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164cm에 몸무게 52kg, 30대처럼 젊어 보이는 42세의 전업주부 로렌. 그녀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키에 S라인 몸매, 앳된 외모까지 갖췄다.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만난 남편과 2년 연애 끝에 결혼해 현재 1남1녀를 두고 있다. 간혹 프리랜서 번역일을 한다. 로렌은 유학시절 영어 애칭이며 본명은 현대희(現代姬).
‘로렌’이라는 이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바로 현대백화점이 마케팅을 위해 동원한 가상 모델이다. 현대백화점은 한 달 단위로 로렌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알려줌으로써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의 이규한 과장은 “지난해 11월 등장한 로렌의 마케팅은 전단이나 DM 등을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특히 주부들이 로렌의 스타일을 따라할 수 있도록 모방심리를 자극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TV에는 드라마 같은 CF 선보여
현대백화점의 로렌처럼 요즘 스토리텔링을 동원한 마케팅이 뜨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가지 제품만 판매하는 원어데이(www.oneaday.co.kr)는 사이트 오픈과 함께 ‘상품스토리’를 개설했다. 그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나 짧은 에세이로 꾸며 소비자의 공감과 함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6월27일의 상품은 전자사전. 상품스토리에서는 전자사전을 ‘복수하기 전에 꼭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올해 나이 스물다섯의 박말자라는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종합 10단의 유단자다.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무술을 익힌 것은 외국에서 사업하다 사기를 당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드디어 그녀는 원수의 집 앞에 서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원수가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귀국한 그녀는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전자사전부터 사야겠다”고 말한다.
원어데이 이준희 대표는 “굳이 어떤 상품을 구입하려고 방문하기보다는 ‘오늘은 어떤 상품스토리가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8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디자인하우스가 오픈한 쇼핑몰 스토리샵(www. storyshop.kr)은 아예 스토리로 사이트를 꾸려나간다. 여러 가지 스토리로 가득 찬 이 사이트는 잡지책을 방불케 한다.
국내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순당은 음식점마다 차림표를 무료로 제작해주는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곳에 ‘젊은이와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한 선비가 길을 가던 중 젊은이가 노인을 꾸짖는 광경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선비가 다가가 묻자 젊은이가 대답하기를 “이놈은 내 아들인데 백세주를 안 먹어 이렇게 늙어버렸다”고 답한다. 이 이야기는 곧 사람들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고,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졌다. 국순당 홍보팀 고봉환 팀장은 “이 이야기는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요즘 텔레비전 CF에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제일모직 빈폴은 지난해 배우 다니엘 헤니와 귀네스 팰트로를 모델로 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CF를 선보였다. 이야기는 뉴욕의 소설가이자 신문기자인 헤니가 런던의 거리 찻집에서 어떤 여자와 스치고 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헤니는 찻집에서 누군가 놓고 간 자신의 첫 소설책을 발견하고 책 속에 남겨진 메모의 주인공에 대해 생각한다. 두 달 뒤 팰트로는 자신을 취재하러 오는 기자를 찻집에서 기다리며 마음이 설렌다. 빈폴은 이 광고와 함께 특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펼쳤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광고에서 남녀 주인공이 런던 거리에서 마주치는 광고를 공개한 뒤, 이후 스토리를 누리꾼들에게 공모한 것이다.
외국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최고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샌드위치 체인점을 운영하는 한인 1.5세의 성공스토리가 광고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뒤늦게 메신저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MSN 메신저를 개발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유포했다.
앞으론 이야기와 이미지 혼합 마케팅 등장
A라는 남자가 담배가게 아가씨와 연애를 했다. A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녀는 마음이 변해 A를 떠났다. 이에 상처 받은 A는 공부에만 전념했고,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MSN 메신저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돈과 명예를 얻었다.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던 A가 어느 날 그녀를 찾아가 “내가 너를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MSN 메신저를 켠 A는, ‘remember’라는 대화명으로 그녀가 쓴 글을 보게 됐다. “나 기억해. 절대 잊지 않을게. 네가 나에게 해줬던 것….” 그 뒤 A는 메신저를 개발한 담당자의 직권으로 그녀 외의 어떤 사람도 ‘remember’라는 단어를 대화명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이처럼 문학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원인에 대해 마케팅 컨설턴트 김민주 씨는 자신의 책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에서 “이제는 소비자들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에는 상품의 존재 자체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열 비교가 힘든’ 상품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감성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EQ 바람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Howard E. Gardner)에 따르면,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작동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야말로 감성을 자극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문화마케팅 기업 ‘풍류일가’의 김우정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란 용어가 정착된 것은 겨우 1, 2년 전이다. 그 전에는 이야기가 있는 광고를 단순히 시리즈 광고로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사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급속히 늘어났고, 김 대표는 앞으로 한층 다양한 방식으로 이 기법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야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미지만으로 기억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어떤 대상을 이야기로 전하면 쉽게 기억되고 또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최대 장점은 확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와 이미지를 혼합한 형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렌’이라는 이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바로 현대백화점이 마케팅을 위해 동원한 가상 모델이다. 현대백화점은 한 달 단위로 로렌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알려줌으로써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의 이규한 과장은 “지난해 11월 등장한 로렌의 마케팅은 전단이나 DM 등을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특히 주부들이 로렌의 스타일을 따라할 수 있도록 모방심리를 자극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TV에는 드라마 같은 CF 선보여
현대백화점의 로렌처럼 요즘 스토리텔링을 동원한 마케팅이 뜨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가지 제품만 판매하는 원어데이(www.oneaday.co.kr)는 사이트 오픈과 함께 ‘상품스토리’를 개설했다. 그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나 짧은 에세이로 꾸며 소비자의 공감과 함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6월27일의 상품은 전자사전. 상품스토리에서는 전자사전을 ‘복수하기 전에 꼭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올해 나이 스물다섯의 박말자라는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종합 10단의 유단자다.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무술을 익힌 것은 외국에서 사업하다 사기를 당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드디어 그녀는 원수의 집 앞에 서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원수가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귀국한 그녀는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전자사전부터 사야겠다”고 말한다.
원어데이 이준희 대표는 “굳이 어떤 상품을 구입하려고 방문하기보다는 ‘오늘은 어떤 상품스토리가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전단에 등장하는 ‘로렌’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로렌 스타일’을 만들어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순당은 음식점마다 차림표를 무료로 제작해주는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곳에 ‘젊은이와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한 선비가 길을 가던 중 젊은이가 노인을 꾸짖는 광경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선비가 다가가 묻자 젊은이가 대답하기를 “이놈은 내 아들인데 백세주를 안 먹어 이렇게 늙어버렸다”고 답한다. 이 이야기는 곧 사람들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고,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졌다. 국순당 홍보팀 고봉환 팀장은 “이 이야기는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낯선 남녀의 만남 이야기를 활용했던 빈폴 광고.
외국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최고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샌드위치 체인점을 운영하는 한인 1.5세의 성공스토리가 광고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뒤늦게 메신저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MSN 메신저를 개발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유포했다.
앞으론 이야기와 이미지 혼합 마케팅 등장
A라는 남자가 담배가게 아가씨와 연애를 했다. A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녀는 마음이 변해 A를 떠났다. 이에 상처 받은 A는 공부에만 전념했고,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MSN 메신저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돈과 명예를 얻었다.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던 A가 어느 날 그녀를 찾아가 “내가 너를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MSN 메신저를 켠 A는, ‘remember’라는 대화명으로 그녀가 쓴 글을 보게 됐다. “나 기억해. 절대 잊지 않을게. 네가 나에게 해줬던 것….” 그 뒤 A는 메신저를 개발한 담당자의 직권으로 그녀 외의 어떤 사람도 ‘remember’라는 단어를 대화명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이처럼 문학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원인에 대해 마케팅 컨설턴트 김민주 씨는 자신의 책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에서 “이제는 소비자들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에는 상품의 존재 자체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열 비교가 힘든’ 상품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감성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EQ 바람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Howard E. Gardner)에 따르면,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작동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야말로 감성을 자극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문화마케팅 기업 ‘풍류일가’의 김우정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란 용어가 정착된 것은 겨우 1, 2년 전이다. 그 전에는 이야기가 있는 광고를 단순히 시리즈 광고로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사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급속히 늘어났고, 김 대표는 앞으로 한층 다양한 방식으로 이 기법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야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미지만으로 기억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어떤 대상을 이야기로 전하면 쉽게 기억되고 또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최대 장점은 확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와 이미지를 혼합한 형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