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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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절반의 성공’

  • 정일서 KBS라디오 PD

    입력2006-08-09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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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8일부터 3일 동안 인천 송도에서 펼쳐진 제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번에도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공연 전날과 첫째 날 쏟아진 폭우는 행사장을 발목까지 빠지는 최악의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록의 폭발력과 젊음의 에너지는 궂은 날씨를 압도했다. 3만여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는 하늘을 뚫을 기세였고, 세계적으로도 소문난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신이 난 뮤지션들은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인 무대로 화답했다.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이었다. 특히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공연이 압권이었다. 4명의 멤버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과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이들의 공연은 퍼포먼스의 수준이나 관객 반응 모두에서 펜타포트의 절정이라 할 만한 순간을 선사했다. 특히 여성 보컬리스트 퍼기가 마이크를 든 채로 연속해서 한 손 텀블링을 하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충격에 빠져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등장한 플라시보(Placebo)도 좋았다. 이들은 평소 차갑고 건조한 무대 매너로 유명하지만 그날만큼은 180도 다른 격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리더인 브라이언 몰코는 만족감과 경외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 번의 앙코르를 끝낸 뒤에도 한동안 넋을 잃고 객석을 바라보는 무아지경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장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시기적으로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 여름에 열릴 수밖에 없다면 장소 변경을 포함해 비가 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또 좀더 다양하고 비중 있는 참가 라인업의 확보 역시 페스티벌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은 불문가지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음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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