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박9일, 계절은 7월이나 8월, 예산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은 절대 사절, 단순히 놀고 먹기보다는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이왕이면 해외여행.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여름휴가는 아마 이런 모양새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말 그대로 ‘세계는 넓고 갈 데는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어디에 가면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여행전문가들은 직장인의 여름휴가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비행 시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대여섯 시간 안쪽의 비행으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적당하다. 둘째, 국제선과 국내 교통편이 원활하게 연결되며 여러 항공사가 복수 취항하고 있는 곳이 좋다. 예를 들면 무려 8개 항공사가 취항하는 방콕은 비행기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고 항공사 간 경쟁 때문에 티켓 가격도 싸다. 셋째, 날씨가 적당해야 한다. 한여름에 두바이나 아테네로 여행 가는 사람은 완전 초보자다. 40℃가 넘는 더위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 넷째, 치안 상태를 고려하라. 아무리 피라미드나 히말라야가 좋아도 요즘 이집트와 네팔의 정치 상황을 보라.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다섯째 인터넷 예약이 용이하며, 마지막으로 물가가 싸면 금상첨화다. 자,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멋진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문화유산 투어] 놀고 먹는 여행은 싫어!
“8박9일 일정으로 어떻게 유럽을 가?”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한군데만 집중적으로 다녀온다면 휴가 동안 유럽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매년 여름 크고 작은 축제들이 끊임없이 열리며 각 나라 관광청이 내놓은 독특한 여행 루트도 적지 않다. 영국 관광청(www.visitbritain.com)은 ‘해리 포터 투어’에 이어 올해는 ‘다빈치 코드 투어’를 내놓았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성당과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성당, 에든버러 성 등 소설 ‘다빈치 코드’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무대를 찾아가는 투어. 영국문화원의 고유미 공보관은 “유럽에서는 영화나 소설 등의 무대를 찾는 휴가여행이 인기”라며 “영국은 ‘반지의 제왕’ 로케이션을 뉴질랜드에 뺏긴 것을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영국항공 등의 런던 직항이 있으며 영국관광청 홈페이지를 통해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할 수 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모차르트 축제(www.mozart2006.net)를 벌이고 있는 오스트리아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직항 항공편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차라리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 축제가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가 어떨까? 암스테르담과 렘브란트의 고향 레이덴에서는 ‘렘브란트와 카라밧지오’ ‘리얼리 렘브란트(Really Rembrandt)?’ 등 모든 미술관에서 렘브란트 특별전을 열고 있으며, 렘브란트의 흔적을 찾는 당일 시내 투어도 수없이 많다. 레이덴은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는다. 암스테르담까지 대한항공과 KLM네덜란드항공이 취항한다.
유럽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이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자. 사막의 모래바람이 부는 돈황으로 떠나 비단길을 밟아보는 투어 역시 여름휴가에 적당한 프로그램. 중국 시안(西安)을 출발해서 돈황 막고굴, 투루판 등을 도는 9일짜리 ‘중국 실크로드 투어’를 내놓은 혜초여행사 측은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교사들이어서 투어 분위기가 무척 진지하다”며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돈황 막고굴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 연구원이 가이드를 해준다”고 말했다. 야간기차로 사막을 달리고 밍샤산에서 낙타를 타는 등, 낭만적인 순간을 많이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투어의 장점이라고. 9일 패키지 가격은 160만~170만원 선.
여행전문 웹진 ‘트래블게릴라’가 소개하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투어’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앙코르와트를 비롯해서 태국의 아유타야 역사도시와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 시, 베트남의 호이안 옛 도시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동남아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7박8일짜리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단, 영어 가이드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
[래프팅·트레킹] 대자연 속으로 ‘풍덩’
무더운 여름, 서늘한 알래스카에서 연어를 잡는다면? 생각만으로도 마음까지 다 시원해진다. 그런데 ‘알래스카 연어잡이’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알래스카 주정부 한국사무소(www.
alaska-korea.com)의 이미선 씨는 “현재 알래스카 직항편은 없지만 매년 7, 8월에 한시적으로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앵커리지 직항편이 있다. 이 직항편으로 가면 인천공항에서 7시간 30분 만에 앵커리지에 닿는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본토라고. 앵커리지에서 버스로 3시간이면 ‘물 반 연어 반’인 키나이 강에 도착한다. 낚시 외에 개썰매를 타거나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 기온은 한국보다 10℃ 이상 낮은 18~20℃ 사이이므로 긴 팔 옷은 기본이다. 국내의 몇몇 여행사에서 알래스카 투어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가격은 250만원에서 300만원 선.
내친김에 알래스카 못지않은 북극권인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백야와 피요르드를 감상하는 건 어떨까? 스칸디나비아는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이 없고 숙박 비용이 비싸 가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차라리 크루즈를 타고 피요르드로 가보자. 크루즈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보편화돼 있지 않은 여행 형태지만, 숙박이 배 안에서 해결되고 배 안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야간에 배편으로 이동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등의 적잖은 장점이 있다.
509만원의 북유럽 크루즈 10일 상품을 내놓은 한화투어몰 홍보실의 신숙자 실장은 “항공료와 숙박료가 모두 비싼 스칸디나비아 여행의 경우는 크루즈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코펜하겐으로 가 배를 타는 스케줄이기 때문에 실제 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6일 정도라고.
등산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 트레킹에 도전해볼 만하다. 황산, 서해대협곡 트레킹은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항저우로 가서 황산을 오르는 5일짜리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산은 한국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풍광이 웅장하고 스케일이 커서 보는 재미가 있다. 하루 6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초보자에게는 힘겨울 수도 있다.
반면 스위스의 알프스들, 융프라우나 로이케바트, 마터호른, 체르맛, 몽트뢰 등을 도는 코스는 등반 초보자도 갈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개인 취향에 따라 등반열차를 탈 수도 있고, 트레킹 코스를 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 따라서는 수준급 클라이머를 위한 알프스 등반 프로그램을 내놓은 곳도 있다. 내친김에 스위스의 ‘하이디 마을’인 마이언펠트까지 간다면 완벽한 스위스 알프스 여행이 완성된다. 대한항공이 취리히로 직항하기 때문에 8, 9일 정도의 일정이면 알프스를 즐기기에 충분하다(www.myswitzerland.co.kr).
매일매일 차 끌고 출퇴근하는 것도 괴로운데 어떻게 휴가 가서까지 운전하느냐고? 그러나 도심의 매연이 아닌, 자연을 벗하며 자동차를 몰고 가는 여행은 한결 편안하고 자유롭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는 경우에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렌터카 여행은 온종일 운전을 해야 하므로 서넛이 함께 가는 편이 좋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현지 공항에서 바로 렌터카 픽업이 가능하다.
일본 여행이 익숙한 여행자라면 일본의 산간지역인 도호쿠 3현 자동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일본 전문 여행가인 트래블베이 김형렬 실장은 “아오모리, 이와타, 아키타 등 일본 동북 지역은 대도시가 없고 조용한 강원도 같은 지역이다. 보통 골프나 스키를 즐기러 많이 가지만 여름에도 선선해서 한가롭게 쉬기에 좋다. 일본은 시골도 도로 시스템이 잘 돼 있고 표지판이 한문으로 돼 있어서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미국 서해안 주변도 자동차로 여행하기에 적당한 코스로 손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직항편을 타고 가서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한 뒤 렌터카를 몰고 요세미티로 가는 코스는 어떨까? 보통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 자동차 여행은 2박3일을 잡는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에서 2, 3일 관광을 하고 요세미티를 둘러본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귀국하면 9일 일정에 딱 맞아떨어진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이 매일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운항한다.
[문화유산 투어] 놀고 먹는 여행은 싫어!
실크로드 투어의 하이라이트 돈황 막고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모차르트 축제(www.mozart2006.net)를 벌이고 있는 오스트리아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직항 항공편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차라리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 축제가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가 어떨까? 암스테르담과 렘브란트의 고향 레이덴에서는 ‘렘브란트와 카라밧지오’ ‘리얼리 렘브란트(Really Rembrandt)?’ 등 모든 미술관에서 렘브란트 특별전을 열고 있으며, 렘브란트의 흔적을 찾는 당일 시내 투어도 수없이 많다. 레이덴은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는다. 암스테르담까지 대한항공과 KLM네덜란드항공이 취항한다.
유럽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이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자. 사막의 모래바람이 부는 돈황으로 떠나 비단길을 밟아보는 투어 역시 여름휴가에 적당한 프로그램. 중국 시안(西安)을 출발해서 돈황 막고굴, 투루판 등을 도는 9일짜리 ‘중국 실크로드 투어’를 내놓은 혜초여행사 측은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교사들이어서 투어 분위기가 무척 진지하다”며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돈황 막고굴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 연구원이 가이드를 해준다”고 말했다. 야간기차로 사막을 달리고 밍샤산에서 낙타를 타는 등, 낭만적인 순간을 많이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투어의 장점이라고. 9일 패키지 가격은 160만~170만원 선.
여행전문 웹진 ‘트래블게릴라’가 소개하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투어’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앙코르와트를 비롯해서 태국의 아유타야 역사도시와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 시, 베트남의 호이안 옛 도시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동남아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7박8일짜리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단, 영어 가이드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
[래프팅·트레킹] 대자연 속으로 ‘풍덩’
융프라우, 마터호른 등 스위스의 알프스에서는 트레킹을 할 수도 있고 등산열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alaska-korea.com)의 이미선 씨는 “현재 알래스카 직항편은 없지만 매년 7, 8월에 한시적으로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앵커리지 직항편이 있다. 이 직항편으로 가면 인천공항에서 7시간 30분 만에 앵커리지에 닿는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본토라고. 앵커리지에서 버스로 3시간이면 ‘물 반 연어 반’인 키나이 강에 도착한다. 낚시 외에 개썰매를 타거나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 기온은 한국보다 10℃ 이상 낮은 18~20℃ 사이이므로 긴 팔 옷은 기본이다. 국내의 몇몇 여행사에서 알래스카 투어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가격은 250만원에서 300만원 선.
내친김에 알래스카 못지않은 북극권인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백야와 피요르드를 감상하는 건 어떨까? 스칸디나비아는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이 없고 숙박 비용이 비싸 가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차라리 크루즈를 타고 피요르드로 가보자. 크루즈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보편화돼 있지 않은 여행 형태지만, 숙박이 배 안에서 해결되고 배 안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야간에 배편으로 이동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등의 적잖은 장점이 있다.
509만원의 북유럽 크루즈 10일 상품을 내놓은 한화투어몰 홍보실의 신숙자 실장은 “항공료와 숙박료가 모두 비싼 스칸디나비아 여행의 경우는 크루즈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코펜하겐으로 가 배를 타는 스케줄이기 때문에 실제 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6일 정도라고.
등산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 트레킹에 도전해볼 만하다. 황산, 서해대협곡 트레킹은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항저우로 가서 황산을 오르는 5일짜리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산은 한국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풍광이 웅장하고 스케일이 커서 보는 재미가 있다. 하루 6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초보자에게는 힘겨울 수도 있다.
반면 스위스의 알프스들, 융프라우나 로이케바트, 마터호른, 체르맛, 몽트뢰 등을 도는 코스는 등반 초보자도 갈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개인 취향에 따라 등반열차를 탈 수도 있고, 트레킹 코스를 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 따라서는 수준급 클라이머를 위한 알프스 등반 프로그램을 내놓은 곳도 있다. 내친김에 스위스의 ‘하이디 마을’인 마이언펠트까지 간다면 완벽한 스위스 알프스 여행이 완성된다. 대한항공이 취리히로 직항하기 때문에 8, 9일 정도의 일정이면 알프스를 즐기기에 충분하다(www.myswitzerland.co.kr).
샌프란시스코 시내.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는 자동차 여행에 적합한 코스로 손꼽힌다.
일본 여행이 익숙한 여행자라면 일본의 산간지역인 도호쿠 3현 자동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일본 전문 여행가인 트래블베이 김형렬 실장은 “아오모리, 이와타, 아키타 등 일본 동북 지역은 대도시가 없고 조용한 강원도 같은 지역이다. 보통 골프나 스키를 즐기러 많이 가지만 여름에도 선선해서 한가롭게 쉬기에 좋다. 일본은 시골도 도로 시스템이 잘 돼 있고 표지판이 한문으로 돼 있어서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미국 서해안 주변도 자동차로 여행하기에 적당한 코스로 손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직항편을 타고 가서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한 뒤 렌터카를 몰고 요세미티로 가는 코스는 어떨까? 보통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 자동차 여행은 2박3일을 잡는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에서 2, 3일 관광을 하고 요세미티를 둘러본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귀국하면 9일 일정에 딱 맞아떨어진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이 매일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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