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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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드라이브 선언… 알고 보면 ‘朴의 남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7-19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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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세게 재수 좋은 대표’. 한나라당 김형오 신임 원내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표 경선에 나선 그에겐 사람도, 조직도, 돈도 없었다. 10년 넘게 생사고락을 같이한 한 측근은 ‘맨손으로 일군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경선에서 내세운 승부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원내대표는 대리전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경쟁자는 확실한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 김 대표는 그를 친박이라고 몰고 자신은 무색무취라고 강조했다. 그의 외침에 이명박 전 시장 측과 소장파 인사들이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색깔’ 강화를 의식한 이들은 김 대표가 깔아놓은 역주행로로 들어섰다. 선거가 끝난 뒤 당 주변에서는 “김무성 후보가 됐으면 온통 박근혜 판이 됐을 것”이라며 역선택에 안도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과 비주류, 소장파가 간과한 것이 있다. 김 대표가 ‘중립과 중도’를 표방하며 무색무취를 주장했을 때 좀더 철저한 검증작업을 벌였어야 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김 대표의 원래 색깔은 ‘박근혜 무늬’에 가깝다. 줄을 세우자면 유승민, 전여옥,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최근접 거리에 서고, 김 대표는 그보다 몇 걸음 뒤라는 차이만 있을 뿐 활동 공간과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대표의 정치 이력을 조금만 눈여겨보면 박 전 대표와 함께 선 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4년 3월 탄핵 발의 이후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를 맞아 천막당사로 옮기던 시절, 김 대표는 사무총장을 맡아 박 전 대표의 ‘오른팔’로 활동했다. 17대 총선 때에는 선대본부장을 역임했고 인재영입위원장 등 주요 직책도 맡았다.

    그 역시 원내대표 선출 직후 “박 전 대표와는 과거도, 지금도 가깝다”고 말했다. 미래연대 소속 한 소장파 의원은 김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김무성 의원보다는 박 전 대표와 덜 가깝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선의 선택이었다라는 말이다.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은 “한나라당의 기본 원칙은 투쟁할 것은 투쟁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한다”였다. 수권정당으로의 변신도 강조했다. 김 의원에 뒤처지던 김 대표는 이제 그들을 추월해 새로운 ‘박의 남자’로 설 기회를 맞은 듯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한다. 김 대표는 과연 박의 남자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중도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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