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I가 개발 중인 스마트무인기.
무인기 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인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 침공 시 무인기를 적절히 활용했다. 일본은 무인 헬기 분야에서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도 무인정찰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비조가 그것이다. 한국이 프레데터급의 무인정찰기 개발에 나선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무인기 기술이 테러집단에 넘어가는 일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다. 대륙간탄도탄(ICBM)에 대해서는 미사일방어체제(MD)로 대비하고 있으나 무인기의 테러 공격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인기 개발도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 미사일 기술통제체제)의 제약을 받는다.”(임철호 KARI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장·공학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도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무인기 개발 프로젝트가 그것. 이 무인기의 장점은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그만큼 임무를 마친 뒤 무인기를 회수할 때(착륙시킬 때) 여러모로 유리하다. KARI의 무인기는 △산불 및 화재 감시 △국가 주요 시설 감시 △기상관측 △해안 경비 및 밀입국 감시 등 민간 목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무인기는 보통 3~7대의 비행기와 1대의 운용시스템으로 이뤄진다(스마트무인기는 5대의 비행기와 1대의 운용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무인기는 전장에서 조용한 습격자 구실을 한다. 1970년대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의 무인기는 적국 레이더를 효율적으로 공격했다. 정찰기뿐 아니라 전폭기도 머지않은 장래에 무인기로 대체될 것이다.”
임 박사는 무인기가 지닌 무기로서의 파워를 길게 설명하면서도 “스마트무인기는 민간용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항공우주기술과 첨단군사기술은 이렇듯 사촌관계쯤 된다. KARI의 스마트무인기도 ‘눈(카메라)’을 가지고 있어서 정찰기로 손색이 없다. 수직이착륙이라는 독특한 기능을 갖춰 군사용 수요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직이착륙 스마트무인기 개발 프로젝트
무대를 우주로 옮기면 항공우주기술과 국가안보의 상관관계는 더욱 커진다. 우주를 통해 지구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강대국 간 ‘별들의 전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주”라고 선언했다.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5호, 6호를 잇따라 발사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펜타곤(국방부)의 임무는 잠재적 반미 세계에서 벌어지는 우주 차원의 군사활동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정책의 핵심 목표는 다른 국가가 우주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미 우주사령부 정책성명서 ‘비전 2020’)
KARI가 개발한 액체연료 추진로켓(KSR-Ⅲ)
수준급의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적국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데, KARI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적(미국)의 정찰첩보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이 공격을 받으면 위성과 연계된 첨단무기는 ‘장님’이 된다. 미국이 2003년 자국 위성을 지상과 우주에서 잠재적 적으로부터 방어(혹은 적의 위성을 공격)하는 군대(제614 우주정보대)를 창설한 까닭이다.
2015년께 우주 접근 능력 확보
동북아시아는 이렇듯 ‘우주전쟁’의 최전선이다. 독보적인 강자는 미국.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미국의 뒤를 중국이 힘겹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이 전선을 일본이 호시탐탐 기웃거리고 있다. 북한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갖췄다. 그렇다면 한국은?
ICBM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을 쓴다. 연필만한 로켓부터 발사하기 시작해 독자적인 ICBM 제작 능력을 갖추게 된 일본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올린다’는 것은 ‘우리 땅에서 우리 미사일로 첨단무기를 발사하기’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7월28일 러시아 플레세츠크 기지에서 발사된 아리랑2호는 이스라엘과 공동 개발한 해상도 1m(가로, 세로 1m의 물체가 하나의 픽셀로 보인다는 뜻)의 고정밀 광학카메라(MSC)를 탑재한 한국의 ‘눈’이다. 이 정도의 고정밀 위성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뿐이라고 한다. 아리랑2호가 첩보 위성은 아니지만 나름의 첩보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랑2호가 탑재된 MSC의 해상도는 구글어스(Google earth)가 제공하는 지구영상정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구글어스는 실시간으로 영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 전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공개한다). 미 국가정찰국(NRO)이 운영하는 키홀(KH)12호는 지표 15c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픽셀로 표시할 수 있다. 키홀은 ‘열쇠구멍(Key Hole)’을 통해 적국을 엿본다는 뜻. 미국의 첩보위성은 전파를 낚아채 도·감청을 하는 ‘귀’도 갖고 있다.
MSC 기술 역시 강대국들의 견제가 심한 분야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꺼려 한국이 아리랑2호의 MSC 제작을 위해 입찰 공고를 냈을 때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위성카메라는 크게 MSC와 SAR로 나뉜다. MSC는 야간이나 구름이 끼었을 때는 촬영할 수 없으나, SAR는 전천후로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KARI는 2008년 발사할 아리랑5호에 SAR를 장착할 예정이다. 아리랑5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날씨와 관계없이 미사일 시험발사 징후 등 북한군의 동향을 자체 정보력으로 감지할 수 있다.
바야흐로 지구는 우주전(宇宙戰)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은 계획대로라면 2015년께 실용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 최소한의 우주 접근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의 비전은 대한민국의 국토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민경주 KARI 우주센터장의 포부(抱負)는 이뤄질 수 있을까? ‘우주로(to the space)’ 진출해 ‘우주로부터(from the space)’ 국토를 지킬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인지도 모른다. 강대국의 견제를 피해 ‘순수 과학 목적으로’ 우주기술을 연구하는 KARI는 우주전 시대의 ‘첨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