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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집 완벽한 조화 ‘핀란드 하우징 페어’ 쉽게 세우고 부수는 행사 아닌 쾌적한 마을 건설

  • 헬싱키=안애경 큐레이터 amie@sonoan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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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하멘린나 시 외곽에 조성된 2007 핀란드 주택박람회 전경. 모두 54채의 주택이 지어졌다.
2_벽난로 땔감을 담는 개성 있는 디자인의 용기.

핀란드어로 ‘Suomen Asuntomessut’라고 하는, 이제부터 소개할 행사를 영문으로 옮기면 ‘핀란드 하우징 페어(Finland Housing Fair)’가 된다. 하지만 이 행사는 지었다가 부수는 보통의 주택박람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박람회가 끝난 뒤 일반인을 상대로 전시한 집들을 분양해 실제로 생활하게 하는, 일종의 ‘도시계획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1970년에 시작해 올해로 37회째를 맞은 이번 핀란드 주택박람회는 헬싱키에서 기차로 약 1시간 떨어진 하멘린나(Hameenlinna)라는 작은 도시의 외곽에서 열렸다. 모두 54가구가 각기 다른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54가구 전체가 공통적으로 갖는 테마가 있다. ‘두드러지는 설치물이 없을 것’ ‘이웃집과의 경계를 없앨 것’이 바로 그것. 길가의 집들은 깨끗한 외관을 갖췄고, 도로표지판 외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설치물을 찾아볼 수 없다. 요란하거나 지저분하지 않은, ‘조용한’ 숲 속 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집과 집 사이에는 기존의 자연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자연과 집이 잘 어우러져 있어 자연이 집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집이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핀란드 주택박람회는 일종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다. 인구가 증가해 새로운 공공건물과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해진 어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계획을 제시하면 주택박람회 주최 사무소 쪽에서 기준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고, 적어도 5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도심 외곽에 새 마을이 만들어진다.

이때 지자체가 주최 사무소에 제시하는 계획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 도심 외곽에 위치해야 한다. 이는 새로 건설되는 마을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위한 공공시설과 공용시설물, 공원 등에 대한 사전 계획도 포함돼야 한다.

이 주택박람회에서는 지자체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에 속한 국유지에 ‘박람회 마을’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주택박람회를 통해 공개된 집을 구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득이다. 주택박람회 출품작인 만큼 주택 지명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실내 인테리어나 디자인 제품 등이 주택 가격에 저렴한 값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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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생활할 수 있게 꾸며진 공간. 4_마을 중간에 놓인 원형의 벤치.

아이디어 톡톡 튀는 주거공간 홍보 효과 만점

주택박람회의 집들은 전문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기술자들이 합세해 빚어낸 작품이다. 이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주거형태와 인테리어 등을 제시한다. 미리 집주인이 결정돼 그의 입맛에 맞게 설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먼저 주택을 지은 다음 일반에게 공개하고 집주인을 찾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주택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전시된 집에 들어가 집 안 구조나 인테리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핀란드인들은 스스로 집을 짓고 고치는 일을 좋아하는데, 주택박람회에서 그와 관련한 많은 정보를 얻어간다. 또한 박람회 한편에는 건축자재, 인테리어 소품 등을 홍보하는 부스도 마련돼 있다.

핀란드 주택박람회는 초기에 정부의 협력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지금은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맡아 하고 있다. 해마다 각기 다른 지자체와 협력하며, 수많은 공공기관과 건축 관련 업체들이 참여한다. 또한 많은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미디어 등이 역할을 분담한다.

2008년 핀란드 주택박람회는 핀란드의 북동쪽, 헬싱키에서 약 500km 떨어진 바사(Vaasa)라는 해안도시에서 열린다. 작은 해안을 끼고 그림 같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들어서는 집들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핀란드 주택박람회는 자연을 보호하는 동시에 좀더 효율적인 주거공간을 만들자는 핀란드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의해 시작됐다. 아름다운 자연을 일상에서 즐기는 동시에 보존을 위해 애쓰는 핀란드인들. 참 멋지지 않은가.



주간동아 2007.08.21 599호 (p52~53)

헬싱키=안애경 큐레이터 amie@sonoan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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