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 다세포소녀’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인터넷 만화 연재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채정택(필명 ‘B급달궁’)의 만화 ‘다세포소녀’를 원작으로 하는 옴니버스 시리즈(총 40화)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전교생이 성적 팬터지로 가득한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별종 학생들의 엽기적인 순애보를 그리고 있다. 만화는 연재 당시에도 사회적 통념을 뒤엎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다세포 폐인’들을 만들어내며 크게 화제가 됐다.
‘시리즈 다세포소녀’의 미덕은 청소년기의 은밀한 성적 팬터지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무쓸모고’ 아이들의 일상은 과외 선생님과의 은밀한 사랑을 꿈꾸고, 동성 친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가 하면, 야동과 SM잡지를 보는 것이다. 가끔 성병이나 원조교제 약속 때문에 학교를 조퇴하기도 하지만, 학교에선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이는 ‘다름’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어른들의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비꼬려는 ‘시리즈 다세포소녀’의 의지로 엿보인다. 동성애를 대하는 무쓸모고 아이들의 태도에서 이런 의지는 더욱 잘 드러난다. 무쓸모고 아이들은 동성애도 존중받아야 하는 감정이라고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동성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현(구타 유발자 잠들다), 우선호(정말 큰 내 마이크), 정소연(엠브리오), 조운(어린이 바이엘 상권), 김주호(눈동자), 안태진, 김성호, 정상민, 이성은 등 단편영화계에서 주목받는 9명의 신예 감독이 40편을 나눠 연출했고 ‘결혼이야기’ ‘청풍명월’ 등을 연출한 김의석 감독이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