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2007.08.21

변신 또 변신…기업의 혁신 전략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www.gong.co.kr

    입력2007-08-1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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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 또 변신…기업의 혁신 전략

    <b>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b><br>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지음/<br> 이재규 옮김/ 명진출판 펴냄/<br> 404쪽/ 1만9800원

    드러커 교수가 말년에 전략 컨설턴트인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저를 요청해 만들어진 책이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이다. 이 책이 드러커 교수의 다른 저서들과 다른 점은 그의 메시지가 다양한 현장 컨설팅 경험을 가진 인물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된다는 것이다. 현장 경험과 드러커 교수의 지혜가 조화를 이룬 작품인 만큼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조용한 혁명’이란 이름으로 비즈니스 환경에 급속히 몰아치고 있는 5가지 변화를 제시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둘째, 회사와 고객의 지리적 접근 능력이 크게 확대됐다.

    셋째, 인구통계에 관한 기본적인 가정들이 뒤집어졌다.



    넷째, 고객이 권력을 잡았고 회사를 통제하게 됐다.

    다섯째, 회사의 안팎을 구분하던 벽들이 무너지고 있다.

    책에는 이런 변화 물결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 P·G의 변신 사례가 생생하게 소개된다. P·G는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속도와 폭으로 자신을 개방하고 외부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예를 들면 외부 전문가와 은퇴한 직원들을 연구개발센터 업무에 참여시켰고, 라이벌 회사인 듀폰과 기술센터를 연결하는 계획을 검토했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에게 회사가 어떻게 경영되고 있는지에 관해 글을 쓰라고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런 변화 이면에 드러커 교수의 조언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990년 이후 P·G를 컨설팅해온 드러커 교수는 임원들에게 오하이오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보도록 강조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P·G 임원들은 이런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또 하나 성공 사례로 GE의 변신을 들 수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GE에 정기적으로 조언해온 드러커 교수와의 만남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만약 이 방이 당신의 안방이 아니라면 이것을 다른 사람의 안방으로 내줄 수 있겠어요?”라는 드러커 교수 특유의 인상적인 질문이 자신을 각성시켰다고 회고한다.

    드러커 교수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만약 특정 사업에 흥미가 없거나 1등 할 자신이 없다면 그 분야의 전문적 능력과 정열을 가진 동반자와 협업관계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 동반자를 얻어 윈윈 관계를 구축하라는 뜻인 셈이다. GE가 그의 조언을 수용했음은 물론이다. 잭 웰치 전 회장의 개혁 뼈대는 드러커 교수의 지론인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맡겨라”에 의지하고 있다.

    변신 또 변신…기업의 혁신 전략

    P&G와 GE는 드러커 교수의 조언을 적극 수용해 경영 혁신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P&G 본사 전경(오른쪽)과 잭 웰치 전 GE 회장.

    책 곳곳에는 이처럼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경험과 드러커 교수의 지혜가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고 생각할 소재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책에는 기업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또 하나의 큰 주제는 지식근로자를 위한 조언이다. 저자는 드러커 교수와 면담하면서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이 어떻게 승리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물론 예상할 수 있듯 드러커 교수의 답은 “과학기술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지식이지”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런 다음 드러커 교수는 둘 사이의 차이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과학기술은 어제의 지식들을 적용한 것이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지식을 다른 여러 지식에 적용하는, 또는 다른 사람의 역량과 통합하는 우리의 능력에 따라 이길 수 있다.”

    그의 메시지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주 강조한 내용, 즉 지식근로자의 경쟁력은 각각의 지식을 통합하고, 또 각자가 개별적으로 알고 있는 기존 지식에다 그것을 적용하는 능력에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보의 가공과 해석 능력이야말로 자신의 성공에 유일한 제약조건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지식근로자를 위한 조언은 “한편으로 전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전문화해 소외되는 것도 위험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의 핵심은 전문화하되 지나치지 않고 소외되지 않을 정도로 하는 방법을 지식근로자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근로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런 고민거리야말로 경영자가 밤잠을 설칠 만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21세기 기업경영과 경영방식, 고객, 혁신과 폐기, 협력과 오케스트라 조직, 사람과 지식, 의사결정, CEO의 역할 등 총 7장으로 이루어졌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선택한 뒤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실제 드러커 교수의 조언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독자는 커다란 지적 도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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