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은 대중음악의 발전과 음악시장의 활성화, 음악 소비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대중이 수용하는 음악적 판도 변화를 선도하는 등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대중음악 제작자들은 가요 프로그램을 음반이나 가수를 소개하는 주요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방송사 또한 스타 가수들을 출연시켜 시청률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가요 프로그램의 출연을 지렛대 삼아 인기 가수들을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부가적 효과도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작자 측의 노력은 미흡했다. 대중음악 소비층의 인식이 변화하고 케이블, 위성방송의 음악전문 채널의 활성화 등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그동안 가요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다양한 형태의 가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KBS의 경우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콘서트 7080’ ‘뮤직뱅크’ ‘윤도현의 러브레터’등이 있고, MBC는 ‘김동률의 포유’ ‘쇼! 음악중심’ ‘가요 큰잔치’, SBS는 ‘생방송 인기가요’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등이 있다.
이들 가요 프로그램은 우선 형식이 상투적,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진행자가 가수를 소개하면 가수가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식의 ‘정형’을 이어왔다. 마치 하나의 변할 수 없는 ‘매뉴얼’인 것처럼.
음악의 발전이나 수용자층의 음악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방식은 제고돼야 한다. 다양한 실험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음악정보 해설이나 트렌드에 대한 정보 제공을 곁들이는 형식의 진행이거나, 가수들의 무대 실황을 방송하는 등 프로그램마다 차별화되는 진행 스타일의 도입도 시도될 수 있다.
특정 기획사 소속 가수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 독식과 인기 가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 주류 음악에 집중되는 현상도 지적 대상이다. 1년에 1200여 장의 새 음반이 쏟아져 나오고 다양한 신인들이 가수로 데뷔하고 있는데도 가요 프로그램들은 시청률만을 의식해 특정 기획사의 인기 가수들만 집중적으로 출연시키고 있다. 이는 가요에 대한 편식과 장르의 기형적 성장을 가져와 음악 발전의 장애로 이어진다. 인디밴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무대 활동에 전념하는 가수들을 과감하게 지상파에서 소개함으로써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요 프로그램의 질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연령대를 의식한 지극히 자의적이고 강제적인 가요 프로그램 편성도 개선돼야 한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강제적이며 인위적인 세대별 구분 짓기는 세대 간의 음악적 소통의 부재, 뮤지션들의 생명 단축, 음악 장르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역기능을 해왔다. 지속 가능한 가요 장르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편성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밖에 가창력이 부족한 가수가 범람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 립싱크의 문제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라이브 위주의 가요 프로그램 방송은 음악성과 가창력을 도외시하고 비주얼 측면에만 주력하는 비정상적인 일부 가수들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