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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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858기 맥빠진 조사, 국정원의 ‘초라한 능력’

  • 입력2006-08-09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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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1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가 내놓은 KAL 858기 폭파사건 중간 조사결과는 거품 빠진 맥주 같다. ‘사건에 조작은 없었다’ ‘1987년 대선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됐다’는, 별반 새로울 것 없는 내용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사건 장본인 김현희 씨의 진술이 빠져 있으니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진실위의 발표도 실망스럽지만, 더 얄미운 건 국정원이다. 진실위는 그동안 300여 건의 사건 관련 의혹을 풀기 위해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그런데도 조사활동을 전폭 지원해야 할 국정원은 1년여 전 미얀마 해역에서 KAL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하고도 현지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진실위가 수많은 미스터리의 열쇠를 쥔 김 씨에게 10여 차례나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국정원은 “김 씨가 국정원 측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양자 간 창구 역할에 미온적이었다.

    김 씨의 배신감만 배신감인가. 과거 의혹 사건들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자기반성을 통해 미래 발전을 꾀하겠다며 스스로 진실위를 꾸린 국정원이 지금껏 보여준 ‘초라한 능력’은 국민에 대한 배신 아닌가.

    “차라리 김 씨가 어떤 경로를 통하든 스스로 진실을 고백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다.” 3월, 기자와 만난 진실위 오충일 위원장은 이렇게 고충을 토로했다. 국정원이 의혹의 ‘봉합’을 바란다는 오해를 받지 않는 유일한 길은 진실을 밝히는 의지를 보이는 일밖에 없다.

    군복무 당시 아들이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상조사를 요청한 진정인에게서 금품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진정인의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는데, 미안한 일이지만 국가유공자 지정은 국가보훈처의 소관사항이다. 인권위는 권고할 권한조차 없다. 문제의 조사관은 육군 장교 출신. 국가유공자가 어떤 절차를 거쳐 지정되는지에 관한 상식 정도는 가졌을 법한데, 그렇지 않은 것 같으니 의외다. 아마도 그는 인권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 대상쯤으로 보지 않았을까.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해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다. 조사관은 자신이 몸담은 기관의 금과옥조(金科玉條)를 알고나 있었을까.

    그는 2년 6개월 전 별정직 5급으로 인권위에 채용됐다고 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국가인권위는 면접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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