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 정지찬, 심현보, 김현철(왼쪽부터).
이들은 자신들을 ‘라디오계 수도꼭지’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자신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라는데,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하다. 그만큼 이들은 라디오 DJ로, 게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찾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겹치기 출연도 다반사여서 라디오에서만큼은 톱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꼬장꼬장’ 김현철 부장, ‘아차차차’ 심현보 차장, ‘만년과장’ 정지찬 과장, ‘들이대리’ 이한철 대리라는 재미난 직함까지 만들어 붙인 네 사람은 어느 때보다 즐겁게 주주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출연한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회의한다고 모여서 늘 술만 마신다”고 폭로해 이 ‘회사’가 ‘株式회사’가 아니라 ‘酒食회사’일 가능성이 높음을 자인하고 말았다(여담 하나. 필자가 대학시절 가입한 조직(?) 중에 ‘주주총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한자로 풀면 ‘晝酒총회’로 강의가 일찍 끝나는 날 모여서 낮술 마시는 모임이었다. 문득 그때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 주주총회 공연을 보러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공연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네 사람은 모두 가요계에서 인정하는 ‘알토란’ 같은 실력자들이기 때문. 1989년 ‘춘천 가는 기차’와 ‘오랜만에’ 등이 수록된 데뷔앨범 하나로 가요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던 김현철, 모세의 ‘사랑인걸’과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같은 히트곡을 만든 정상급 작사·작곡가 심현보, 1997년 유재하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나원주와 함께 ‘자화상’으로 활동했던 정지찬, 최근 ‘슈퍼스타’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쿨가이 이한철, 이들의 유쾌한 웃음 뒤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음악적 욕심이 숨어 있을 터. 유쾌함과 음악성이 만나면 어떤 상승작용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공연이다.
♪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사운드가 절묘하게 결합된 크로스오버의 걸작, 호드리구 레아웅(Rodrigo Leao, n이 없지만 현지 발음은 웅임)의 세 번째 앨범 ‘Alma Mater’가 발매됐다.
호드리구 레아웅은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두’를 기초로 클래식과 현대 팝음악을 끌어들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 월드뮤직의 거물 그룹 ‘마드리듀쉬’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1993년 마드리듀쉬를 떠나 첫 번째 솔로작 ‘Ave Mundi Luminar’를 발표한 그는 클래식과 뉴에이지, 월드뮤직을 아우르는 독특한 음악으로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었다. 이번 발매된 ‘Alma Mater’는 2000년에 나온 3집 앨범으로 국내에는 7년 뒤 지각 발매됐다.
첫 곡 ‘Alma Mater’는 호드리구 레아웅 음악의 매력이 결집된 곡으로 이미 라디오 방송의 코드음악과 각종 배경음악으로 친숙하다. 아드리아나 칼카노토가 보컬로 참여한 ‘A Casa’의 매력도 이에 못지않다. 편안하고 서정적인 목소리를 감싸는 사운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몽환적이서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사운드의 이상적인 만남을 잘 보여준다. 모던 탱고의 진수를 보여주는 ‘Pasion’도 추천 트랙. 반도네온과 바이올린이 리드하는 전형적인 탱고 사운드와 룰라 페냐의 보컬은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세계적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호드리구 레아웅,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그의 대표작 ‘Alma Mater’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