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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홈스쿨링, 모험인가 대안인가

휴식·여행 ‘마음껏’ 공부는 ‘능력껏’

홈스쿨러가 말하는 홈스쿨링 성공조건 … 부모는 안내·지지자일 뿐, 주도는 자녀가 해야

  • 정리=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휴식·여행 ‘마음껏’ 공부는 ‘능력껏’

  • 홈스쿨링은 분명 모험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면서 헤쳐나가야만 성공리에 마칠 수 있는 긴 여정이다. 홈스쿨링 선택을 앞두고, 혹은 홈스쿨링을 처음 시작하면서 부모들이 토로하는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서강대 교육학과 김재웅 교수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심은희 씨에게 조언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자녀를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러다. <편집자>
휴식·여행 ‘마음껏’ 공부는 ‘능력껏’

현직 교사인 심은희 씨는 “학교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에 시달리거나 교사에게 차별대우를 받아 상처 입은 아이라면,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다니기 싫다고 호소하는 아이라면 학교로부터 아이를 ‘구출’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학교에 남아 있을수록 상처는 더 커지고 자아 존중감은 더욱 낮아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웅 교수의 둘째 딸은 학교의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다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 나이로, 집에서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밖에서도 훌륭한 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아이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홈스쿨링은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합의한 상태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하라

부모가 일방적으로 원하거나, 아이가 무조건적으로 조른다고 해서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가 학교 다니기를 원한다면 아이 뜻에 따르는 것이 낫다. 심 교사는 일찌감치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큰아들 종건이가 먼저 ‘학교 안 다닐래’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 종보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지만,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홈스쿨링에는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중요하다. 섣불리 홈스쿨링을 선택한 많은 부모들은 ‘내가 아이의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닐까’ ‘아이가 나중에 부모를 원망하면 어떻게 할까’ 하며 불안해한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쳐 아이 또한 갈팡질팡하게 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언제 학교를 그만둘지, 홈스쿨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합의해야 한다.

|‘학습=학교수업’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홈스쿨링을 ‘학교 공부를 집에서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학교와 똑같이 공부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학교에 다니는 편이 낫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집이 학교가 되고 아빠가 교장선생님, 엄마가 담임선생님이 된다면 학교가 싫은 아이에게 ‘또 다른’ 학교를 선사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일과시간표는 미리 짤 필요 없다

많은 부모들이 미리 일과시간표를 짜둔 다음 학교를 그만두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학교를 그만두면 시간이 정말 많아진다. 그때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보고 계획을 세워 실천해도 충분하다.

|아이가 실컷 놀게 내버려둬라

‘해방의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학교에서 상처를 입고 그만둔 아이라면 상처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최소한 3개월, 길면 1년 정도 자기 마음대로 지내도록 내버려둔다. 잠도 실컷 자고 인터넷도 실컷 하고 TV도 실컷 보면서 상처는 자연 치유된다. 이때 “쟤는 어쩌려고 저러는지 몰라” 하는 부모의 걱정 섞인 푸념이 아이 귀에 들어가는 것은 금물. 김 교수의 둘째 딸도 학교를 그만두고 3개월 동안은 늦잠 자고 만화책을 실컷 읽는 등 정말 원 없이 ‘놀았다’. 3개월이 지나자 스스로 공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먼저 무엇인가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 것이다. 아이는 누구나 자기 미래에 대한 꿈, 지적 호기심, 배우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식·여행 ‘마음껏’ 공부는 ‘능력껏’

김재웅 교수는 “아이의 모든 학습을 부모가 책임지려 하지 말고, 사교육이나 인터넷 강의, 다른 홈스쿨링 가정과의 ‘품앗이 교육’ 등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부모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하면 홈스쿨링의 주도자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여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일을 맡는다. 홈스쿨링 초기 단계에서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자’ 역할을, 학습을 시작했다면 공부를 도와주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이가 자기주도형 학습을 하게 된다면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는 심리적인 지지자 역할을 하면 될 뿐이다. 심 교사는 아들 종건이를 그저 믿고 지켜보다가 ‘돈’만 대준다고 한다. 종건이는 이달 말 홈스쿨러 친구 2명과 일본 간사이 지방으로 여행 갈 계획인데 스스로 여행계획서를 작성해 엄마에게 제출한 다음 80여 만원의 여행자금을 ‘펀딩’ 받았다.

|‘게으름 방지’ 장치를 둬라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주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늦게 일어날수록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각종 수업, 행사, 전시회, 캠프 등을 쫓아다니려면 아무래도 늦지 않게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오전 9~10시경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정해두고 이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게을러지는 것을 차단하도록 한다. 경기 분당에 사는 가진이는 오전 9시30분에 걸려오는 영어과외 전화를 받기 위해 늦어도 9시에는 일어난다.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

집에만 있다 보면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에도 다니느라 주말에도 만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자신처럼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갈증을 풀어주도록 한다. 충북 제천에 있는 ‘학교너머’는 매달 한 차례씩 홈스쿨러 캠프를 열고 있는데, 중요한 목적이 홈스쿨링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세학모’가 매주 목요일 ‘하자센터’에서 여는 홈스쿨러 공동모임을 비롯해 각 지역의 소규모 홈스쿨러 모임 등을 뒤져서 아이에게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홈스쿨러의 대학 가기

검정고시 필수 … 수시 응시 못해 불리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홈스쿨러들도 대학만큼은 진학하기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

홈스쿨러가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따야 한다. 검정고시는 평균 60점 이상만 획득하면 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세 이하의 고졸 검정고시 합격률은 60%에 가깝다. 박솔잎 양도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치른 지 4개월 후에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치러 무난하게 합격했다. 동갑내기 친구들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대입시험에 반영되는 내신성적은 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비례해서 받게 된다. 정시모집에서는 홈스쿨러라고 해서 학교 졸업자들에 비해 불리한 점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수능점수 없이 내신점수만 반영되는 수시모집이나 추천에 의한 특별전형 등에는 아예 응시할 수 없다. 최근 대입전형에서 정시모집 비중은 낮아지고 수시모집이나 특별전형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서 홈스쿨러가 좀더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도 할 수 있다.




주간동아 533호 (p26~27)

정리=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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