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인디 라이터 탄생 배경은?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6-08-30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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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 라이터 탄생 배경은?
    한 일간지가 ‘인디 라이터(Indie Writer)’라는 신조어를 발표했다. 사례의 첫 번째 등장인물은 민속학자 주강현 씨. 올해만 그는 ‘관해기’(전 3권, 웅진지식하우스), ‘돌살’(들녘), ‘농민의 역사 두레’(들녘) 등 5권의 책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두레’는 개정판이긴 하지만, 인문 분야 책을 1년에 5권이나 내놓은 것은 놀라운 기록이다. 주 씨는 연평균 1억원의 인세를 받는다고 한다.

    역사평론가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어낸 이덕일 씨도 다작이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전 2권, 다산북스), ‘조선 최대 갑부 역관’(김영사), ‘한국사의 천재들’(공저, 생각의 나무) 등 올해 4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을 ‘조선왕 독살사건’으로 바꿔 출간한 것이 대히트를 해서 인세만 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처럼 고정급을 받는 대학교수나 전임연구원이 아니면서 오로지 글만 써서 생활하는 독립형 저술가들을 인디 라이터라고 한단다. 이덕일, 주강현 외에도 역사 분야에서는 박영규·신정일, 미술의 이주헌·노성일, 경제 공병호, 과학 이인식 씨 등이 인디 라이터로 꼽힌다.

    ‘인디’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 ‘인디문화’라고 하면 자본으로부터 독립, 주류에 대한 비주류, 그리고 검열에 대한 자유를 선언한 자유로운 문화를 의미했다. 영화계에서는 ‘독립’이라는 말을 선호하는 반면, 음악 쪽에서는 ‘인디’ 또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분야에서 인디란 가난한 예술가의 대명사지만 출판계에서는 성공한 저술가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인디 라이터’가 등장한 배경에는 2000년대 들어 형성된 ‘중간필자’들의 힘이 컸다. 중간필자는 전문적인 주제와 지식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저술가를 가리키는 말로, 사실 국적 불명의 조어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 있는 역사소설, 추리소설, SF소설, 연애소설 등을 일본에서 중간문학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한 인문학의 부활을 도울 구원투수로 중간필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번역가에서 소설가, 신화연구가로 거듭난 이윤기 씨나 칸트를 전공한 철학자이며 애니메이션 연구가이기도 한 김용석 교수 같은 이가 대표주자다. 이후 실학을 연구하는 생물교사 이태원(‘현산어보를 찾아서’의 저자), 국문학 또는 한문학과 역사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민(‘미쳐야 미친다’), 강명관(‘조선의 뒷골목 풍경’), 정창권(‘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등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쟁이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문출판의 영역도 다양해졌다. 이처럼 중간필자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전업작가로서 ‘인디 라이터’의 존재가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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