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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한제국을 許하라?

“부활하라, 황실 문화여!”

온-오프라인 20여 단체 대한제국 복원 주장 … 일부는 황실 복구 정치 활동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부활하라, 황실 문화여!”

“부활하라, 황실 문화여!”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 선생의 영결식. 운구가 창덕궁을 빠져나오고 있다.

“처음 ‘대한제국 황실 복원’을 위한 모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만화 같은 소리라는 거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제에 의해 강제로 중단된 조선 왕조의 전통을 우리 시대에 맞게 복원하자는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대한제국 황실 복원을 주창하는 인터넷 카페 ‘우리황실사랑회’(이하 ‘사랑회’, www.srkr.org) 대표 이승욱(38) 씨가 모임을 만든 때는 2001년 8월. 올해로 6년째를 맞는 이 모임엔 황실 복원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회원 48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이 씨가 ‘황실 마니아’가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2001년 초 TV에서 우연히 태국의 쿠데타 소식을 접하고부터다.

“쿠데타 세력과 반(反)쿠데타 세력이 모두 국왕 앞에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더군요. 당연히 국가적 혼란도 바로 정리됐죠. 그걸 보면서 ‘우리도 국민에게 존경받는 황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재건회·사랑회 5000여 회원 확보



이 씨가 운영 중인 사랑회의 활동은 황실의 상징적 복원을 위한 홍보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삼릉 복원 같은 황실문화 복원사업도 이 단체의 중요한 연구과제다. 이와 별도로 황실에 대한 일반의 맹목적인 동경을 경계하는 홍보도 중시하고 있다.

이 씨는 “만화와 드라마 ‘궁’을 통해 황실문화가 널리 전파된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멋있는 옷을 입고 다니면서 자기 마음대로 생활하는 드라마 속 황실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며 “일제에 의해 중단된 대한제국 황실의 정신을 계승해 상징적으로 재건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지부도 두고 있는 사랑회는 현재 김, 이, 박, 윤 등 각종 성씨를 가진 25명의 운영위원이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사망한 이구 황세손의 양자로 입적된 이원 황사손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있다.

“부활하라, 황실 문화여!”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활동 중인 황실 복원 모임은 20개가 넘는다.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게는 5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들 단체에서 활동하는 ‘황실 마니아’들은 하나같이 ‘황손을 예우하자’ ‘황실을 복원하자’는 주장을 편다.

대표적인 모임으로는 사랑회 외에도 ‘대한황실재건회’(이하 ‘재건회’, cafe.daum.net/KoreanEmpire), ‘황실보존국민연합회’(이하 ‘연합회’, cafe.daum.net/

epna), 최근 여황 승계식을 거행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대한제국황족회’(이하 ‘황족회’) 등이 꼽힌다. 전주 이씨 종친 모임인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이하 ‘종약원’)도 넓은 의미에서 황실 관련 단체로 분류된다.

이 중 재건회는 대한제국의 황실 부활을 모색하는 모임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1999년 8월 정식으로 출범한 재건회의 회원 수는 10월12일 현재 5100여 명. 재건회 운영자인 회사원 리종엽(32) 씨는 “회원 대부분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회원끼리 근대 역사에 관한 자료를 교환하고, 황실의 역사를 담은 자료를 만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황실 관련 단체의 경우 특정 황손을 지지하는 팬카페의 성격을 띠거나 황실 복구를 위해 정치적 활동도 펼치지만, 우리 모임은 그런 것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족들이 직접 모임 결성 주장하는 황족회

‘조선왕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단체에서 비롯된 재건회는 2001년 모임 이름을 ‘대한 황실의 상징적 재건을 바라는 모임’으로 개칭하면서 본격적인 황실 관련 단체로 변신했고, 같은 해 11월 ‘대한황실재건회’로 다시 한번 단체명을 바꾼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재건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학술단체이자 황실복원 운동단체로 변모했다. 정기적인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조선왕조-대한제국의 역사에 대한 방대한 자료도 확보했다. 올해 초 MBC가 방영해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궁’의 씨앗도 이곳에서 배태됐다. 만화 ‘궁’의 원작자이자 재건회 회원인 박소희 씨는 작품의 모티브를 이곳 재건회를 통해서 얻었다. 박 씨는 만화 ‘궁’에서 “이 작품을 쓰는 데 재건회 등 황실 관련 단체들의 연구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부활하라, 황실 문화여!”

우리황실사랑회, 대한황실재건회, 황실보존국민연합회 홈페이지(위부터).

앞서 언급한 모임들에 비해 활동은 다소 미약하지만, 연합회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긴 역사를 지닌 황실 복원 모임이다. 고종의 아들인 의친왕의 11남 이석 씨의 팬카페로 시작한 이 모임은 1980년대 후반에 결성됐으며, 2002년엔 인터넷 카페로 탈바꿈했다. 현재 43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연합회는 이 씨를 대한제국의 적통(嫡統)으로 지지한다. 1960년대 가요 ‘비둘기집’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이 씨는 현재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2003년 6월 만들어진 ‘황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2005년 10월 재건회로 통합 운영), ‘사동궁 모임’(황실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 등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고종의 3남 의친왕의 딸 이해원 씨를 ‘대한제국 30대 여황제’로 추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황족회 또한 이번 승계식을 계기로 황실 복원을 추진하는 단체로 급부상했다. 5월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창립 행사를 연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 회원은 현재 10여 명으로 모두 전주 이씨이며, 고종을 기준으로 방계 10촌 내외의 인척이라고 한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초남(의친왕의 손자라고 주장) 씨와 총리대신을 맡고 있는 성민대(충남 천안) 리강무 총장(신학박사) 등이 모임을 주도하는 대표인물이다.

황족회의 결성에 대해 여황제 비서실장이자 황족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성주 씨는 “그동안 황실의 전통이 끊긴 상태에서 종친회 격인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이 황실 복원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대신해왔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껴 황족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며 “이번 승계식을 치름으로써 비로소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가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많은 황실 복원 관련 단체 중 황족들이 직접 모임을 결성했다고 주장하는 곳은 황족회가 유일하다.

사실상 황족 단체로 활동해온 ‘종약원’

전주 이씨 문중의 종친단체인 종약원은 지금껏 사실상의 황족 단체로 활동해왔다. 국가에서 황실의 역할을 위임한 단체도 종약원뿐이다. 종약원은 황실 몰락 이후 황실의 역할을 일부 수행해왔으며 영친왕, 순종황제의 계비인 순명효황후, 영친왕 비인 이방자비, 고종황제의 딸인 덕혜옹주, 이구 황세손 등이 사망했을 당시 정부와 함께 모든 장례 절차를 주관했다. 또 종묘대제나 각종 능(임금의 묘)의 제향을 주관하고 있으며, 이러한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수억원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2005년 일본에서 사망한 이구 황세손의 뒤를 이은 이원 황사손의 양자 입적을 결정하고 집행한 주체도 바로 종약원이다. 종약원의 이정재 사무총장은 “종약원은 황실 복원을 주장하거나 준비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잇는 다양한 사업을 해온 만큼 사실상 황실 단체로서의 대표성을 지닌다”며 “그동안 생존한 황족 후손들과 논의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고 앞으로도 올바른 황실문화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557호 (p22~24)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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