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영동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멧돼지’가 잡혔다. 영동자연생태계보존협회 오창진(55)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11월1일 200kg이 넘는 대형 멧돼지를 2시간 남짓 추격한 끝에 사살했다. 10월31일 같은 지역에서 박모(80) 씨를 물어 숨지게 한 바로 그 멧돼지였다. 혼자 논에서 볏짚을 묶던 박씨는 멧돼지에게 얼굴, 팔, 허벅지 등 온몸이 심하게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오 회장은 “사고 이후 영동군에서 요청이 들어와 회원을 모아서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아주 사납고 힘이 좋은 수멧돼지여서 사냥개도 동원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포획한 멧돼지를 마을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마을 사람을 죽인 멧돼지를 우리가 가질 수 없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이 지역 인근에서 밭농사와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부다. 짬짬이 밀렵 감시, 자연 동식물 구제, 야생 동식물 보존 및 관리 등의 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협회 활동에 참여해 올해로 5년째 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연 생태계 보존 및 관리에 힘쓰고 있다. “농사일도 바쁘지만 자연을 지키고 관리하는 일도 농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번처럼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방지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죠.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다쳐서는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