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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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시대의 금기 깨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8-21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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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시대의 금기 깨기
    신체에는 여러 부위가 있다. 머리, 팔, 다리, 손, 배, 엉덩이 등등. 한데 흔히 ○○로 표기하는 부위가 있다. 남녀 공히 딱 한 군데다. 분명 이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이름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를 터부시한다. 특히 여성의 그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도대체 왜? 편견과 잘못된 고정관념이 ‘금기’라는 뒤틀린 성역을 만들어낸 탓이리라.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렌슬러’의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시작부터 바로 이 금기를 통렬하게 깨부순다.

    “○○, 세상에… 내가 말했네요”라고. 작품명 ‘Vagina’의 뜻이기도 한 이 ○○라는 단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연극배우 서주희 씨가 연극무대에 올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바로 그 작품이다.

    9월15일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맹연습 중인 연극배우 장영남(33) 씨는 그래서 더 버겁다. 사회의 금기를 깨뜨리는 일도 힘든데, 앞서간 선배 배우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도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연극배우로서 모노드라마를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능력도 아직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내가 뭔가 모험을 하도록 자극을 줬다. 언젠가는 한번쯤 깨지거나, 밟히거나 아니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들 텐데, 조금 일찍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이 작품은 나에게 또 다른 추억을 남길 듯하다.”



    장 씨는 요즘 대학로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다. 1995년 극단 ‘목화’에서 연극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째. 2001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자상에 이어 2002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으로 제38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았다. 동료 배우들이 함께 공연하고 싶은 여배우로도 자주 꼽는다. 하지만 장 씨에게는 이런 주변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고 고민이다. 장 씨가 이 작품을 통해 모험을 선택한 본질적인 이유다.

    “내가 나를 더 버려야 할 시기에 오히려 뭔가를 챙기는 느낌이 들어 혼란스럽다. 주변의 호평과 관심이 자꾸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한다. 호흡이 자꾸 짧아지고, 막혀버리는 듯하다. 다 털어버리고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연기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신기하고 놀랄 때가 많다”는 장 씨. 조금은 쑥스럽고, 조금은 뻔뻔할 수밖에 없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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