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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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스러진 소신? … 그리고 광복절 ‘코드 사면’

  • 입력2006-08-16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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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오강호(笑傲江湖). 8월8일,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이임사에서 드러낸 심경이다. ‘자신만만하게 강호무림을 비웃는다’니, 비장함이 물씬 풍긴다. 개인 비리가 없는데도 ‘단명 차관’으로 낙마해 30년 가까이 몸담은 직장을 떠나야 했으니 착잡한 심정이었을 터다.

    경질의 계기는 청와대의 아리랑국제방송 부사장 자리에 대한 인사청탁 거절, 한국영상자료원장 공모과정에서 빚어진 청와대와의 갈등, 청와대의 해외홍보 기능조정 요구에 대한 거부 때문인 것으로 회자된다. 문화관광부나 정치권도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랐다”는 청와대 측의 답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와 문화부 관료로서의 ‘소신’ 피력이 청와대가 말하는 ‘심각한 직무 회피’에 해당할까? 청와대 스스로 ‘진보적이고 개혁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차관으로 발탁했던 인물을 내쳤으니,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따른 ‘괘씸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오래전 국내에 개봉된 중국 영화 ‘소오강호’는 명나라 최고의 무공 비록(秘錄) ‘규화보전(葵花寶典)’을 차지하려는 군상(群像)의 암투를 그렸다. 엔딩 장면에서 주인공 ‘영호충’은 패권 다툼에 염증을 느껴 ‘소오강호’라는 노래를 부르며 강호를 떠난다. 명나라를 지금의 우리나라로, ‘규화보전’을 ‘권력’으로 대체해보니 신기하게 아귀가 딱 맞는다. 뭔가 짚이는 게 있지 않는가!

    역시 ‘코드’를 빼면 좀체 이해하기 힘든 참여정부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 안희정 씨와 신계륜 전 의원이 포함된 걸 보니 더욱 그렇다. 이들이 누구던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65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던 안 씨는 천하가 다 아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신 전 의원 역시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여당의 창당 주역이다.



    자연 ‘측근 구하기’용 사면이란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안 씨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으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신 전 의원은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6개월 만에 사면됐으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면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범법행위를 단죄한 사법부의 체면도 구기는 사면은 국민 정서에 반한다. 이러니 사면 시즌만 되면 ‘교통 사면’을 외치는 아우성이 갈수록 커져 간다. 덥다. 광복절에 ‘광복’을 맞은 비리 정치인들을 보니 더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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