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며칠 강남 일대, 특히 대치동 주변을 다니며 많은 강남엄마들을 만나면서 이런 ‘가설’이 과연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강남 토박이 엄마들이든, 새로 강남유학을 온 엄마들이든 한결같이 사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대치동 일대 탄탄한 사교육 인프라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공교육, 특히 ‘강남 밖’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깊었다. 경제력이 충분하든 부족하든 대치동 사교육은 강남엄마들에게 ‘행복에 이르는 길’인 듯했다.
비(非)강남권에서 강남유학을 온 이들 또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이야기를 나눈 여고생 4명 가운데 3명은 중학교 때 강남으로 이사 왔다고 했다. 지방 소도시에서 대치동으로 옮겨온 한 엄마는 “양재천에서 운동하다가 우연히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며 “걔들도 모두 자녀학업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사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있는 집 놔두고 강남의 좁은 집에 세를 얻고, 아빠는 고향에 남아 있고, 강남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이런 세태는 분명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만 몰아붙이지도 못하겠다. 공교육이 교육소비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강남에 가면 더 좋은 교육 기회가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자녀의 출세를 꿈꾸며 들떠 있는 엄마들처럼 아이들도 행복할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좌절과 두려움 키우는 대치동식 교육법’(주간동아 551호)이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강남의 어린 학생들이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학업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만난 한 강남엄마도 “선배 딸이 ‘엄마만 믿고 죽어라 공부했는데 특목고에 떨어졌다’며 의욕을 잃고 엄마와의 사이도 나빠진 경우를 보았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강남이 정답인지, 아니면 허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강남엄마의 열성이 아이의 행복을 침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