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조진혁의 Car Talk] 볼보 SUV 761만 원 내려… 中 비야디 2000만 원대 저가 전략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6-03-0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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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월 가격 인하를 단행한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월 가격 인하를 단행한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비싸도 납득되게 하는 것, 그게 브랜드 힘이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이 앞장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월 20일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게 한 사례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날 EX30 코어 트림 가격을 기존 4752만 원에서 761만 원 내린 3991만 원으로 조정했다. 일시적 판촉이 아니다. 옵션을 유지한 채 공식 판매가격 자체를 낮췄다. 서울시 기준 예상 보조금을 반영하면 실구매가는 3670만 원까지 떨어진다. 이에 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가격 인하 발표 후 일주일 만인 2월 27일 신규 계약 대수 1000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4000만 원대 테슬라 등장

    할인을 좀처럼 하지 않던 볼보가 ‘가격 전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비싸도 팔리는 시대’가 끝나고 ‘잘 팔리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테슬라는 이 변화에 적극 조응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2월 31일 모델 3와 모델 Y의 국내 가격을 최대 940만 원 인하했다. 모델 3 퍼포먼스 AWD 가격은 6939만 원에서 5999만 원으로, 모델 Y 프리미엄 RWD는 5299만 원에서 4999만 원으로 떨어졌다. 인하 폭보다 중요한 것은 ‘4999만 원’이라는 숫자다. 테슬라 가격이 5000만 원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소비자 심리가 달라진다. “생각보다 살 만하다”고 느끼는 지점, 테슬라는 바로 그곳을 정확히 겨냥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할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면 중저가 업체들은 제품 기획 때부터 원가 절감에 승부를 건다. 미국 자동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의 소형 전기 픽업에는 기본 구성이랄 게 없다. 스테레오와 파워 윈도조차 추가 비용을 내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다. 



    BYD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BYD코리아는 이 모델 기본형의 국내 판매가를 2450만 원으로 책정했다. BYD코리아 제공

    BYD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BYD코리아는 이 모델 기본형의 국내 판매가를 2450만 원으로 책정했다. BYD코리아 제공

    덤핑 공세 나선 中 전기차업계

    한국시장에서는 BYD(비야디)가 판을 흔들고 있다. BYD코리아는 2월 5일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출시하며 기본형 가격을 2450만 원, 상위 트림을 2920만 원으로 책정했다. 회사는 이를 “전기차 진입장벽을 낮추는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머지않아 지커, 샤오펑 등 더 많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저가 전략으로 한국시장을 두드릴 예정이다.  

    ‘덜 비싼 프리미엄’과 ‘싼 차’의 공습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특히 위협적인 존재는 중국 업체들이다. 1월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9% 줄었다. 반면 수출은 2배 이상 늘었다. 내수 과잉 경쟁 탓에 자국에서 팔지 못한 차들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등 인접 시장은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이런 흐름이 반가울 수 있다. 전기차 선택지가 많아지는 만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기술을 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격이 모든 것을 압도하면 자동차업체 간 기술 및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차별성도 흐릿해진다. 모든 이슈는 “누가 더 싸게 파는가”에 잠식되고 만다. 볼보의 EX30 할인, 테슬라의 4999만 원 가격 책정, 슬레이트의 극단적 단순화, BYD의 2000만 원대 제품 생산이 모두 이 방향을 가리킨다. 

    정리해보자.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을 내리고, 신생 브랜드는 편의장치를 덜어내며, 중국 브랜드는 내수 경쟁 압박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의 고민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에 팔 것인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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