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새벽 2시10분 대전시청 1층 구내식당 청솔홀. 시내버스 노사가 제7차 자율협상 5시간 만에 임금 3% 인상, 특별상여금 1% 지급을 골자로 한 타협안에 극적으로 합의하자 그제야 박성효 대전광역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막판 타협 조율을 양홍규 정무부시장에게 일임했고, 전날 밤부터 시장실에서 ‘타결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청솔홀에 나타난 박 시장은 그러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사 관계자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인사치레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대전시가 노사협상의 한 축이 된다는 자체를 애초부터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2005년 7월 서울시에 이어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두 번째로 도입한 준공영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250억원, 올해엔 297억원을 지원해야 할 처지다.
“파업으로 얻으려는 것은 독재시대 낡은 방법”
이런 전후사정 때문에 박 시장은 파업기간 내내 시가 제시한 3% 인상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다. 일방적으로 파업을 시작하고 시민 발을 볼모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물에서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경했다.
박 시장이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엔 시민의 힘이 컸다. “불편을 참을 테니 파업에 굴복하지 말라”는 격려는 그에게 든든한 담보이자 명분이었다. 4일 오전 11시 기자간담회 이후 박 시장과 단독으로 만나 그간의 심경과 입장을 들어봤다.
- 과거 같으면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이 변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조는 파업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도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봉급이 공개되고 담뱃값을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시민들을 자극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시에서 예산이 지원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 파업을 빙자해 뭔가를 얻으려 하는 것은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방법이다. 더는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 시민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 사례가 있다면….
“파업 기간이었던 것 같다. 길을 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봤다. 그 아주머니 이야기가 버스노조 파업 때문에 시끄러워서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주머니는 그러나 ‘(노조의 파업) 이건 아니다. 절대 밀리지 말라’고 격려해줬다.”
- 일각에서는 운전사의 월급을 지나치게 부풀려 공개해 노조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월급 공개는 당연한 일이다. 그게 이번 파업의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귀결이고 과정이다.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준공영제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끝없이 예산만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5월부터 이에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버스회사나 노조나 같은 편이고 같은 처지였다. 운전사 임금이 인상되더라도 회사에는 아무 피해가 없다. 예산이 모자라면 시에서 다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금이 인상되면 회사 측 임원들의 임금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회사도 반기는 처지다. 이런 우스운 구조로 돼 있다.”
“시민들에게 미안” …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처리
- 당초 시에서 제도를 만들 때 잘못한 것이 아닌가.
“물론 시의 잘못을 인정한다.”
- 임금인상률 3%는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동결하고 싶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3% 정도는 올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 시민 처지나 근로자 처지를 모두 고려할 때 적절한 수치였다.”
-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하루 평균 전세버스 700여 대가 동원됐고, 시청 공무원 600명이 동원됐다. 여기에 자원봉사자와 아르바이트 학생 등 2000여 명이 투입됐다. 이들이 버스 안내원 구실을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2교대로 일했다. 무료가 아니라 버스요금을 받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고, 4억원 정도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한다. 파업기간에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공무원을 격려해주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무원들에게 빵과 우유를 사다주기도 했다. 파업기간에 대전시민과 공무원들은 오히려 더 단결했다.”
- 이번 파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담담하고 씁쓸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미안하다. 이제부터 개선을 위한 시동을 걸 것이다. 그것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파업협상은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원칙적으로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였다.”
- 대전시정,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갈 계획인가.
“모든 것을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래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웬만한 것은 다 오픈하겠다. 그 과정에서 시민 동의를 구할 것이다. 그래야 공무원 조직도 발전해갈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시민 동의가 없으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왜곡될 수도 있겠지만 시민의 판단은 결국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투명하냐가 관건이고 그게 과제다.”
박 시장은 막판 타협 조율을 양홍규 정무부시장에게 일임했고, 전날 밤부터 시장실에서 ‘타결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청솔홀에 나타난 박 시장은 그러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사 관계자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인사치레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대전시가 노사협상의 한 축이 된다는 자체를 애초부터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2005년 7월 서울시에 이어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두 번째로 도입한 준공영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250억원, 올해엔 297억원을 지원해야 할 처지다.
“파업으로 얻으려는 것은 독재시대 낡은 방법”
이런 전후사정 때문에 박 시장은 파업기간 내내 시가 제시한 3% 인상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다. 일방적으로 파업을 시작하고 시민 발을 볼모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물에서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경했다.
박 시장이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엔 시민의 힘이 컸다. “불편을 참을 테니 파업에 굴복하지 말라”는 격려는 그에게 든든한 담보이자 명분이었다. 4일 오전 11시 기자간담회 이후 박 시장과 단독으로 만나 그간의 심경과 입장을 들어봤다.
- 과거 같으면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이 변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조는 파업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도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봉급이 공개되고 담뱃값을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시민들을 자극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시에서 예산이 지원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 파업을 빙자해 뭔가를 얻으려 하는 것은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방법이다. 더는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 시민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 사례가 있다면….
“파업 기간이었던 것 같다. 길을 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봤다. 그 아주머니 이야기가 버스노조 파업 때문에 시끄러워서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주머니는 그러나 ‘(노조의 파업) 이건 아니다. 절대 밀리지 말라’고 격려해줬다.”
- 일각에서는 운전사의 월급을 지나치게 부풀려 공개해 노조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월급 공개는 당연한 일이다. 그게 이번 파업의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귀결이고 과정이다.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준공영제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끝없이 예산만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5월부터 이에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버스회사나 노조나 같은 편이고 같은 처지였다. 운전사 임금이 인상되더라도 회사에는 아무 피해가 없다. 예산이 모자라면 시에서 다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금이 인상되면 회사 측 임원들의 임금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회사도 반기는 처지다. 이런 우스운 구조로 돼 있다.”
“시민들에게 미안” …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처리
- 당초 시에서 제도를 만들 때 잘못한 것이 아닌가.
“물론 시의 잘못을 인정한다.”
- 임금인상률 3%는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동결하고 싶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3% 정도는 올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 시민 처지나 근로자 처지를 모두 고려할 때 적절한 수치였다.”
-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하루 평균 전세버스 700여 대가 동원됐고, 시청 공무원 600명이 동원됐다. 여기에 자원봉사자와 아르바이트 학생 등 2000여 명이 투입됐다. 이들이 버스 안내원 구실을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2교대로 일했다. 무료가 아니라 버스요금을 받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고, 4억원 정도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한다. 파업기간에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공무원을 격려해주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무원들에게 빵과 우유를 사다주기도 했다. 파업기간에 대전시민과 공무원들은 오히려 더 단결했다.”
- 이번 파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담담하고 씁쓸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미안하다. 이제부터 개선을 위한 시동을 걸 것이다. 그것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파업협상은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원칙적으로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였다.”
- 대전시정,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갈 계획인가.
“모든 것을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래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웬만한 것은 다 오픈하겠다. 그 과정에서 시민 동의를 구할 것이다. 그래야 공무원 조직도 발전해갈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시민 동의가 없으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왜곡될 수도 있겠지만 시민의 판단은 결국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투명하냐가 관건이고 그게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