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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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여, 다이어트 책을 보라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6-08-09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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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만나 밥을 먹으면 그중 한 명은 다이어트 중이고, 세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면 두 사람은 살이 쪘다고 걱정이다. 남자건 여자건 “살이 빠졌네요”라고 덕담을 건네면 만사형통이다.

    재미있는 것은 체중에 대해 여성과 남성이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는 정상보다 마른 상태를, 남자는 정상보다 살이 찐 상태를 정상으로 보는 이상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20대 여성들을 겨냥한 다이어트 책들은 ‘옥주현처럼 예뻐지거나’ ‘다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등의 비법을 보여줘야만 한다. 반면 남자들이 선택하는 책은 다이어트보다는 몸 만들기로 가파르게 기운다. 여자들이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것만큼 남자들은 몸 만들기에 집착한다. 외모는 안 봐도 몸은 보는 세상, 탱탱한 엉덩이나 근육질 몸은 스타일리시한 남자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나 몸 만들기에서 중년의 자리는 없다. 비만이 합병증을 몰고 오는 시기는 40대 이후로, 비만의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 인식돼야 함에도 말이다. 마침 20대를 위한 다이어트 · 미용 책 일색인 건강서 분야에서 전문의들이 비만에 관한 체계적인 인식과 비만의 위험을 강조한 책을 선보였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의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의 ‘신인류 다이어트’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배 나온 비만 전문의를 보고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겠냐’는 위기의식(?)에서 몸무게를 10kg 이상 감량하며 체험한 자신만의 다이어트법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이들의 책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운동만으로 한 달에 2kg을 감량하겠다는 말은 하루에 500kcal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운동선수나 가능한 일이란다. 덧붙여 요가는 유연성 운동이지 살 빼는 운동이 아니란다. 또 안주와 함께하는 술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경우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무조건 금주가 철칙이다.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질 경우 1만kcal를 섭취하는 건 잠깐이며 이 정도라면 단번에 살이 1.4kg이나 찐단다.

    중년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은 비만 역시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이다. 혈압, 당뇨병, 고지혈 같은 만성질환을 지닌 사람들은 평생 약을 먹지만 이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합병증을 막는 조치일 뿐이다. 몸을 바꾸지 않으면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지만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금주를 한다면 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다이어트가 정말 필요한 사람은 활동량도 많고 의식적으로 노력도 하는 20대가 아니라, 각종 성인병이 창궐하는 중년 이후다. 비만의 중년이라면 그런 책은 젊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이어트 책 한 권 보는 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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