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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따로 또 같이 ‘타운하우스’에 사는 법

개인 주택 독립성과 아파트 편리성 결합 … 전원생활 즐기며 이웃과 한 가족처럼 情 만끽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이웃과 따로 또 같이 ‘타운하우스’에 사는 법

북미·유럽에서 발달한 타운하우스(Town House)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저층 저밀도의 공동주택’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합쳐놓은 듯한 퓨전 형식의 주택 형태를 말한다. 출입문이 분리되고, 지하층부터 지상층까지 한 세대가 통째로 사용하는 것은 단독주택과 닮았다. 한편 2∼4개의 단독주택이 합벽식 구조로 나란히 이어져 1개 동을 이루고, 공동관리와 공동정원 및 각종 부대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아파트를 닮았다.

타운하우스 단지 내 부대시설은 일반 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공동정원이나 어린이 놀이터는 기본이고 바비큐장, 야외 수영장, 테니스장, 피트니스센터, 비즈니스센터에 공동 파티룸과 게스트하우스까지 마련돼 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타운하우스는 1984년 서울 구로구 항동에 지어진 그린빌라. 이후 분당과 양평, 파주 등지에도 타운하우스 단지가 들어섰고, 앞으로도 용인·판교·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타운하우스 단지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원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삭막한 아파트를 떠나오니 마음의 여유와 이웃 간의 정을 얻었다”며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면 답답해서 못 살 것 같다”고 말한다.

파주 헤르만하우스“부모 형제나 친구들이 함께 입주하는 경우 많아요”



파주시 출판단지 내에 있는 헤르만하우스에 살고 있는 안종성(68) 씨는 출가한 딸 가족, 분가한 아들 가족과 모여 살기 위해 7월 말 금산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 “아들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되었다”는 안 씨는 “그동안은 멀리 떨어져 있어 명절 때만 자식들을 보았는데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 짐 싸들고 올라왔다”고 했다. 이제 2개월 남짓 살아본 셈. 하지만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웃과 따로 또 같이 ‘타운하우스’에 사는 법


이웃과 따로 또 같이 ‘타운하우스’에 사는 법
안 씨는 우선, 공원 안에 집이 있는 것 같아 좋다. 특히 해가 넘어갈 무렵 거실 창을 통해 보는 노을은 꼭 바닷가에서 보는 노을처럼 아름답다. 단지 뒤쪽으로 심학산이 있어 매일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바비큐 파티 등을 열면서 이웃끼리 터놓고 지내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도 주민들끼리 왕래도 많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그래요. 오히려 시골보다도 더 가족적인 분위기라니까요. 이제 자식들만 옆집으로 불러 모으면 모든 게 오케이입니다.”

헤르만하우스의 시행사 ㈜제이비에스의 정종일 대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헤르만하우스의 입주자 중 30, 40대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대부분 의사, 교수, 작가, 경영 컨설턴트, 조종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도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데다 가격도 높기 때문에(50평형대 분양가 4억8000만~5억6000만원 정도) 40, 50대 여유층이 주로 분양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라는 게 정 대리의 부연 설명.

만화가 고윤곤(38), 장현주(35)씨 부부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올해 6월 말 헤르만하우스로 들어왔다. 이들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집 구조 때문이다. 헤르만하우스의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침실, 반지하층은 서재나 작업실, 손님 접대실 등 다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천장이 높다는 점, 그리고 각 층마다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반지하층이 마음에 쏙 들었죠.”

만화가인 고 씨는 반지하층을 자신의 작업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작업공간과 생활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집 앞 오피스텔을 얻으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부인 장 씨 때문에 출판단지에 왔다가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고,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전업 작가에게 딱 맞는 집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번역가나 작가들이 많이 살고 있죠. 반지하층 작업실로 내려가면 일터 같아요.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이 쓰이지 않으니 작업 능률도 오르고요.”

그런데 고 씨는 “이사 와서 처음 한 달가량 거의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유인즉, 이웃들과 모여 노느라고 그랬다는 것. 누군가가 불만 피워놓으면 굳이 부르지 않아도 집집마다 각자 알아서 음식이나 술을 들고 나와 파티를 벌인다는 것이다.

고 씨는 “친구들을 사귀고 주민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은 우리 부부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부인 장 씨는 이 집으로 이사 온 뒤 “남편이 변했다”고 했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땐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남편이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 앞에서 들꽃을 꺾어다 주기도 한다고.

장 씨는 아파트에서 살 때보다는 아무래도 일이 많아졌지만, 자연 속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기쁨이 그런 불편을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저희 부부는 올 1월에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는데, 이런 곳에서 둘만 살기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예전엔 아이 생각이 그다지 없었는데, 지금은 빨리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3월 일찌감치 입주했다는 김지영(35) 씨는 무엇보다 맑은 공기 덕분에 천식을 앓던 여섯 살짜리 아들이 건강을 되찾은 모습을 볼 때마다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편과 아들이 정원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볼 때도 그렇다.

“정원뿐만 아니라 이젠 집 안에서도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요. 아파트에서 살 땐 아래층 눈치 보느라 조금만 뛰어도 말리곤 했는데, 이제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피아노도 마음껏 칠 수 있게 됐죠. 지금 생각하면 그 답답한 아파트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어요.”

양평 분지울마을“주말·휴가 때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해요”

양평의 분지울마을은 총 5동 19가구 중 상시 거주하는 가구는 6가구뿐이다. 나머지 13가구는 주말주택이나 별장 등과 같이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직장이 있는 서울 아파트에서 살면서 주말이나 휴가 때 이곳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모(34) 씨는 이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들러 주말 별장용으로 분양을 받았다. 정 씨처럼 이곳을 세컨드 하우스로 삼은 사람들은 주로 팍팍한 도시생활을 떠나 잠시라도 생활의 여유를 가지려는 30, 40대들로, 대부분은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소기업 대표나 전문직,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있다면 다들 잘살 거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곳 분양가는 1억3000만원으로 수도권의 27∼32평대 아파트 값밖에 되지 않는 걸요. 어떤 집은 서울에서 전세를 살면서 이곳에 집을 마련했다고 해요.”

도시에 살면서 잃어버린 정신적 여유를 찾고 싶었다는 그는 이곳에서 덤으로 이웃 간의 정도 얻었다.

“이곳에서는 ‘이 집에 가서 밥 먹고 저 집에 가서 차 마시고’ 그래요. 특히 가을에는 공동 텃밭에서 가꾼 무와 배추를 수확해 단체로 김장을 담그죠. 서울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를 초대하기도 해요. 또 겨울에는 장작패기 대회를 열기도 하는데, 집집마다 벽난로가 있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렇게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그래서 그런지 이웃끼리 친분이 두터워요. 이런 묘미에 빠져 요즘은 서울 본가보다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분지울마을에 상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개 60대 이후로, 그들은 현업에서 은퇴한 뒤 이곳에서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이곳에 상주하는 이모(67) 씨는 전원에 터를 잡으려 해도 아파트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는데, 전원주택의 독립성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합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어 서울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아예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는 문을 꼭꼭 잠그고 살면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이곳은 열아홉 집이 모두 잘 알고 지내요. 이웃 간에 문이 활짝 열려 있거든요. 전원 속에서 이웃과 함께 즐겁게 지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한층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분당 조이빌리지“애 혼자 두고 나가도 걱정 안 해요”

크리스천들이 모여 만든(처음엔 모두 크리스천이었는데, 최근 크리스천이 아닌 가족이 들어왔다) 분당의 조이빌리지에 살고 있는 이영이(54) 씨.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2000년 2월 이곳으로 들어온 그는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것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평화와 여유, 그리고 ‘수많은 가족들’이다.

“요즘은 아파트에서 부모와 자식만 달랑 사는 데다가 이웃과 왕래도 없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정서가 점점 메말라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 사는 아이들은 달라요. 이웃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도 되고 할머니도 되고, 또 때론 고모도 되고 삼촌도 돼요. 아이들끼리는 형제자매처럼 지내요. 그래서 엄마들이 애 혼자 두고 나가도 걱정을 안 해요. 그만큼 이웃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거죠.”

조이빌리지에서는 15가구 모두가 한 가족이다. 실제 태권도장에 다녀오던 이웃집 사내아이가 이 씨를 보고 “안녕하세요”가 아닌,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마치 가족 어른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아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 한다고 해도 눈도 안 마주치고 형식적으로 인사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랐다.

“여기는 우리 집, 남의 집 그런 경계와 구분이 없어요. 모두가 한 집, 한 가족인 거죠. 정원만 해도 경계가 없어요. 따져보면 한 가구당 얼마 안 되는 정원인데, 그 경계가 없으니 이렇게 넓잖아요.”

여기로 이사 올 때 그의 큰딸은 대학생, 작은딸은 중학교 2학년이었다고 한다. 작은딸은 처음에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오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아지도 키울 수 있고, 정원도 가꿀 수 있는 이곳 생활을 누구보다 좋아한다고.

“가끔 농담으로 ‘다시 아파트로 이사 갈까’라고 물어보면, 작은딸은 ‘답답해서 어떻게 사느냐’며 고개를 젓는답니다.”

분당 아파트에 살다가 2005년 8월에 이곳으로 이사 온 노영미(43) 씨는 오랜 꿈을 이루었다.

이웃과 따로 또 같이 ‘타운하우스’에 사는 법


“오랫동안 전원주택을 꿈꿨어요. 여자들은 보통 마당 있는 집,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집을 꿈꾸잖아요. 그런데 전원주택은 교통도 불편하고 생활 편의시설도 부족해요. 그런 것은 차치하더라도 중1, 고1인 딸들의 교육문제가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전원주택을 알아보면서도 고민하던 차에 이곳을 소개받은 거예요. 보자마자 바로 여기다 싶었죠. 그래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지도 않고 덥석 계약부터 했어요.(웃음) 예쁜 집으로 이사 왔다고 저보다도 두 딸이 더 좋아해요. 남편은 정원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그러고요.”

물론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모여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불편함도 있다. 가족처럼 터놓고 지내다 보니 때로는 서로 맞지 않아 부딪치고 다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노 씨는 “다투고 화해하고 그러면서 정도 더 깊어진다. 그게 사람 사는 거 아니냐”며 “요즘 사람들은 충돌이 너무 없는데, 그게 다 사람들 사이에 벽이 두껍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벽이 없는 이곳에서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있는 그는 행복하다.

정은아(32) 씨는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에서 살다가 지난해 봄 귀국하면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 뉴욕에서 사는 동안 외롭고, 사람의 정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람들끼리 부딪치며 사는 것이 좋다.

“솔직히 아파트 생활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라도 못할 거 같아요.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아이들이 밝고 사교적이 됐어요. 또 자연 속에서 흙 만지며 사니까 정서적으로도 풍요롭고요.”



주간동아 557호 (p66~68)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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