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집에는 늘 개가 있었다. 도사견, 스피츠, 진돗개, 푸들…. 결혼 후 분가해서도 개를 길렀다. 요즘은 요크셔테리어를 기른다. 식구들 모두 개에게 쏟는 애정이 대단하다. 나도 그렇다. 어쩌다 이놈들이 죽으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슬픔에 잠긴다.
그런데 나는 개고기를 먹는다(우리 식구들은 안 먹는다. 아이들은 개고기를 먹이기엔 아직 어리고, 아내는 애초부터 먹지 않아 권하지 않는다). 몸이 허할 때 찾아 먹는 것은 아니고, 쇠고기나 돼지고기 먹듯 그냥 맛으로 즐긴다. 직장 동료나 사업 파트너들이 “고기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면 나는 그 ‘고기’에 개고기도 포함됨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이, 특히 여름철에는 나와 같을 것이다.
조리 방법이나 불량한 음식점엔 불만 많아
개를 좋아하면서 개고기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만한 문헌이 있다(우리는 어디에 뭐라고 씌어 있다면 그걸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동양의 옛 의학서 중 대표격인 ‘본초강목’에는 개를 쓰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눠놓았다. “첫째는 전견(田犬·사냥개), 둘째는 폐견(吠犬·집 지키는 개), 셋째는 식견(食犬·잡아먹는 개)이다. 개는 양도(陽道)를 일으키고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보하며 혈맥을 돕고 요추를 덥게 한다. 비위가 허한 병에 좋고 눈을 밝게 하며….” 이는 지금도 유용한 분류법인데, 폐견이 식견으로 잘못 이용되는 일만 피한다면 ‘애견인 개고기 식도락가’라는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릿속에서 애완견과 식용견을 구별하지 않으면 개고기를 즐기는 데 큰 방해가 된다. 만일 보신탕 집에서 ‘셰퍼드탕 9000원, 요크셔테리어탕 7000원, 진돗개탕 1만원’ 등 품종별 가격을 차림표에 적어놓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애완견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신탕이라는 말도 ‘개’ 하면 먼저 떠오르는 애완견 코드를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은 이승만 정권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전부터 써오던 이름은 ‘개장’이나 ‘구장’이었다. 개고기 먹는 것을 외국인이 미개하다 여기리라 판단하고 개장, 구장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후 보신탕이 개장을 뜻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두루 알게 되자 이 이름도 쓰지 못하고 영양탕, 사철탕이라 불리기도 했다.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이라는 이름은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 대부분은 개고기가 몸에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 개고기 식용을 ‘미개인’이라고 판단하는 데는 이런 보신 습성에 대한 비난이 일부 작용했으리라 본다.
개고기를 먹는 이유가 꼭 몸에 좋아서이기 때문일까?
내 입에 개고기는 참 맛있는 고기다. 쇠고기만큼 감칠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씹히는 촉감과 잔잔히 깔리는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쇠고기보다 낫다. 특히 소나 돼지보다 기름이 가벼워 질리지 않는다. 껍질이 붙은 고기는 쫄깃함과 야들야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러나 이 맛있는 개고기를 파는 음식점이나 조리하는 방법에는 불만이 많다. 나무껍질 빛깔 고기에 축축 처진 푸르뎅뎅하고 거무죽죽한 채소와 맛없어 보이는 육수, 게다가 냄비와 가스버너에는 묵은 때가 덕지덕지 앉아 있고 탁자와 방석에도 국물 자국이 선연하다. 실내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조명은 어둠침침해 불량한 느낌마저 주는 음식점이 많다.
여성들이 개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리라 본다. 음식은 분위기 70, 맛 30이라지 않던가. 개고기라고 해서 깔끔하고 고급스런 실내에서 제대로 모양낸 요리로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보신닷컴’이라는 개고기 판매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됐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아 전격 폐쇄를 결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위생적으로만 관리한다면 불량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깔끔하게 집에서 맛보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개고기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나는 개고기를 먹는다(우리 식구들은 안 먹는다. 아이들은 개고기를 먹이기엔 아직 어리고, 아내는 애초부터 먹지 않아 권하지 않는다). 몸이 허할 때 찾아 먹는 것은 아니고, 쇠고기나 돼지고기 먹듯 그냥 맛으로 즐긴다. 직장 동료나 사업 파트너들이 “고기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면 나는 그 ‘고기’에 개고기도 포함됨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이, 특히 여름철에는 나와 같을 것이다.
조리 방법이나 불량한 음식점엔 불만 많아
개를 좋아하면서 개고기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만한 문헌이 있다(우리는 어디에 뭐라고 씌어 있다면 그걸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동양의 옛 의학서 중 대표격인 ‘본초강목’에는 개를 쓰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눠놓았다. “첫째는 전견(田犬·사냥개), 둘째는 폐견(吠犬·집 지키는 개), 셋째는 식견(食犬·잡아먹는 개)이다. 개는 양도(陽道)를 일으키고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보하며 혈맥을 돕고 요추를 덥게 한다. 비위가 허한 병에 좋고 눈을 밝게 하며….” 이는 지금도 유용한 분류법인데, 폐견이 식견으로 잘못 이용되는 일만 피한다면 ‘애견인 개고기 식도락가’라는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릿속에서 애완견과 식용견을 구별하지 않으면 개고기를 즐기는 데 큰 방해가 된다. 만일 보신탕 집에서 ‘셰퍼드탕 9000원, 요크셔테리어탕 7000원, 진돗개탕 1만원’ 등 품종별 가격을 차림표에 적어놓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애완견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신탕이라는 말도 ‘개’ 하면 먼저 떠오르는 애완견 코드를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은 이승만 정권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전부터 써오던 이름은 ‘개장’이나 ‘구장’이었다. 개고기 먹는 것을 외국인이 미개하다 여기리라 판단하고 개장, 구장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후 보신탕이 개장을 뜻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두루 알게 되자 이 이름도 쓰지 못하고 영양탕, 사철탕이라 불리기도 했다.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이라는 이름은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 대부분은 개고기가 몸에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 개고기 식용을 ‘미개인’이라고 판단하는 데는 이런 보신 습성에 대한 비난이 일부 작용했으리라 본다.
개고기를 먹는 이유가 꼭 몸에 좋아서이기 때문일까?
내 입에 개고기는 참 맛있는 고기다. 쇠고기만큼 감칠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씹히는 촉감과 잔잔히 깔리는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쇠고기보다 낫다. 특히 소나 돼지보다 기름이 가벼워 질리지 않는다. 껍질이 붙은 고기는 쫄깃함과 야들야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러나 이 맛있는 개고기를 파는 음식점이나 조리하는 방법에는 불만이 많다. 나무껍질 빛깔 고기에 축축 처진 푸르뎅뎅하고 거무죽죽한 채소와 맛없어 보이는 육수, 게다가 냄비와 가스버너에는 묵은 때가 덕지덕지 앉아 있고 탁자와 방석에도 국물 자국이 선연하다. 실내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조명은 어둠침침해 불량한 느낌마저 주는 음식점이 많다.
여성들이 개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리라 본다. 음식은 분위기 70, 맛 30이라지 않던가. 개고기라고 해서 깔끔하고 고급스런 실내에서 제대로 모양낸 요리로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보신닷컴’이라는 개고기 판매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됐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아 전격 폐쇄를 결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위생적으로만 관리한다면 불량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깔끔하게 집에서 맛보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개고기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