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오르가슴을) 꼭 느껴보고 싶어요.”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한 여성 환자가 산부인과 전문의 정승관(42) 씨 앞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생활 내내 오르가슴에 이른 척 ‘연기’하고 살았는데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정씨는 “불감증에 시달리는 여성 가운데 병원을 찾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섹스가 재미없는 여성은 대부분 불감증 자체를 쉬쉬하거나 성에 대해 무관심한 척 가장한다”고 밝힌다.
산부인과 전문의 7명으로 구성된 ‘불감증연구회’ 회원들은 “불감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불감증연구회의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불감증연구회는 ‘우연히’ 시작됐다. 평소 친분 있는 산부인과 의사 몇 명이 지난 연말 모임을 가졌다. 경기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43) 원장이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불감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운을 떼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위 통해서라도 성감대 개발”
이날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불감증에 맞춰졌고, 그동안 자신들이 상담하고 진료한 불감증 환자들 사례를 너도나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은 만족한 성생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의사가 “우리가 불감증을 겪는 여성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자. 그러면 가정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느냐. 결국 가정의 평화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라고 주장하자, 나머지 의사들은 박장대소하며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다. 이날 모임이 ‘불감증연구회’의 태동이 됐다.
“그동안 성기능 장애에 대해 다들 쉬쉬하면서 치료를 회피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살았어요. 성을 천박하게 여기는 사회 풍토가 남아 있는 데다 남녀 불문하고 성기능 장애를 숨기는 경향이 강해서죠. 불감증의 원인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요. ‘이것’이 불감증 요인이라고 딱 잘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불감증 여성의 경우 남편이 자존심 상하고 미안해할까 봐 거짓으로 오르가슴에 이른 척하는 게 문제예요.”
동국대 의대 산부인과 양회생(46) 교수의 말이다. 양 교수는 “오르가슴에 오른 척 연기하고 사는 여성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엔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아도 참고 감추면서 살았지만, 이제는 삶의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만큼 성기능 장애로 인한 질병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할 때라는 것이다.
불감증연구회는 매달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세계적 성의학 전문기관 등이 펴낸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호소한 불감증 사례와 치료방법, 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각각의 환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알맞은 치료법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른 의사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도 듣는다.
최근 불감증연구회 회원으로 가입한 산부인과 전문의 정경원(44) 씨는 이 모임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예전엔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환자에게 “부부가 함께 여행 가서 정서적으로 충분히 교감을 나눈 상태에서 섹스를 하라”는 교과서적인 방법을 제시했지만, 최근엔 불감증 극복 방법 중 하나인 자위를 통해 성감대를 개발하게 하는 등 불감증 극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권한다는 것.
정씨는 “대놓고 ‘저 불감증인데요’ 하고 고백하는 환자보다 질염 때문에 병원을 찾아 상담하던 중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며 속내를 드러내는 여성이 더 많다”면서 “자녀가 아닌 부부 중심의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 성생활이 더 원만한 편”이라고 말한다.
“불감증 치료 부부 합심은 필수”
불감증은 아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와 예전엔 오르가슴에 도달했지만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선천적으로 음핵(클리토리스)이 소음순 조직으로 덮여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로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후자는 정신적 이유와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으로 섹스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 오르가슴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감증연구회 발족에 적극 나선 서울 강남의 비엘여성의원 이재수(37) 원장은 “일시적인 불감증이라면 부부간 신뢰 회복을 통해 섹스를 기피하게 된 원인을 없애고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진료 중 종종 남성들에게서 ‘아내가 불감증인데 내가 어떻게 해줘야 만족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며 “불감증은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고통이다.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남편은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는다. 때문에 부부가 합심해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성들이 삽입 위주의 섹스가 아닌 전희에 공을 들이고 음핵만 잘 애무해도 여성의 불감증은 현저히 줄어들 겁니다.” 불감증연구회에 대한 동료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히는 산부인과 의사 이유미(42) 씨의 말이다. 그는 “남성의 페니스만큼 중요한 것이 여성의 클리토리스”라며 “페니스처럼 자극에 매우 민감한 클리토리스는 성적 흥분에 따라 팽창해 여성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남성 중심적이고 전희와 후희를 무시한 채 피스톤 운동 중심인 섹스에서는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의 몸을 제대로 알고 성감대를 어떻게 애무해야 성적 쾌감이 고조되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에 옮기는 게 불감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불감증연구회는 부부가 몸으로 나누는 대화(섹스)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엄마가, 아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가정에 웃음꽃이 피거든요. 보이지 않는 행복 중 하나는 오르가슴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여성이 오르가슴의 참맛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산부인과 전문의 배현미(44) 씨의 말에 불감증연구회 회원들은 “불감증을 숨기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한 여성 환자가 산부인과 전문의 정승관(42) 씨 앞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생활 내내 오르가슴에 이른 척 ‘연기’하고 살았는데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정씨는 “불감증에 시달리는 여성 가운데 병원을 찾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섹스가 재미없는 여성은 대부분 불감증 자체를 쉬쉬하거나 성에 대해 무관심한 척 가장한다”고 밝힌다.
산부인과 전문의 7명으로 구성된 ‘불감증연구회’ 회원들은 “불감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불감증연구회의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불감증연구회는 ‘우연히’ 시작됐다. 평소 친분 있는 산부인과 의사 몇 명이 지난 연말 모임을 가졌다. 경기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43) 원장이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불감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운을 떼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위 통해서라도 성감대 개발”
이날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불감증에 맞춰졌고, 그동안 자신들이 상담하고 진료한 불감증 환자들 사례를 너도나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은 만족한 성생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의사가 “우리가 불감증을 겪는 여성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자. 그러면 가정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느냐. 결국 가정의 평화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라고 주장하자, 나머지 의사들은 박장대소하며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다. 이날 모임이 ‘불감증연구회’의 태동이 됐다.
“그동안 성기능 장애에 대해 다들 쉬쉬하면서 치료를 회피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살았어요. 성을 천박하게 여기는 사회 풍토가 남아 있는 데다 남녀 불문하고 성기능 장애를 숨기는 경향이 강해서죠. 불감증의 원인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요. ‘이것’이 불감증 요인이라고 딱 잘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불감증 여성의 경우 남편이 자존심 상하고 미안해할까 봐 거짓으로 오르가슴에 이른 척하는 게 문제예요.”
동국대 의대 산부인과 양회생(46) 교수의 말이다. 양 교수는 “오르가슴에 오른 척 연기하고 사는 여성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엔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아도 참고 감추면서 살았지만, 이제는 삶의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만큼 성기능 장애로 인한 질병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할 때라는 것이다.
불감증연구회는 매달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세계적 성의학 전문기관 등이 펴낸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호소한 불감증 사례와 치료방법, 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각각의 환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알맞은 치료법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른 의사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도 듣는다.
최근 불감증연구회 회원으로 가입한 산부인과 전문의 정경원(44) 씨는 이 모임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예전엔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환자에게 “부부가 함께 여행 가서 정서적으로 충분히 교감을 나눈 상태에서 섹스를 하라”는 교과서적인 방법을 제시했지만, 최근엔 불감증 극복 방법 중 하나인 자위를 통해 성감대를 개발하게 하는 등 불감증 극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권한다는 것.
정씨는 “대놓고 ‘저 불감증인데요’ 하고 고백하는 환자보다 질염 때문에 병원을 찾아 상담하던 중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며 속내를 드러내는 여성이 더 많다”면서 “자녀가 아닌 부부 중심의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 성생활이 더 원만한 편”이라고 말한다.
‘불감증연구회’는 산부인과 전문의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불감증은 아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와 예전엔 오르가슴에 도달했지만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선천적으로 음핵(클리토리스)이 소음순 조직으로 덮여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로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후자는 정신적 이유와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으로 섹스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 오르가슴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감증연구회 발족에 적극 나선 서울 강남의 비엘여성의원 이재수(37) 원장은 “일시적인 불감증이라면 부부간 신뢰 회복을 통해 섹스를 기피하게 된 원인을 없애고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진료 중 종종 남성들에게서 ‘아내가 불감증인데 내가 어떻게 해줘야 만족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며 “불감증은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고통이다.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남편은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는다. 때문에 부부가 합심해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성들이 삽입 위주의 섹스가 아닌 전희에 공을 들이고 음핵만 잘 애무해도 여성의 불감증은 현저히 줄어들 겁니다.” 불감증연구회에 대한 동료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히는 산부인과 의사 이유미(42) 씨의 말이다. 그는 “남성의 페니스만큼 중요한 것이 여성의 클리토리스”라며 “페니스처럼 자극에 매우 민감한 클리토리스는 성적 흥분에 따라 팽창해 여성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남성 중심적이고 전희와 후희를 무시한 채 피스톤 운동 중심인 섹스에서는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의 몸을 제대로 알고 성감대를 어떻게 애무해야 성적 쾌감이 고조되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에 옮기는 게 불감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불감증연구회는 부부가 몸으로 나누는 대화(섹스)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엄마가, 아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가정에 웃음꽃이 피거든요. 보이지 않는 행복 중 하나는 오르가슴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여성이 오르가슴의 참맛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산부인과 전문의 배현미(44) 씨의 말에 불감증연구회 회원들은 “불감증을 숨기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