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논리의 오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그만큼 ‘빈틈없는 논리의 구사’가 가능합니다. 토론할 때 쉽게 드러나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논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사실은 그릇된 논리입니다.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길동) 저는 낙태가 옳다고 봅니다.
철수) 아니, 생명을 들어내는 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다니….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한 것입니까?
철수) 제 사촌형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이니 틀림없습니다.
해설) 권위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오류입니다. 논리의 근거를 권위로 대체했습니다. 이때의 권위는 부모, 목사, 교사, 유명한 사람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바른 논리가 아닙니다. 논리를 전개할 때, ‘유명한 누구누구가 이렇게 이야기했으므로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전개하면 허술한 논리가 됩니다.
지엽적인 실수를 들어 핵심을 오도하는 오류
길동) 같은 분단국가로, 중국과 한국은 서로 동병상린해야 합니다.
철수) 우하하, 동병상련을 동병상린이라고 하다니…. 사자성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주장이 맞을 리 없습니다.
해설) 여기서 동병상련을 동병상린이라고 한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 실수를 근거로 그 사람이 말한 핵심마저 그릇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엽적인 실수를 들어 핵심을 오도하는 오류’입니다.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할 때는 그 실수를 지적하는 것인지, 논리 구조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대상의 모순을 이용하는 오류
길동) 환경보호는 중요합니다. 특히 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철수) 당신이 지금 끼고 있는 장갑이 쇠가죽 장갑 아닙니까? 그러면서 동물을 사랑하자고요? 소가 웃을 일입니다.
해설) 상대방의 모순을 이용해 공격하는 논리입니다. 언뜻 보면 호소력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확한 논리의 반박이 아닙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일에 반대한다면 혹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에 맞는 근거와 결론을 제시하면 됩니다.
시류에 부합하는 오류
길동) 월드컵 경기 때문에 예정된 회의가 무산되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철수) 당신, 한국 사람 맞습니까? 모두들 시청 앞에 모여 응원하는 것, 안 보여요?
해설) 예정된 회의가 무산되지 않기 위한 방법 내지는 서로의 약속을 확인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철수는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허술한 근거를 들어 길동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무시합니다. 이를 시류에 부합하는 오류라고 합니다. 논리를 전개할 때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호소력이 떨어집니다.
동정심에 호소하는 오류
길동)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나발전 후보를 당선시켜야 합니다. 그분은 우리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철수) 여보세요, 사람이 인정도 있어야지! 벌써 일곱 번이나 떨어진 나낙선 후보를 이번에 좀 밀어줍시다. 나발전 후보는 아직 젊으니까 기회가 더 많잖아요?
해설) 선거는 지역 발전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철수는 여기에 동정심을 끌어들여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동정심에 호소하는 오류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