 총선 출마설이다. 총선 출마설의 진원지는 핵심 측근들.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전언이다.

    “일전에 노 대통령을 만났더니 ‘나도 18대 총선에 출마나 해볼까’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웃었다.”

    친노 세력 측의 한 관계자는 이를 ‘대통령의 조크’라고 해명했지만 비슷한 증언은 또 있다. 노 대통령이 여권 내 386인사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직을 퇴임한 사람이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 당의 한 친노 인사는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 역할 중에는 총선 출마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반노 세력 측은 이 상황을 언중유골(言中有骨)로 이해한다.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노 대통령이 직접 총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친노 세력이 중심이 된 당이 생긴다면 노 대통령은 결국 이 정치세력의 정신적 구심점을 수행해야 한다. 김해 봉하마을에는 수십 명이 드나들 수 있는 대형 생가가 건설되고 있다. 봉하마을이 영남신당의 중심 무대가 되고, 이를 발판 삼아 노 대통령이 다시 총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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