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잠시라도 당신은 행복한 여행자

  • 류진한 한컴 제작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6-10-18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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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라도 당신은 행복한 여행자
    ‘돈도 있다! 나이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물론 없는 것이 ‘시간’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나이도 있을 만큼 있다! 시간은 누구보다 충분하다! 그런데 돈이 없다!’가 된다면 조금은 더 우울할 것이다. 어쨌든 여행은 우리에게 ‘방황’과는 다른 즐거운 가치를 선물함이 틀림없다. 그리고 요즘 같은 계절이야말로 생활의 낙서로 가득 찬 머리와 가슴을 털어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여행을 소재로 하는 광고는 다분히 여행 광고 같아야 한다. 다시 말해, 그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노트북을 덮고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 광고들은 어떠한가? 하나같이 숫자의 천국이다. ‘23만5000원 나라’로 가는 여행? ‘180만원 나라’? ‘450만원짜리 나라가 특별 할인되어 350만원 나라’가 된 디스카운트 여행 등등.

    여행은 어쩌면 그 자체로서 생활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인생을 봇짐 싸 들고 가는 ‘소풍’에 비유한 시인의 마음속에 ‘여행’은 잠시 한눈파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여행 광고는 그 광고를 보는 사람을 이미 그곳에 모셔다 놓아야 한다. 잠시라도 그곳의 바람, 그곳의 이국적 향기, 그곳의 태양을 느껴보는 즐거움을 선물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이 광고를 보는 순간, ‘나의 미래 여행지’ 목록에 멕시코를 끼워넣기로 했다. 마야와 아스테카로 대표되는 고대 문명을 화려하게 꽃피운 인디오의 땅! 그 신전 아래서 우러르거나 이미 그 위에 올라 있는 수백 개의 ‘클릭들’. 태평양과 인접한, 그러면서도 아카풀코(Acapulco) 같은 고급 휴양지가 아니라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열대림의 그늘에서 바람을 마시고 시원한 해변의 파도로 무릎을 씻는 ‘클릭들’이 여행하는 인류로 보이는 것은 나의 광고적 상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행동을 저지르고야 만다. 광고에서 그들이 가르쳐준 www.visitmexico.com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이 광고는 광고를 만드는 나를 대상으로 승리했다. ‘One click and you’re there’라고 던진 한 줄의 카피처럼 나는 이미 그들이 던진 미끼로 기꺼이 배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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