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금원(禁苑)은 후원(後苑)·북원(北苑)이라고도 불린다. 동산과 숲을 조경으로 삼으면서 정자와 집칸을 배치한 원림(園林)의 풍취는 인공의 정원과는 격이 다르다.
금원의 숲은 도심의 숨통이다. 휴식처다. 지금 금원은 짙은 녹색의 향연으로 눈부시다(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만큼 푸르다). 비 온 날 금원을 맨발로 걸었다.
여름 숲은 맨발로 걸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면 금상첨화. 질퍽거리는 바짓가랑이는 성가시고 발부리부터 올라오는 촉감은 짜릿하다. 걸어보시라! 대지의 감촉이 파닥거리는 갈치를 잡은 손 느낌처럼 발샅을 타고 오른다. 비릿한 숲 향기는 숲이 깊어질수록 흙냄새를 만나 가라앉는다.
숲 비린내를 따라 오르면 금원의 으뜸 비경이라는 옥류천을 만난다. 새 울음소리, 바람과 나무가 만든 숲 소리가 어우러져 상쾌하다.
여름, 금원은 새들의 낙원이다. 가보시라!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경쾌하다. 직박구리(참새목 직박구릿과) 암수는 솔잎 냄새를 맡으면서 날개를 파닥거린다.
직박구리는 서울의 텃새다. 새가 울음소리로 새벽잠을 흔들어 깨웠다면 열의 예닐곱은 직박구리다. 녀석들은 참새 까치에 버금가게 많은 조류다. 녀석들을 본 적이 있다면 부지런하거나 자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게으르거나 자연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잿빛 띤 어두운 갈색 … 부부끼리 화음 맞춰 ‘마주 울기’
직박구리는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이다. 대가리는 파란빛이 도는 회색, 귀 근처엔 얼룩무늬가 있다. 한배에 네댓 개의 알을 낳는데, 요즘(7월)엔 짝짓기를 끝내고 아이들 기르느라 여념이 없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직박구리 암수는 ‘마주 운다’. 부부가 함께 울어 마치 한 마리가 우는 것처럼 들린다. 이 소리는 청아하면서도 포근한데,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일수록 화음이 더 아름답다.
직박구리의 사랑은 애틋하다. 얼마 전 녀석들의 사랑을 찍은 사진 한 컷이 웹 검색어 순위에서 수위를 다퉜다. 교통사고(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것을 로드킬이라고 부른다)로 배우자를 잃은 직박구리가 차량을 향해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모습이었는데,짝을 잃은 녀석의 표정이 안쓰럽다. 게시판엔 그네들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고 녀석들이 모노가미(monogamy·일부일처제) 신봉자는 아니다. 짝짓기할 때만 ‘찐하게’ 사귀는데, 그때도 틈나는 대로 바람 피우는 녀석이 많다. 흘레붙을 때는 모노가미로 보이지만 실제는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연애)다. 암수의 사랑이 지극하다는 원앙도 실제로는 바람둥이. 금실을 뽐내면서 평생 짝을 지어 다니는 닭살 부부로는 학(두루미)이 있다. 녀석들은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배우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짝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은 어떤가.
올 여름, 금원을 찾아 재잘거리는 새 중 직박구리를 찾아보시라!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회색 콘크리트에 지친 몸이 즐겁다고 환호작약할 것이다. 서울 도심의 세운상가를 헐고 그 터에 13만 평의 공원을 꾸민다고 한다. 금원-종묘-세운상가-퇴계로-남산의 녹지축이 어설프게나마 연결되는 셈이다. 직박구리가 새 공원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금원의 숲은 도심의 숨통이다. 휴식처다. 지금 금원은 짙은 녹색의 향연으로 눈부시다(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만큼 푸르다). 비 온 날 금원을 맨발로 걸었다.
여름 숲은 맨발로 걸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면 금상첨화. 질퍽거리는 바짓가랑이는 성가시고 발부리부터 올라오는 촉감은 짜릿하다. 걸어보시라! 대지의 감촉이 파닥거리는 갈치를 잡은 손 느낌처럼 발샅을 타고 오른다. 비릿한 숲 향기는 숲이 깊어질수록 흙냄새를 만나 가라앉는다.
숲 비린내를 따라 오르면 금원의 으뜸 비경이라는 옥류천을 만난다. 새 울음소리, 바람과 나무가 만든 숲 소리가 어우러져 상쾌하다.
여름, 금원은 새들의 낙원이다. 가보시라!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경쾌하다. 직박구리(참새목 직박구릿과) 암수는 솔잎 냄새를 맡으면서 날개를 파닥거린다.
직박구리는 서울의 텃새다. 새가 울음소리로 새벽잠을 흔들어 깨웠다면 열의 예닐곱은 직박구리다. 녀석들은 참새 까치에 버금가게 많은 조류다. 녀석들을 본 적이 있다면 부지런하거나 자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게으르거나 자연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잿빛 띤 어두운 갈색 … 부부끼리 화음 맞춰 ‘마주 울기’
직박구리는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이다. 대가리는 파란빛이 도는 회색, 귀 근처엔 얼룩무늬가 있다. 한배에 네댓 개의 알을 낳는데, 요즘(7월)엔 짝짓기를 끝내고 아이들 기르느라 여념이 없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직박구리 암수는 ‘마주 운다’. 부부가 함께 울어 마치 한 마리가 우는 것처럼 들린다. 이 소리는 청아하면서도 포근한데,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일수록 화음이 더 아름답다.
직박구리의 사랑은 애틋하다. 얼마 전 녀석들의 사랑을 찍은 사진 한 컷이 웹 검색어 순위에서 수위를 다퉜다. 교통사고(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것을 로드킬이라고 부른다)로 배우자를 잃은 직박구리가 차량을 향해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모습이었는데,짝을 잃은 녀석의 표정이 안쓰럽다. 게시판엔 그네들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고 녀석들이 모노가미(monogamy·일부일처제) 신봉자는 아니다. 짝짓기할 때만 ‘찐하게’ 사귀는데, 그때도 틈나는 대로 바람 피우는 녀석이 많다. 흘레붙을 때는 모노가미로 보이지만 실제는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연애)다. 암수의 사랑이 지극하다는 원앙도 실제로는 바람둥이. 금실을 뽐내면서 평생 짝을 지어 다니는 닭살 부부로는 학(두루미)이 있다. 녀석들은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배우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짝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은 어떤가.
올 여름, 금원을 찾아 재잘거리는 새 중 직박구리를 찾아보시라!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회색 콘크리트에 지친 몸이 즐겁다고 환호작약할 것이다. 서울 도심의 세운상가를 헐고 그 터에 13만 평의 공원을 꾸민다고 한다. 금원-종묘-세운상가-퇴계로-남산의 녹지축이 어설프게나마 연결되는 셈이다. 직박구리가 새 공원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