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

페루 멸치값 오르면 왜 일본 두부값 오를까?

  • 김정금 JK 수리논술연구소장·제일아카데미 대표

    입력2006-11-13 10: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음은 지구환경에 관련된 과학논술이다. 배경지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활용하여 주어진 문제를 서술하시오.

    배경지식)

    1. 엘니뇨와 라니냐의 정의

    엘니뇨는 원래 남미 페루 연안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올라가는 계절적 현상을 일컫는 말이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고기 떼가 연안 바다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비가 많이 내리므로, 어부들은 출어를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때문에 이런 현상을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El Nino, 남자 아이라는 뜻)라 부르게 됐다.

    학자들은 해수면 온도에서 평균값을 뺀 편차를 가지고 엘니뇨를 정의한다. 열대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 수온보다 0.5℃ 이상 높은 경우 엘니뇨라고 정의하고, 이와 반대로 0.5℃ 이상 낮은 경우는 라니냐(La Nina,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라는 뜻)라고 정의한다.



    2. 엘니뇨 발생 원리와 영향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보통 서태평양이 고온이고, 동태평양의 남미 연안은 저온이다. 이 온도차 때문에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쪽으로 흐르는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 태평양 상공의 대기는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저기압, 동태평양 지역에서는 고기압 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등의 서태평양 지역은 평소 비가 많이 오고, 페루 등의 동태평양 지역은 날씨가 맑고 건조하다. 그러나 동태평양 쪽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흐른다.

    기상학자들은 열대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5개월 넘게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를 엘니뇨라고 정의한다. 즉, 남미 해안으로부터 적도 부근 중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정상 온도인 23~27℃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기상 패턴이 깨져 보통 화창한 날씨인 페루 등 남미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열대성 강우가 쏟아지던 동남아시아에는 비 구경이 힘들어지는 등 기상이변이 생긴다.

    3. 라니냐 발생 원리와 영향

    동부 적도 태평양에서는 1988년 여름부터 해면 수온이 평년보다 1~2℃ 낮아 라니냐 현상이 발생했다. 열대 태평양에서 북동 무역풍이 광범위한 해역에 걸쳐 강해지면, 중부-동 적도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낮아지고 이와 같은 해수면의 저온 상태는 무역풍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 결과 해수면의 온도가 낮은 현상이 계속 유지되는데 이것을 ‘라니냐’라고 하며, 이때는 서부 적도 남태평양의 해면 수온이 엘니뇨 때와는 반대로 평년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 다음은 경제신문에서 ‘나비효과’를 설명하면서 아래의 사설 제목으로 쓴 글이다. 이를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과학적 측면에서 위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서술하시오.

    페루에서 멸치값이 오르면 일본 도쿄에서는 두부값이 오른다

    해설) 열대 태평양에서 무역풍이 불면 페루 근처 동태평양의 바닷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에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이동하는 동안 서태평양의 바닷물은 태양열에 의해 수온이 상승해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된다. 또한 무역풍에 의해 바닷물이 계속 서쪽으로 쓸려가는 페루 연안에서는 바다 밑의 찬 바닷물이 솟아올라서(용승류) 바닷물의 온도가 낮다. 이때 용승류는 해저 밑바닥에 있는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는 영양분이 풍부한 퇴적물을 동반 상승시킨다. 이런 용승류 때문에 크고 작은 물고기(특히 멸치)가 많이 모이게 되며 어획량이 많아진다.

    그러나 적도 지방의 무역풍이 약해지면 페루 근처 동태평양의 찬 바닷물의 용승은 약해진다. 그리고 동태평양에서 시작되는 해류의 이동이 약해져서 더워진 바닷물이 페루 연안에 정체돼 날짜 변경선 부근까지(거리 약 1만km)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용승류가 솟아오르지 않으면 해저 밑바닥의 영양분 풍부한 퇴적물이 상승하지 못하고 먹잇감이 줄어 페루 앞바다에서는 멸치를 포함한 물고기가 감소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멸치의 어획량이 준다.

    멸치는 식용뿐만 아니라 낙농업을 주로 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사료로 사용되는데, 멸치가 품귀 현상을 빚게 되면 세계적으로 멸치를 대체하는 값싼 콩의 수요가 늘어 콩값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두부값이 함께 오르는 ‘나비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페루에서 멸치값이 오르면 일본 도쿄에서는 두부값이 오른다’는 사설은 페루 앞바다에서 이른바 이상고온 현상인 엘니뇨가 나타나 용승류가 약해지고, 바다 밑바닥(심해)층 찬 해수의 공급이 끊기면서 일어나는 연쇄적 파급 효과를 의미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