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이하 현지 시간)은 국정연설에서 “지난 1년간 상호관세를 통해 미국을 ‘황금시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를 옹호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며 미국의 산업화와 세계적 영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도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면서 자신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칭송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미국 황금기를 다시 열 열쇠이자, 감세로 줄어들 세수를 보충하고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 교역국을 상대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최고의 협상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킨리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스스로를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왔다.
관세 위법 판결 후 자화자찬 108분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4일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좋은 소식은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그들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검증된 대안으로서의 관세 수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이 의회에 국가의 상태와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한 해 동안 우선 추진할 입법 과제와 대내외 정책 방향을 강조하는 자리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1시간 48분간 첫 국정연설을 진행하며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세운 종전 국정연설 최장 기록(1시간 28분 49초)을 갈아 치웠다.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과를 앞으로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나라들이 내는 관세가 지금의 소득세 제도를 상당히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과 가짜 뉴스다. 미국 정부 수입에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2026회계연도 기준)은 각각 51.8%와 6.3%에 달한다. 관세 수입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상호관세를 통해 미국을 ‘황금시대’로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나아지고, 더 부유해지고, 강해졌다”면서 “지금은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가 무효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황금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관세폭탄’ 카드를 꺼내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월 25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가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노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일본·중국 압박했던 무역법 301조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들 새로운 카드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 손에는 무역법 301조, 다른 손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폭탄 카드를 들고 있다.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관세부과 수단이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행위에 대해 일정 기간의 통지 및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부(대통령)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무역법 301조가 무서운 것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징벌적 관세(보복 관세)를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국가 간 무역 분쟁이 생기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고, 이 과정에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이런 국제 절차를 모두 무시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무역법 301조를 무기로 1980년대 대규모 무역 흑자를 내왔던 일본을 압박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개방시키고 플라자 합의까지 이끌어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중국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법 301조가 더욱 무서운 점은 관세 부과에 상한이 없는 데다 4년 마다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1년 정도의 조사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 부과가 최대 150일인 만큼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로 대체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핵심 실무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월 25일 폭스비지니스와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가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노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 조사는 과잉 생산 설비를 구축하거나,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을 사용하거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차별하거나, 농산물과 수산물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어 대표는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면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과잉 생산 능력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쿠팡 사태로 무역법 301조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쿠팡의 미국 모회사인 쿠팡Inc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1월 22일 한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회사를 공격하고 있다며 무역대표부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 무역대표부가 이들의 요청에 따라 301조 관련 조사를 개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품목별 관세에 적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특히 1988년 도입됐던 ‘슈퍼 301조’의 부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는 일몰됐지만 세율 상한과 조사 의무가 없어 과거 한국·일본을 압박했던 이 조항이 행정명령 등으로 되살아날 경우 공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슈퍼 301조는 무역법 301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을 제정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미국 상품 수출을 막는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는 무역법 301조와 같지만, 내용이 훨씬 강력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 부문의 제소 없이 무역대표부(USTR)가 자체적으로 통상관행 전반을 평가해 국가 자체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슈퍼 301조는 2년만 효력을 갖는 한시적 조항이었다. 일몰 후에도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부터 2년간, 1999년부터 2년간 행정명령을 통해 부활시켰지만 2001년 이후에는 효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체제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슈퍼 301조를 부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자동차,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을 기다리는 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동아DB
관세법 338조로 수입 금지도 가능
그런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장의 카드’도 갖고 있다. 바로 관세법 338조다. 관세법 338조는 대공황 초기였던 1930년 6월 17일 미국 상품에 대해 차별적인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국가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겠다며 도입한 조항이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특정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최대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심지어 무역 상대국에 대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당시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법안을 주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라고도 부른다.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세법 338조를 실제 발동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1947년 자유무역 규범인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관세법 338조는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법 338조를 꺼내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무역법 122조로 시간을 벌고, 무역법 301조로 국가별·중장기 관세를 도입하며, 무역확장법 232조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다층적인 관세 부과를 통한 새로운 통상전략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새 관세 체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처럼 기분에 따라 즉각적 관세 부과를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